[직무의 미래] 1. 행동경제학과 고객데이터 분석경험

김영우 pengo@itdonga.com

IT 연구 및 비즈니스 컨설팅 커뮤니티 '오컴'에서는 수시로 회원들이 모여 '마이펀치라인(My Punch Line)'이라는 소규모 테이블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은 잘 아는 지혜, 지식, 경험 등이 있습니다.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세미나가 '마이펀치라인'입니다. 본지에서는 오컴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마이펀치라인' 세미나 내용을 요약해 공유합니다. 마이펀치라인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온오프믹스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마이펀치라인
마이펀치라인

본지에서 게재할 '마이펀치라인' 1회는 오컴 회원인 편석준 씨의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통신사 고객 데이터 분석경험을 다룹니다. 현재 상품기획을 하시거나 미래에 상품기획을 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들어가며

오래 전 통신사에서 근무할 때, 행동경제학에 기반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이 있다. 거창하게 ‘행동경제학에 기반’했다고 하지만, 사실 당시에 나와있던 행동경제학 책들을 보며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사실을 나름대로 정리하는데 도움을 얻은 것 정도이다. 회사 차원에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것은 아니었고, 다른 목적으로 나와있던 고객 데이터들을 보며 의아함을 느껴 개인적으로 검토해본 것이다. 여기에서 구체적인 숫자 같은 것은 언급할 수 없는 점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행동경제학 : 알고리즘과 휴리스틱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긴 하지만 완전히 합리적, 계산적, 이성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경제학이다. 다르게 말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휴리스틱(heuristic)과 편향(bias)에 대한 연구하는 학문이다. 알고리즘이 일정한 순서대로 관련된 모든 것을 풀어 정확한 해답을 얻고자 하는 방식이라면, 휴리스틱은 현실이나 문제에 직관적으로 반응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는 반도체를 통해 알고리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인간은 의식(무의식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의식)이나 감정, 계산력 부족 등으로 모든 문제를 알고리즘으로 풀 수가 없다.

아인슈타인은 휴리스틱한 방식을 불완전하지만 인간 삶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우리는 일일이 숟가락을 밥그릇에 찔러 넣는 각도, 한 숟갈에 올라갈 밥알의 개수, 입 안으로 가져가는 속도 등을 계산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모든 일상적 행위를 직관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인간의 신경 회로에서는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는 처리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손 (Henri Bergson)은 인간의 일상을 원활하게 돌아가는 기억을 직접적 기억(소여)이라 하기도 했다.

인간이 휴리스틱한 방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보니, 휴리스틱한 방식으로 접근으로 했을 경우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때조차 깊은 고민이나 계산이 아닌, 직관적 방식으로 섣불리 판단을 내리곤 한다. 아래 두 개의 문제를 본 대부분의 사람은 ‘1/2’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문제 중 하나의 답은 ‘1/2’이 아니다.

(문제 1)
아이가 둘인 집안이 있다.
이웃집 부인에게 “딸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네’였다.
다른 한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일까?

(문제 2)
아이가 둘인 집안이 있다.
이웃집 부인이 딸을 한 명 데리고 걷고 있다.
다른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이런 문제에 오답을 내는 것은 사람들의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다만, 직관적인 판단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간혹 정답을 내는 사람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고민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떤 일에 휴리스틱한 판단을 내렸다면, 그 사람은 그 일에 정답을 얻어내는 것에 절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적된 휴리스틱한 판단과 행위를 우리는 '프레임'이라 부른다. 프레임을 빠져 나오거나 부수는 일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행동경제학이라 볼 수 있다. 시쳇말로 '역발상'일 수도 있다. 프레임을 깨려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컴퓨터처럼 냉철하고 합리적이고 계산적이어야 한다.

※ 본 장의 내용은 『행동 경제학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도모노 노리오 저, 이명희 역, 지형 출판)의 일부 내용을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통신요금제와 고객합리성

그때의 분석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음성과 데이터에 대한 고객의 입장이 크게 달랐다는 것이다.

설명하기에 앞서, 통신 요금제의 구성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통신요금제를 구성하는 것은 세부적으로는 많지만 크게는 요금(기본 월정액 + 초과 사용료), 음성 기본제공량, 데이터 기본제공량으로 세 가지이다. 현재의 요금제는 월정액을 내면 음성과 데이터에 대해 기본제공량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예전에는 최소한의 기본료를 내고 음성이든 데이터든 쓴 만큼 내는 종량제 형태와는 다르다. 이때에 음성과 데이터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먼저 행동경제학에서 애기하는 확률가중함수에 대해 짧게 언급할 필요가 있다. '확률함수'가 전통경제학의 영역이라면(계산할 수만 있다면 합리적 계산결과에 따라 인간이 정확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 '확률가중함수'는 행동경제학의 것이다. 선형적 확률을 곡선 형태로 구부리는 것(구간별로 어떤 구간은 선형보다 높은 곳에 있고, 다른 구간은 낮은 곳에 있는 것)은 민감도 체감성이다. 실험과 조사를 통해 취합, 정제한 결과 행동경제학 연구자들은 확률가중함수를 그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사람은 확률이 높을 때에는 이익에 대해서는 리스크 회피(Risk hedging)를 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리스크 추구(Risk taking)을 한다. 반대로 확률이 낮을 때에는 이익에 대해서는 리스크 추구를 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리스크 회피를 한다. 이때 확률의 높고 낮음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35%이다. 이런 인간의 행동을 테이블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확률 이익 손실
확률 이익 손실

사람은 음성통화에 대해서는 사용량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통화가 끝나면 음성사용 분수/초수가 휴대폰 화면에 뜨고, 실제 기본으로 제공되는 음성제공량을 초과해 사용해도 크게 위험부담(Risk)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데이터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썼을 때나 특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에는 데이터를 얼마나 썼는지 확인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양을 넘어 사용한 경우 부과되는 초과요금에 대해서는 '요금폭탄'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만큼 위험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초과요금에 대해 사람들은 '손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의 테이블에서 이익 열을 삭제한다. 또, 음성에 대해서는 손실을 볼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고(반대로 표현하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데이터에 대해서는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확률 통신요금에 대한 인간행동
확률 통신요금에 대한 인간행동

이 부분에 대해 고객설문과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괴리가 있었다. 고객 설문 시에 음성을 초과해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고객과 실제 고객데이터 분석결과의 차이는 컸다. 있었다. 쉽게 말하면 초과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 고객은 전체 100명 중 1명이라면, 실제 초과해 사용 중인 고객은 36명이었던 것이다. 데이터의 경우는 반대였다. 제공량의 10%를 이하를 쓰고 있다(제공량이 10GB라면 1GB 미만으로 사용 중인 고객)고 답변한 고객의 비중이 1명이라고 사실은 56명이 10%를 이하를 쓰고 있었다.

음성과 데이터에 대한 사람의 다른 심리가 반영된 결과였고, 사람들의 현실행동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요소를 하나의 상품(요금에)에 집어넣고 판매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요금제 선택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뻔한 결과라 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요금제 구조가 유지되는 한 나름의 영원불변의 법칙이기도 하다.

글 / 오컴(www.occam.kr)
정리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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