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전 부총리 “한국 경제, 위험 확대 속 변곡점.. 생존 위한 쇄신 필요”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한영(대표 서진석)은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미래 소비자의 파괴(Disruption)와 충격(impact)에 따른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기조연설자로 나선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2019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새해 경제 상황을 ‘위험의 확대’와 ‘중첩된 난관’으로 정의했다. 권 전 부총리는 “미·중·일·EU가 저성장세로 전환, 신흥국 불안요인 가중,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 위험이 확대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생존하려면 현실 직시(Focused), 유연한 대응(Flexible), 미래 투자(Forward- looking)의 ‘3F’를 통한 쇄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변준영 EY한영 산업연구원장과 김영석 EY한영 디지털 혁신팀 리더는 “미래 소비자 시대는 이미 도달해 있으며, 시장의 중심은 더 이상 기업이 아니고 소비자”라며 “기업이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대응하려면 사업에서는 디지털(digital)을, 운영에서는 애자일(agile)을, 제휴에서는 프레너미(Frenemy : Friend + Enemy 적이자 친구인 관계를 일컫는 말)를 핵심에 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중·일·EU 저성장세, 준비되면 기회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2019년은 인도, 아세안, 아프리카 지역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예측된다”며 “미·중·일·EU가 저성장세로 전환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에 강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전 부총리는 “우리도 ‘생각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미국보다 낮은 기준 금리지만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예외 상황이며, 낮은 금리가 영원하고 안전할 거라는 생각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 부총리는 ‘샌드위치 위기’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국내 주요 주력 제조업만 아니라, 미래 사업의 핵심인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기반 기술에서도 이미 중국에게 추월당했다”며 “우선 순위와 방향성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 걸쳐 안전한 방식을 선택한 ‘후발주자적 접근’으로 일관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두려움 없이 문제를 드러내고 정치, 기업, 노동 등 모든 분야의 기득권을 깨야만 위기를 극복할 경제 역동성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극복의 방법으로 ▲현실 직시(Focused), ▲유연한 대응(Flexible), ▲미래 투자(Forward- looking)의 ‘3F’를 제시했다. 권 전 부총리는 “신규 경제팀은 기업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혁신 성장, 투자 활성화, 산업 경쟁력 강화 등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인의 회복 탄력성은 결코 낮지 않은 만큼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소비자, 디지털·애자일·프레너미 전략으로 대응

변준영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은 “방탄소년단(BTS)의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4일만에 1억뷰에 도달했다. 이는 사상 최초로 1억뷰에 도달한 뮤직비디오(2007년 공개된 에이브릴 라빈의 ‘걸프렌드(Girlfriend)’)의 1년 8개월에 비해 140배 이상 확산 속도가 빨랐다는 의미”라며 “디지털 혁신으로 인한 미래 소비자(Future Consumer)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에 성공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 원장은 미래 소비자로의 변화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2000년 초 출생한 세대로, 디지털 기술에 친숙하며 주류와 유행을 벗어난 개성 중시 소비를 지향하는 특성이 있다.

김영석 EY한영 디지털 혁신팀
리더
김영석 EY한영 디지털 혁신팀 리더
<김영석 EY한영 디지털 혁신팀 리더>

EY한영 산업연구원은 미래 소비자의 4대 특징을 ▲구매/쇼핑 이원화, ▲디지털 채널 선호, ▲초(超) 개인화, ▲개인정보 유료화로 꼽았다. 첫째, 구매/쇼핑 이원화는 온라인 커머스, 구독형 상품, 스마트 스피커 등의 보급으로 생필품의 자동 반복 구매가 일상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취향이 반영되거나, 사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상품에만 ‘쇼핑’ 시간이 쓰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둘째, 디지털 채널 선호 현상은 젊은 세대의 ‘오프라인 쇼핑 기피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이 가격 비교, 상품 정보 파악 등에서 더욱 편리하기 때문에 디지털 채널을 우선시한다는 것. 셋째, 초` 개인화는 젊은 세대의 취향관에서 탄생한 특성이다. 이들은 큰 유행을 따르기 보다 자신만을 위한 것,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가 더 세련되다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가치 인지는 반복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기 정보의 가치를 깨닫게 됐기 때문에 나타났다. 이들은 명백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기업에 공짜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김영석 EY한영 디지털 혁신팀 리더는 “기업이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대응하려면 ▲디지털(digital), ▲애자일(agile), ▲프레너미(frenemy)를 핵심에 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전략에 있어서는 디지털 채널 퍼스트, 초개인화, 봇 서비스를 위주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 소비자를 이루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디지털 쇼핑을 선호하고, 대량 생산된 유행 상품보다 맞춤형 소비를 좋아하는 등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 리더는 운영 측면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애자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자일은 본래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으로 제기된 것으로, 빠른 실행과 가설 검증을 통해 제품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다. 기업 운영 전략에 있어서는 블록체인을 도입해 기존의 순차적(waterfall) 정산 시스템을 혁신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해 변동이 큰 트래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리더는 “과거에는 데이터에 오너십을 가지고 주도권을 갖는 걸 중시했다면, 이제는 데이터 활용과 열린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며 “제휴 전략에 있어서는 적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프레너미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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