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싼 티' 안 나는 실속폰, 화웨이 비와이3
[IT동아 김영우 기자] 국내에서 중국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가성비(가격대 성능비)가 탁월하다는 호평, 싼 게 비지떡이라는 혹평이 엇갈리며, 그 외에 국가간의 정치/사회적 이슈까지 언급하며 논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서 중국폰은 시장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제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일단 말이 많은 물건은 피하고자 하는 게 소비자의 심리이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폰 중에는 해외에서 아무리 잘 나가던 제품이라도 한국에만 오면 비주류 제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몇몇 제품은 이동통신사에서 꽤나 신경 써서 들여온 전략 제품인데도 그렇다. 화웨이에서 만들고 KT를 통해 국내에 출시한 비와이3(Be Y3, ANE- LX2J, 출고가 33만 원, 일명 비와이폰3)도 그런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수려한 외부 디자인 인상적
비와이3는 본래 해외 시장에서 P20 Lite라는 이름으로 팔리던 제품을 한국 시장에 맞게 손질해서 출시한 제품이다. P 시리즈는 화웨이의 고급형 스마트폰 브랜드로, 그 중에서도 ‘Lite’가 이름에 붙은 제품은 일부 사양을 조정해 값을 낮춘 모델이다. 프로세서 성능은 다소 낮더라도 부가기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이점이 있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KT는 전작인 P9 Lite와 P10 Lite도 각각 '비와이폰', '비와이2'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한 바 있다. 첫 번째 비와이폰 출시 당시, 유명 래퍼인 '비와이'를 광고모델로 썼기 때문에 후속 모델에도 이름이 붙은 것이다. KT에서 노리는 이 제품의 주 타겟은 청소년 이라고 한다.
비와이3의 외형은 상당히 화려하다. 특히 뒤쪽 표면에 거울처럼 반짝이는 고광택 처리를 했는데, 표면에 강화유리를 한 번 덮어 질감이 수준급이다. 국내에는 블랙과 블루 컬러 제품이 출시된 상태다. 우측 상단에 위치한 듀얼 카메라의 존재, 그리고 7.4mm의 얇은 두께 덕분에 시각적으로는 아이폰 시리즈 못지 않다. 저렴하지만 '싼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생각 이상으로 큰 장점이기도 하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하단 모서리에 찍힌 KT 로고가 다소 어색하다는 점 정도다. 제품 무게가 145g으로 상당히 가벼운 점 역시 만족도를 높인다.
취향대로 고르는 노치 스크린, 비교적 충실한 기본 구성
제품 전면의 화면은 5.8 인치 크기, 2280 x 1080 해상도(풀HD급)의 LCD 패널이다. 유사 가격대의 국산 보급형 스마트폰 중에 HD급 화면을 탑재한 제품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화질 면에서 확실히 우위를 가진다. 또한 OLED 화면 특유의 번인(잔상) 현상이 걱정스러운 사용자 역시 LCD 패널을 탑재한 비와이3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
화면 상단에는 M자 형태로 카메라 주변 부위만 검게 강조되는 노치 스크린을 품었다. 2017년에 나온 애플 아이폰X 이후로 유행하기 시작한 디자인인데, 화면이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사용자의 취향을 다소 타는 것도 사실이다. 비와이3는 설정 메뉴에서 이 노치 스크린을 보이지 않게 지정할 수 있으므로 취향대로 선택하자.
측면의 트레이를 통해 유심과 마이크로SD카드(최대 256GB)를 꽂을 수 있다. 참고로 해외판 P20 Lite는 2개의 유심을 넣을 수 있는 듀얼심 기능을 지원하지만 국내판 비와이3는 아쉽게도 해당 기능이 생략되었다. 듀얼심 기능을 지원했다면 해외 여행시 국내 유심과 현지 유심을 같이 이용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했을 텐데 이를 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그 외에 하단에는 3.5mm 헤드폰 잭과 USB 타입C 충전/데이터용 포트가 탑재되었다. USB 타입C 포트는 커넥터를 뒤집어 꽂아도 이용이 가능해서 편의성이 높다. 국산 보급형 스마트폰 중에 아직도 마이크로 USB 포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 역시 비와이3의 장점이다. 참고로 비와이3는 무난한 용량의 3000mA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고속 충전 기능도 지원한다. 다만, 시중에서 흔히 쓰는 퀄컴 퀵차지 규격은 아니기 때문에 본체와 동봉된 충전기를 이용했을 때만 고속 충전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보급형 가격에 중급형 사양
탑재된 운영체제는 2018년 12월 현재 기준 구글 안드로이드 8.0.0(오레오)이며, 화웨이 스마트기기 특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EMUI(8.0.0)가 적용된 상태다. 전반적으로 세련된 디자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머신러닝 기능도 품었다.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쓸 만 하지만 해외 버전과 달리 화웨이 전용 앱스토어가 생략된 점은 옥의 티다.
본체 후면의 지문 인식 센서, 그리고 전면 카메라의 안면 인식 기능을 이용해 암호나 패턴 입력 없이 간편하게 화면 잠금을 해제 할 수 있다. 지문 및 얼굴 인식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이용에 불편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비와이3 내부에는 하이실리콘의 기린 659(HiSilicon Kirin 659) 프로세서가 탑재되었다. 2.36GHz로 구동하는 옥타코어 프로세서로, 퀄컴 스냅드래곤 600 시리즈와 유사한 성능을 발휘한다. 성능과 전력 효율의 균형을 강조하는 중급형 프로세서로, 스냅드래곤 400 시리즈 수준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국산 보급형 스마트폰에 비해 성능적인 우위를 기대할 수 있겠다. 그 외에 4GB의 넉넉한 시스템 메모리(RAM)을 품었다는 점 역시 이 제품의 가격대 성능비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화사한 색감 강조한 카메라
카메라는 전면과 후면 모두 1600만 화소이며, 후면 카메라의 경우는 200만 화소의 보조카메라가 포함된 듀얼 렌즈 구성이다. 렌즈 밝기가 F2.2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실제로 찍어보면 생각 이상으로 밝게 나온다. 어두운 부분도 온전히 볼 수 있는 HDR 촬영, 배경을 날려 피사체를 강조하는 아웃 포커싱 촬영도 무난하게 처리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 아웃 포커싱 OFF>
< 아웃 포커싱 ON>
< HDR OFF>
< HDR ON>
그리고 은근히 여기저기 화사하게 색감 보정을 해 주는 것이 아이폰 시리즈의 카메라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는 특히 셀피 촬영에서 만족도를 높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과도한 보정 때문에 다소 인위적인 느낌의 결과물을 얻을 때도 있으며, 고급형 제품과 차별화를 하기 위함인지 손 떨림 방지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쉽다.
국산 보급형 스마트폰 대비 확실히 우수한 성능
성능 측정도 해봤다. 비교를 위해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 A6를 준비했다. 갤럭시 A6는 출고가가 39만 6,000원으로 비와이3 보다 비싸지만 엑시노스7 7870 1.6GHz 옥타코어 프로세서에 3GB 메모리, 32GB 저장공간, HD급 화면을 탑재하고 있는 등, 전반적인 하드웨어 사양은 더 낮은 편이다.
주로 CPU의 성능을 집중 테스트하는 긱벤치4(Geekbench 4), 그리고 3D 그래픽 구동능력을 중시하는 안투투(Antutu) 벤치마크를 구동해 본 결과, 비와이3는 갤럭시 A6에 비해 평균 20% 정도 나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측정되었다.
게임 구동 능력의 경우, 비와이3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는 중간 품질인 ‘균형 잡힌’ 옵션에서 비교적 원활한 구동이 가능했지만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의 경우는 ‘낮음’ 품질로 옵션을 낮춰야 비로소 플레이가 가능했다. 아주 높은 수준의 성능은 아니지만 제품 가격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참고로 갤럭시 A6의 경우는 비와이3보다 한 단계씩 품질을 낮춰야 비슷한 수준으로 플레이가 가능했다.
제품 자체는 괜찮은데...
화웨이 비와이3는 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대에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제공하며, 지문인식, 듀얼 카메라, 넉넉한 저장공간 등 많은 장점을 가진 제품이다. 같은 가격대의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에 비해 확연히 나은 성능과 기능을 제공한다. 이 수준의 가격대 성능비를 제공하는 제품은 다른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나 ZTE 등에서만 찾을 수 있다.
다만, 제품 자체는 분명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브랜드의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건 향후 화웨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한 예전에 KT를 통해 한국에 출시했던 비와이폰이나 비와이2 등은 해외판 모델에 비해 펌웨어 업데이트 등의 사후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었는데, 비와이3 역시 이런 전철을 밟아선 곤란하다. 이들 제품의 한국 출시를 기획한 KT쪽 에서도 이런 점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