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스토리: 카페24] 과학자 되려고 의대 자퇴한 괴짜 청년... 30년 노력 끝에 800억 거부로 거듭나
[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테슬라 상장' 기업이 등장했다. 과거에는 호스팅 사업을 진행했고, 현재는 인터넷 쇼핑몰을 위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인 ‘카페24’다. 카페24는 1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중견 IT 기업으로 약 150만 개의 인터넷 쇼핑몰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수 천억 원에 로레알에 매각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쇼핑몰 ‘스타일난다’도 카페24의 고객 가운데 하나다.
상장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공모가 5만 7000원이었던 주가는 10월 31일 기준 10만 8600원에 도달했다. 지난 7월에는 20만 원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재작년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작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올해부터는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페24 이후 '테슬라 상장 요건'을 만족시킨 기업은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카페24가 테슬라 상장이라는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재석 카페24 대표를 만나 카페24의 창업과 성장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미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1)테슬라 상장 :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처럼 당장은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고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받을 수 있게 하는 특례 상장제도
2)테슬라 상장 요건 : 시총 1000억 원 이상이거나, 전체 시총에서 자기자본이 250억 원 이상이거나, 시총 300억 원 이상이면서 매출액 100억 원 이상인 기업
'닷컴버블'도 겪어낸 30년의 사업 경험... 벤처 1세대의 끊임없는 도전
<이재석 카페24 대표 (카페24 제공)>
사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벤처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1999년 5월 카페24의 전신인 심플렉스인터넷을 창업해서 비즈니스에 뛰어든 대한민국 벤처 1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북대에서 의학을, 이어 포항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다. 과학도가 되기 위해 의대를 자퇴한 것. 이후 PC통신을 경험하고 다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1996년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어요. PC통신이라는 원시적인 형태의 인터넷이 등장해서 인기를 끌고 있었죠. 저는 그것을 보며 인터넷에서 정보가 오고 가면서 그 속에서 큰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96년이었습니다. 97년과 98년 2년 동안 투자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자본과 인재를 모아 2001년 카페24라는 브랜드로 호스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지금의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은 아니다. 당시 인터넷 업계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제법 괜찮은 성과를 거둔 사업도 있었고, 본전도 못 찾고 망한 사업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카페24를 만든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고 이 대표는 술회했다.
“당시 막 태동하던 인터넷 업계에서 어떤 사업이 통할지 당최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죠.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좋은 말로 다양한 시도지... 사실 닥치는 대로 뭐든지 해본 거죠(웃음). 그래도 한 가지 믿음은 있었습니다. 돈이 아니라 사람(사용자)을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만 모을 수 있다면 돈은 어떻게든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은 비대면으로 많은 소통이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커뮤니티와 전자상거래가 돈을 벌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심플렉스인터넷은 선점이 중요하다 여기고 커뮤니티, 웹진, 채팅 서비스, 쇼핑몰, 온라인 뉴스 등 커뮤니티와 전자상거래에 관련된 모든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업을 하던 도중 한 가지 큰 벽에 부딪쳤어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그 여파가 한국 인터넷 업계에까지 미친 겁니다. 많은 1세대 인터넷 기업이 이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제아무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좋아도 외부 환경에 부침이 있다면 버틸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직원들 월급 지급을 단 한 번도 밀려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당시 하마터면 밀릴 뻔했어요. 그 정도로 내외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망하는 것을 지켜보며 시장 변화에 민감한 서비스(B2C) 사업은 오래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프라(B2B)를 파는 기업만이 힘든 시기가 와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스팅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01년 카페24라는 브랜드로 호스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카페24는 원래 심플렉스인터넷이 진행하던 커뮤니티 서비스의 이름이었습니다.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어요. 이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호스팅 사업을 성공시키자는 결정에서 카페24라는 사명을 내세웠습니다. 사실 대외적인 이름만 카페24였고, 실제 법인명은 심플렉스인터넷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서비스명과 사명을 일치시키기 위해 사명을 카페24로 완전히 변경했습니다.”
난립하는 경쟁자들... 생존의 비결은 '쇼핑몰 특화'
호스팅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한다. 큰 기업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공세를 펼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은 버티기 힘들다. 한때 수십 개가 넘는 업체들이 난립했던 국내 호스팅 업계는 이제 KT, 가비아 등 몇몇 대규모 사업자들만 남았다. 해외에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들의 성장으로 중소규모 호스팅 사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호스팅 업계에서 카페24가 살아남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바로 ‘특화’다. 일반 호스팅 업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솔루션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자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호스팅 사업에 뛰어들 당시부터 이 대표의 계획 아래 오랜 기간 시간 공을 들여 차곡차곡 진행된 전략이다.
“처음 카페24가 호스팅 사업에 진출했을 때에는 별의별 기업이 다 경쟁자였습니다. 인텔, KT 같은 대규모 기업부터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중학생까지 모든 기업과 사람이 다 경쟁자였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저한테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업으로 돈을 벌어 나중에 벤처 기업을 차리려 했는데 카페24 때문에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항의 메일을 보낼 정도였어요.”
“사업을 진행하며 단순 호스팅 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특화 사업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어요. 경쟁자들은 그룹웨어 같은 기업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파는 것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려고 했습니다. 전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앞으로 인터넷 전반에 전문 쇼핑몰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때문에 카페24를 인터넷 쇼핑몰을 호스팅 하는데 특화된 서비스로 바꾸는데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드라마 '도도하라' 속 카페24 쇼핑몰 관리자 페이지 (출처 카페24 공식 블로그)>
“2003년부터 인터넷 쇼핑몰에 특화된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일반 호스팅 서비스는 대부분의 서비스 구성요소가 오픈소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기업 상황에 맞게 고치면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쇼핑몰은 밑바닥부터 모두 다 카페24가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이 많아지고 서비스 발전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많은 사업자들이 카페24를 활용해 쇼핑몰을 구축하고 사업을 진행해주셨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쇼핑몰인 스타일난다도 2005년 처음 쇼핑몰을 열 때부터 카페24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저희가 처음 쇼핑몰을 위한 호스팅을 제공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카페24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파트너분들의 도움으로 카페24는 꾸준히 성장해 지금의 모습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800억 자산가로 거듭난 이 대표, 다음 목표는 세계 시장에 안착
카페24는 재작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업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를 유치해 카페24를 성장시켰다. 작년부터 그 결실을 맺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약 14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에는 약 404억 원의 매출과 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기업의 성장과 성공적인 상장으로 카페24 전체 지분 가운데 7%를 보유한 이 대표는 약 8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기업의 성장과 미래 발전 방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카페24 사업을 시작한 후 초기 1~2년 동안은 적자를 내다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연구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리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 반동으로 다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지속적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해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상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재작년 테슬라 상장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최고재무책임자와 논의 끝에 상장을 결심했습니다. 현재 카페24의 시총은 약 1조 2000억 원 수준입니다. 2001년 200억 원 규모에서 약 60배 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카페24의 다음 목표는 전 세계 시장 진출입니다. 현재 일본, 미국,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본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이 고품질의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상품을 오프라인 상점에서만 판매하고 일본 전역이나 글로벌 시장에 온라인으로 유통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소상공인에게 카페24의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형태로 일본 시장에 안착할 계획입니다.”
고객 편의를 실현한 '원 클릭 서비스'가 카페24만의 강점
이재석 카페24 대표 (카페24 제공)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카페24의 경쟁자에 대해 언급했다. 쇼핑몰 특화 호스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해외 쪽에는 캐나다의 '쇼피파이(Shopify)' 정도가 유력한 경쟁자이며, 국내에는 경쟁자로 볼 수 있는 업체가 없다고 평가했다. 호스팅 시장을 급격히 장악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는 카페24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고객 경험입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실제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업체는 쇼핑몰에 특화된 호스팅 업체뿐입니다. 단순히 인프라와 기술만 제공하는 클라우드 업체들은 쇼핑몰 사업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반면 카페24 디자인 센터는 쇼핑몰 사업자와 웹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최적의 디자인과 사용자 환경을 갖춘 홈페이지를 저렴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웹 디자인 업체와 쇼핑몰 사업자를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카페24를 활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준비 여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빠르면 원 클릭, 늦어도 3주 내로 쇼핑몰을 구축해 사업에 나설 수 있어요. 경쟁사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카페24만의 강점입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