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위한 것 아닌 고객 가치를 위해" 대우루컴즈 윤춘기 대표
[IT동아 강형석 기자]
"많은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 정도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적은 수의 소비자만 대상으로 하거나 보여주기식 제품은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겁니다."
윤춘기 대우루컴즈 대표의 대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제조사라면 자신들만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축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이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소수만을 위한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고 싶어서다.
현재 대우루컴즈는 다양한 시장 영역에 걸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본래 잘 해왔던 PC와 TV는 물론이고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 가전까지 진출한 상태다. 기업 시장에서의 역량도 탄탄하다. 산업용 디스플레이와 보안기기 시장 등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30년 이상 국내외 IT 시장과 소비자들과 호흡을 함께해 온 대우루컴즈. 이제는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 윤춘기 대표를 만났다. 편안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그는 솔직하게 루컴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대우전자에서 루컴즈까지 이어진 힘은?
루컴즈(LUCOMS)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에는 새롭게 나서 보자는 도전정신에 의한 것이었다. 이 이름은 '빛을 발한다'는 뜻을 가진 루미너스(Luminous)와 '소통'이라는 뜻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합친 것. 디스플레이, 전자 분야를 상징하는 빛을 가지고 창의적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과 소통하자는 의미다.
대우루컴즈의 전신은 과거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다. 그리고 2002년 10월, 대우전자에서 분리하면서 지금의 사명을 쓰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디스플레이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대우통신 PC 사업부를 인수하며 현재에 이르게 됐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윤춘기 대표는 1986년부터 우리나라 IT 시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오고 있었다.
사실 그는 기술·개발자 출신은 아니다. 대우전자 시절 구매·영업·기획 등을 담당한 것이 우리나라 IT 시장과의 인연이다. 하지만 지금은 임직원들과 함께 제품 선별과 디자인 선정 등 주요 업무에 참여하며 라인업을 다듬는 일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윤춘기 대표는 '초지일관·함께·소통'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늘 '루컴즈의 의미를 잊지 말라' 강조하기도 한단다. 또한 지주제 도입을 통해 오너 생각에 기업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그는 웃으며 "우리는 오너가 13명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부분의 계획들을 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공유합니다.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만의 문화에요. 지켜지지 않는 약속 해봐야 의미 없습니다. 형체가 없으면 관심이 사라지게 마련이니까요. 그렇기에 이를 어느 정도 실체화 해놓고 시작해야 됩니다. 우리들만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늘 그렇게 해왔습니다."
루컴즈 사전에 '적당히'는 없다
이렇게 열심히 달려 온 대우루컴즈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2008년 전후로 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던 '리먼 사태'가 그것. 대부분 기업들이 큰 파도를 만났고 루컴즈도 마찬가지였다. 노력했으나 이 위기를 피해갈 수 없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컨슈머 시장 진입을 잠시 정리했다. 하지만 오래 멈출 수 없었기에 2011년, 다시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판매를 재개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품질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윤춘기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가 짧은 시간에 TV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룬 것 같아도 사실 그 안에 많은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우리가 해왔던 기술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곧 품질 안정으로 이어집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그저 그런 제품을 가지고 시장에 내놓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여러 제품들을 놓고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고민 중이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기업 시장에서 인정 받은 보안 디스플레이 분야를 기초로 해 서버와 스토리지 등의 영역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안 디스플레이 분야는 루컴즈가 최고 수준으로 인정 받고 있다. 4K UHD CCTV 모니터, PVM(카메라 내장 일체형 보안 모니터), 보안용 관제 모니터 등이 주인공이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작동해야 하는 환경에서 성능은 물론이고 5년 보증을 제공한 것이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다.
기업 시장에서 이뤄낸 차별화는 TV 등 소비자 가전 분야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일례로 현재 판매 중인 루컴즈의 UHD TV에는 유명 오디오 시스템인 '하만/카돈(Harman/Kardon)'이 기본 적용되어 있다.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면서 주목 받았다.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하고 있는 TV 시장에 '오디오'로 루컴즈만의 색을 입힌 것이다.
"가격과 품질 문제를 떠나 우리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여부가 승부를 가른다고 봤어요. TV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 듣는 것입니다. 단순히 화질 좋고 소리 잘 들리면 되는거죠. 기본에 충실하면 됩니다. 고객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도약을 위한 '수면 케어'
정보 가전 시장도 중요하지만 향후 기업을 이끌어 갈 미래 먹거리를 일구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춘기 대표는 그 먹거리를 '수면 케어' 분야에서 찾았다. IoT 기술이 절묘하게 맞물리는데다 향후 사업 확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과감한 투자 결심으로 이어졌다. 발상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중 약 30년 가량을 수면에 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중 10%만 줄여도 우리 삶은 정말 대단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분야가 더 성장할 것이고 여러 기술과 융합해 발전시킬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고 봤어요."
수면 케어 제품은 2019년 내 출시를 목표로 담금질 중이다. 우선 매트와 안대형 제품 등으로 소비자들과 만날 예정. 이를 사용하면 기기가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분석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보면 제품 하나지만 그 안에는 IoT 기술들이 녹아 있다. 여기에 기술을 꾸준히 보완하면서 인공지능 분야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루컴즈는 정보 가전 기업으로의 영역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저 제품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올 신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이 외에 수면 케어 외에도 공기청정기와 주방가전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및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형화가 아닌 소형화에 집중할 방침인데 이는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다가올 2019년에는 소형 제품군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히트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윤춘기 대표. 그와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뚜렷한 소신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엿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