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프로젝트] 위키박스 BM 분석 (2) – "먼저 움직이는 자가 이긴다"
'무인택배함 기반 생활편의서비스 플랫폼'
전편에서 다룬 위키박스의 경쟁환경 분석에서 제시한바와 같이 무인택배함이라는 시장이 보관기능과 내구성이라는 하드웨어적 경쟁요소에서 이미 '생활편의서비스의 Hub'로서 서비스의 다양성과 매력도가 경쟁의 척도가 되는 시대로 접어 들었음을 말씀드렸다. 따라서 본편에서는 4세대 즉, 무인택배함 기반의 생활편의서비스 Hub 측면으로 비즈니스모델 분석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위키박스의 비즈니스모델
위키박스의 비즈니스모델을 간략하게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이에 비즈니스모델의 각 구성요소별 설명을 통해 강약점을 분석하겠다.
< 위키박스의 비즈니스모델, 출처: 인사이터스 >
고객가치(Customer Value) 분석
위키박스의 비즈니스모델을 보면 제품과 서비스, 최종사용자는 비슷하지만, 한가지 고려할 점은 채널고객(아파트, 건설사 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생활편의플랫폼 차원에서 다루기 때문에 채널고객을 제외한 최종사용자의 고객가치 영역만을 분석한다.
최종고객(무인택배함 사용자)에 대한 가치를 분석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위키박스의 고객가치 분석표, 출처: 인사이터스 >
사이 좋은 업계, 혼자 튀는 업체가 없다.
1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서비스가치의 미세한 차이는 있되 우월한 가치를 바탕으로 업계에 확보한 선두를 차지한 업체는 없다. 우위에 있는 A사가 택배에서 퀵서비스, 세탁, 편의물품 쇼핑까지 확대했지만, 실상 위키박스를 비롯한 다른 업체도 서비스 중이거나 준비 중인 상황이다.
각 사의 서비스 가치는 평준화되어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아주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반 소비자들은 브랜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택배함일 뿐이다.
미적 기준보다 상징적 디자인
위키박스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의 제품도 디자인이 절대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아니, 매우 좋다. 필자가 아쉽게 생각한 것은 미려한 디자인의 유무가 아니라, 미흡한 상징성이다. 최종고객은 디자인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이 덩치 큰 박스는 시각적으로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박스에서 App까지 고객이 체감하는 시각적 전달 요소는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이 디자인의 상징성은 네이밍과 더불어 고객의 인지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긴말 필요 없고 다시 한번 아마존 락커와 비교해 보자.
< 아마존 락커와 위키박스의 제품 비교 – 어떤 것이 상징성이 뛰어난가?, 출처: 인사이터스 >
주목할 포인트는 SW 경쟁력 기반 사용편의성
생활편의서비스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B2C서비스다. 사용자 편의성이 매우 중요하다. App을 통한 물건의 도착, 발송정보 뿐만 아니라 개폐 조작, 서비스 공급자들이 사용할 택배함 사전 예약 등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아주 많다.
필자가 확인한 각 사의 App 기능과 제공 서비스를 비교해본 결과, 위키박스의 생활편의서비스가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 'S/W경쟁력은 자신들이 앞선다'는 위키박스의 주장에 필자는 처음엔 수긍하지 못했으나, 경쟁사의 App, 작동성까지 모두 확인한 후에는 위키박스의 경쟁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 커뮤니티, 사람과 사람…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라!
위 고객가치 분석표를 보면 기능적 가치, 경제적 가치, 심미적 가치 등이 보인다. 비등비등하다. 그래서 새로운 'Killer Service'가 필요하다. 이 Killer Service는 어떤 방향에서 개발되어야 할까? 첫째로 기능, 경제, 심미적 가치 등 기존 경쟁요소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가장 일반적인 접근)이 있다. 둘째는 경제, 심미, 사회를 넘어 제 4의 가치 차원인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는 방안이다. 이게 왜 Killer Service일까? 만약 고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사회적 가치를 제시한다면, 많은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위키박스는 지역, 커뮤니티, 사람이라는 사회적 키워드들이 잘 어울리는 비즈니스다. 해당 키워드 사이에는 분명 고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어젠다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핵심역량(Key Resource) 분석
위키박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하면서 가장 곤란했던 부분은 핵심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었다. 핵심역량은 "S/W 경쟁력"이라고 언급하기에 "그 경쟁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물으면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다시 한번 겸손한 분들임을 느꼈다. 아무튼, 위키박스의 S/W 경쟁력이 가진 의미를 필자가 해석(?)한 바에 따르면 이렇다.
< 위키박스의 S/W 경쟁력이 가진 의미, 출처: 인사이터스 >
경쟁우위를 주도할 '신속하고 유연한 서비스 확장 역량'
사실 필자는 이 포인트르 발견하고 안도감을 느꼈다. 스케일업 프로젝트 특성상 강점을 찾고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별 다른 차별성이 없으면 정말 막막하다. 위키박스를 분석하는 내내 그 막막함에서 헤매다가 한 줄기 빛처럼 찾아낸 핵심 역량이 바로 'S/W 경쟁력'이다. 위 그림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이 경쟁력은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쉽게 설명해보자. 이 무인택배함의 세탁서비스를 구두수선서비스로 확장한다고 가정해보자. 구두수선을 위해서는 App에 메뉴만 추가되면 된다. 어떤 업체든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등기 우편을 취급한다면? 우편물의 규격, 무게를 측정해야 한다. 보낸다고 하는 등기물이 파손없이 제대로 박스에 넣어졌는지도 알아야 한다. 주소도 입력하고 결제도 되어야 한다. 복잡해진다. 복잡한 만큼 H/W는 물론이고 App, Locker System 등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해당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일반적으로 6개월은 잡아야 하는데, 위키박스는 한달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이는 생활편의플랫폼이 서비스의 다양성, 고객지향적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충원의 어려움, 조직력의 한계
모든 스타트업(잘나가는 일부 업체는 제외)의 공통적인 문제일텐데, 위키박스의 위치는 부천이다. 업체 지명도나 급여, 복지 수준도 대기업의 그것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사업 성장 속도에 비해 인력 충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현재 17명의 조직이지만, 앞으로 갈 길에 비해서 개발, 영업, 기획, 서비스 등 여러 영역에서 조직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캐쉬카우인 솔루션공급사업과 미래 비전인 플랫폼사업 부문이 분리되어야 장기적 로드맵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플랫폼 사업을 위한 개발, 기획, 영업 등의 인력 충원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고객관계 (Customer Relationships) 분석
비즈니스모델에서 고객관계 분석의 포인트는 세가지다. '첫째, 신규고객 유입 방안이 명확한가?', '둘째, 재방문(재이용)의 이유가 명확한가?', '셋째, 추천을 유도하는 체계가 있는가?' 등이다.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해서 필자는 제대로 분석할 수 없었다. 위에 위키박스 비즈니스모델 도해를 보면, 고객관계가 텅 비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텅 비어 있을까. 위키박스는 솔루션 공급자로서 비즈니스모델을 갖추었지, 본격적으로 B2C 비즈니스 생활편의서비스 플랫폼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다. 분석할 것이 없으니 이대로 끝내면 좋겠지만, 독자들이 실망하실 것 같아 방향성이라도 제시해본다.
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하라!
네트워크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간편결제 서비스의 대명사 '페이팔(Paypal)'을 얘기해보자. 90년대말, 이들이 내놓은 '이메일을 통한 대금 결제 서비스'는 이전의 우편을 통한 수표 발송 방식과 비교해 결제 시간과 안정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사람들이 바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더딘 확산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주목한 시장은 이베이(e-Bay)의 파워셀러들이었고, 페이팔은 이들에게 마케팅을 집중했다.
이들이 이메일 대금결제 서비스를 체험하자, 곧바로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도대체 이걸 왜 안 쓰나, 당신 원시인인가?''라며 페이팔 사용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베이의 파워셀러 2만 명 중 3개월만에 25%, 6개월만에 60%가 페이팔을 사용하는 성과(피터 틸의 저서, Zero to One에서 발췌)를 만들었다. 고객이 자신의 필요로 인해 다른 고객에게 가입을 추천 또는 종용하는 이 현상, 그것이 바로 네트워크 효과다.
< 피터 틸(좌)의 페이팔과 일론 머스크(우)의 'X.com'이 합병해 페이팔은 더 크게 성장했다 >
다시 위키박스로 가보자. 무인택배함의 생활편의서비스는 세탁, 택배, 쇼핑 등이다. 이중 위에서 말한 네크워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서비스는? 필자가 보기엔 없거나 약해 보인다. 나열된 서비스들은 모두 비즈니스-개인간 거래라는 공통점이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개인간 서비스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생활편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수익모델(Profit Model) 분석
솔루션 판매형에 머물고 있는 수익모델
수익모델 또한 지금의 위키박스는 솔루션 공급자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무인택배함을 판매/설치하고, 이후 유지관리비와 서비스(세탁 등)의 중개료를 받는 형태다. 이중 실질적 매출은 무인택배함의 판매/설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생활편의 서비스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 위키박스의 솔루션 판매형 수익모델 >
플랫폼형 수익모델로의 전환
아래 그림은 생활편의플랫폼으로서 참여자(수요, 공급 모두)를 증가시키고, 따라서 고객의 편익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위키박스가 지향해야 할 수익모델 구조다. 위 솔루션판매형 구조와는 거의 반대 형태로 나타난다. 다만, 무료 판매/설치는 아주 공격적 전략을 선택했을 때 시나리오일 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위키박스 무인택배함이 가진 가격경쟁력(경쟁사 대비 30% 저렴)을 고려해 점진적 접근 또는 공세적 접근을 결정할 문제다. 그 결정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거나 경영진만의 판단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일정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과 반복적 테스트를 통해 아래 수익모델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한 후 움직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위키박스의 플랫폼형 수익모델 >
위키박스 분석을 마치며
한계를 알고 있는 경영자들
무인택배함 시장을 분석하면서 필자 나름대로 느낀 것을 종합하자면, 이 시장의 모든 경영자들은 솔루션 공급형 사업으로서 한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계의 모든 업체들이 단순한 솔루션 제공 업체가 아니라 무인택배함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비즈니스, 비즈니스-개인, 개인-개인간 물류서비스를 위한 생활플랫폼이 되고 싶은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러나 아직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업체는 없다. 그리고 생활서비스를 선정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해외 사례나 경쟁사 사례를 넘어서는 것은 없다. 왜 그럴까? 1편에서 언급했지만, 지금 너무 사업이 잘 된다. 당장 급한 발등에 불부터 꺼야 하기에 '이상 속 플랫폼'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먼저 움직이는 자가 이긴다!
비즈니스 영역 중에는 일부, 후발 주자(Fast Follower)가 선도사업자의 장단점을 분석해 기존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솔루션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무인택배함 시장에 대한 필자의 판단은 선도사업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 이유로는 첫째, 물리적인 택배함을 각 아파트 단지에 설치하면 들어내기가 힘들다(장기계약, 사용자 부가서비스 등 Lock-in 효과). 둘째, 자사의 무인택배함만 할 수 있는 독창적 서비스가 있다면 더욱 독점력을 발휘할 수 있다. 셋째,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먼저 많이 설치하면 참여자의 편익은 그만큼 증대되어 지속적 유입효과를 가져온다.
현재 솔루션 제공형 사업이 잘 된다고 여기에만 집중하는 회사는 그 유명한 코닥의 사례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가 없는 이때가 바로 미래를 향해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할 때다. 부디 위키박스가 그런 용기와 혜안을 가진 스타트업이 되길 바라며 분석을 마친다.
※ 위키박스에 대한 성장 아이디어, 조언, 따끔한 충고 등 의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inter-biz@naver.com 으로 메일을 부탁드립니다.
황현철 / 인사이터스 대표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무명의 반란을 응원하는 인사이터스컨설팅그룹의 대표. 무명의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모델 디자인, 시장성검증테스트, 시장수요발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컨설턴트 겸 소설 '비즈니스모델러' 저자.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