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새로운 가능성을 그린다, 캐논 EOS R

강형석 redbk@itdonga.com

캐논 EOS R.
캐논 EOS R.

[IT동아 강형석 기자] 모처럼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이 흥미롭게 흘러간다. 소니가 주름잡고 있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니콘과 캐논이 나란히 입성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라이카·시그마·파나소닉 세 카메라 브랜드가 연합해 하나의 통합 플랫폼(L마운트)을 바탕으로 각각의 색채를 담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본의 아니게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풍년이 될 예정이다.

시작은 니콘이 조금 빨랐다. 지난 9월 하반기에 Z7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캐논은 이보다 조금 늦은 10월 중에 EOS R을 출시할 예정. 이렇게 소니-니콘-캐논 카메라 3파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기 때문에 구매 및 기타 프로모션 등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다면 캐논의 새 미러리스 카메라, 그것도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품은 EOS R은 어떤 모습일까? 비록 양산 이전의 시제품이지만 앞서 만나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때문에 성능적인 부분보다는 외형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OS M의 연장선 같은 느낌

얼핏 보면 EOS M50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특히 상단 뷰파인더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라인이 유사한 느낌이다. M50은 수평이지만 EOS R은 약간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조금 다른 부분. 그래도 전반적인 라인은 EOS M50과 유사하다. 이 카메라 이후 DSLR도 꾸준히 출시되는 만큼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예상된다.

디자인은 캐논 EOS M50과 유사한 면이
있다.
디자인은 캐논 EOS M50과 유사한 면이 있다.

크기는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과 미러리스의 중간이다. 폭 135mm, 높이 98.3mm, 두께 84.4mm다. 커진만큼 손에 쥐는 맛은 좋아졌다. 그립부가 자연스럽게 손에 쥐어 쓰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안정적인 촬영에 큰 영향을 준다. 그 동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유심히 지켜봤으니 무엇이 부족한지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해 약 660g 가량. 현재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600g을 넘어서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무난한 수준이다. 하지만 휴대성 측면에서 본다면 카메라 3사 모두 경량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운트 직경과 센서와 렌즈가 닿는 거리(플렌지백)를 줄인 캐논 RF 마운트
플랫폼.
마운트 직경과 센서와 렌즈가 닿는 거리(플렌지백)를 줄인 캐논 RF 마운트 플랫폼.

EOS R도 새로운 RF 마운트라는 플랫폼을 제안한다. 기존 DSLR에 쓰이던 EF 마운트도 구조적으로는 아쉬움이 없었지만 거울을 없애고 크기를 줄이면서 광학 성능을 유지해야 되는 미러리스 시대에 맞춘 설계가 이뤄졌다. RF 마운트는 지름 54mm로 제법 길어져 대구경이지만 크기를 줄인 렌즈 설계가 가능하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 끝의 거리는 20mm 가량이다.

캐논이 함께 공개한 RF 28-70mm f/2 L USM은 대구경 마운트를 잘 활용한 예 중 하나라 하겠다. 그 동안 표준 줌렌즈에는 f/2.8 정도가 가장 밝은 조리개 사양이었지만 캐논은 이를 더 밝게 만들었다. 표준 줌 f/2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인상 깊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반적인 교환렌즈 가격의 인상이 유행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초기 도입 시기에는 대부분 중보급형보다 고급화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RF 렌즈도 공개된 4개 렌즈 중 3개가 고급형인 L 렌즈다. 이 부분은 캐논이 향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상단에 정보창을 제공하는 것은 니콘 Z 시리즈와
같다.
상단에 정보창을 제공하는 것은 니콘 Z 시리즈와 같다.

상단부 디자인은 매우 흥미롭다. 기존 캐논 DSLR의 느낌도 적고, 그렇다고 미러리스 카메라의 느낌을 가져온 것도 아니다. 일부 요소, 예로 다이얼로 전원을 켜고 끄는 구조는 기존과 다르지 않지만 모드 다이얼이나 일부 조작 버튼의 위치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그렇다고 조작 자체가 불편한 것이 아니고 손가락이 닿는 곳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다.

기능을 보면 셔터, 다기능(M-Fn), 명령 다이얼 2개, 녹화, 고정, 모드 변경, LCD 백라이트 점등 등이 있다. 버튼과 별도로 니콘 Z 시리즈, 라이카 SL 등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LCD도 적용했다. 촬영 모드와 셔터 속도, 감도, 노출, 배터리 잔량, 조리개 수치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조작 자체는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모드 버튼을 누르면 P(자동)/Av(조리개 우선)/Tv(셔터속도 우선)/M(수동) 등을 변경할 수 있는데, 그 외 연사 설정이나 감도 등 세부 설정을 변경하려면 조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본 설정으로는 M.Fn 버튼을 눌러 모드/연사/감도 등 설정 항목을 먼저 불러온다. 이후에 셔터 버튼 아래에 있는 명령 다이얼(검지)을 돌려 원하는 기능을 선택하고, 다시 엄지 손가락으로 하단의 명령 다이얼(LCD 옆 다이얼)을 돌려 세부 기능을 선택하는 식이다.

촬영 모드 변경을 제외하면 기타 기능을 불러오기 위해 조작을 2번 이상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금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성을 위해 가급적이면 사용자 지정 기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향후 펌웨어로 수정하거나 차기 제품에서 개선되었으면 한다.

저장매체로 SD 카드를
채택했다.
저장매체로 SD 카드를 채택했다.

저장 매체로는 SD 카드를 채택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저장매체로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신 제품들은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4K 영상 저장도 척척 해낸다. 초고속(UHS – Ultra High Speed) 규격이라면 초당 10MB(UHS-1)~30MB(UHS-2)씩 꾸준히 기록하는 수준. 용량도 가격대를 고려하면 16~64GB 사이로 다양하며, 128~512GB 등 대용량 매체도 있다.

후면에도 많은 버튼을 달지 않았다. 그만큼 직관적인 조작을 제공하고자
했다.
후면에도 많은 버튼을 달지 않았다. 그만큼 직관적인 조작을 제공하고자 했다.

후면부는 간결하면서도 필요한 것만 충실히 담아 넣었다. 거대한 디스플레이와 뷰파인더를 제외하면 버튼 수 자체가 많지 않다. 하나씩 보면 좌측 상단에 메뉴 버튼, 우측에는 초점(반셔터), 확대, 조리개 변경, 정보, 원형 조작 버튼 등이 있다. 이 외에 우측 하단에는 촬영한 이미지를 확인하는 리뷰 버튼과 삭제 버튼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뷰파인더 우측에 있는 터치 패드다. '다기능 바(Multi-Function Bar)'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좌우로 손가락을 쓸거나 한 번씩 터치하는 것으로 기능을 즉시 불러올 수 있다. 기능은 메뉴에서 지정할 수 있는데 초점 모드, 감도, 화이트 밸런스, 동영상 모드 설정 등 다양한 기능 지정이 가능하다. 다이얼을 통한 메뉴 지정은 조금 불편하지만 이런 요소를 적극 활용하면 쾌적하고 편하게 촬영 모드 설정이 가능하다. 단, 적응은 필요해 보인다.

동급 유일하게 회전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동급 유일하게 회전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뷰파인더와 디스플레이도 돋보이는 요소다. 뷰파인더는 약 369만 화소 사양의 QVGA OLED를 채용했다. A7R M3와 니콘 Z 시리즈와 동일한 사양이다. 배율은 0.76배로 동종 제품 중 낮은 수치지만 크기 자체로만 놓고 보면 여느 DSLR 뷰파인더 부럽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다. 액정도 약 3.15인치, 210만 화소 사양으로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후면, 수평 모두 회전 가능한 스위블 형태를 채택해 자유로운 촬영을 지원한다.

동급 뛰어난 '가성비', 잠재력 충분해

EOS R의 가격은 259만 9,000원에 책정됐다. 3,000만 화소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지만 2,400만 화소를 가진 제품(A7M3, Z6)과 비슷한 수준이기에 가격대 성능비 부분에 있어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아쉬운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판단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캐논 EOS R.
캐논 EOS R.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역시 니콘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관건이다. 전용 마운트(RF)에 대응하는 호환 렌즈의 수를 빠르게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이 쉽지 않을 듯 하다. 당분간은 EF 렌즈와 함께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양질의 렌즈들이 많으므로 어느 정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판매되는 것이 아닌, 내부 시험을 위해 만들어진 카메라이므로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독자들의 너른 양해 부탁하는 바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실제 EOS R이 출시된 이후 다시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