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대신 경험를 원하는 소비자, 가상현실도 함께 변한다
[IT동아 강일용 기자]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 패턴마저 변하고 있다. 최근 소비 패턴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이 '물질재(Material things)'보다 '경험재(Experiential things)'를 구매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15년 미국 상무부는 소비자들이 물건보다 경험하기 위해 쓰는 돈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발표한 상태다.
사람들이 자동차, 스마트폰, TV 같은 제품보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콘서트를 경험하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과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 등을 구매하는데 더 많은 돈을 쓰고있다는 얘기다. 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이 물질재보다 경험재를 구매할 때 더 행복을 느끼고, 더 신이 나며, 더 즐거운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소비자들이 행복을 얻기 위해 경험재를 사들이고 있다.
때문에 마케팅의 흐름도 변했다. 사람들이 경험재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경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이 마케팅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경험 마케팅은 기술과 경영의 결합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소비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을 매장이나 자사의 서비스로 유도하고 있다. 단순히 유도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매장 안에서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경험 혁신에 초점을 맞춘 VR
특히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 고의 열풍 이후 많은 기업들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대표적인 경험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경험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로이케아, 타미힐피거, 알리바바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이케아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집안의 인테리어를 구성해볼 수 있는 '이케아 가상현실 쇼룸'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케아 매장에 방문하면 원목 가구들 사이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찾을 수 있다. 이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실감나게 제작된 가상 쇼룸 속에서 이케아의 가구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쇼룸에서는 가구의 색상과 위치를 손 쉽게 바꿀 수 있고, 해당 가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다른 가구로 바꿔볼 수도 있다. 벽지의 재질이나 색도 변경할 수 있고, 낮과 밤의 시간차에 따른 분위기 변화도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가구만 보지 않고, 실제로 방안에 해당 가구를 가져다 두면 어떻게 되는지 전체적인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 소비자는 가상 쇼룸에 비치된 가구가 좋은지 싫은지 피드백도 전달할 수 있다. 가상 쇼룸에서 미리 가구를 체험함으로써 소비자는 구매 실패를 줄이고, 실제 가구를 배치할 때 낭비되는 시간과 노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연히 이케아의 매출도 그만큼 늘어난다.
타미힐피거는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모델들의 런웨이를 감상할 수 있는 가상현실 패션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기만 있으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나, 집에 있는 고객 모두 패션쇼에 참가한 것처럼 360도로 런웨이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일반 고객이 패션쇼를 감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패션 채널에서 하는 방송도 패션쇼에 대한 고객의 열망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패션쇼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패션쇼를 모든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장감은 패션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인 볼보는 고객들이 실제 차를 운전하는 것 같은 시승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 앱을 출시했다. 8개의 카메라로 10km 정도의 길을 촬영해 소비자들이 실물 자동차를 타보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상거래 사업자인 알리바바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경험 마케팅면에서도 선두주자다. 이미 지난 2016년 12월 가상현실을 활용한 쇼핑 시스템을 선보였다.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알리바바 앱을 실행하면 가상으로 만든 백화점이 소비자의 눈 앞에 펼쳐진다. 가상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물건을 둘러보고, 패션쇼와 같은 각종 이벤트를 체험한 후 실제로 해당 물건을 즉시 구매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놈매직(GnomeMagic)이라는 이름의 가상현실 연구소를 설립해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AR
가상현실이 시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어 사용자에게 다채로운 온라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증강현실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불분명하게해 고객에게 보다 충실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한다. 사실 기업들은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경험 마케팅을 더 선호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를 올릴 수 있고, 별도의 가상현실 기기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겐다즈는 ‘콘체르토 타이머’라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경험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아이스크림 통 뚜껑의 코드를 비추면 뚜껑 위에 연주자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공연 끝나면 아이스크림은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녹는다.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알려주고,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한 아이디어다.
일본 도쿄신문은 ‘부모와 자녀가 함게 보는 미래의 매체’라는 이미지 브랜딩에 증강현실을 활용했다. 부모가 보던 신문을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한자와 외래어가 아이들도 읽기 쉬운 히라가나로 훈독된다. 이러한 경험 마케팅 덕분에 도쿄신문의 앱 다운로드율은 2100% 가까이 증가했다.
경험 마케팅 사례에서 스타벅스의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스타벅스는 알리바바와 제휴해 지난해 12월 상하이에 약 840평 규모의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인 ‘더 로스터리(The Roastery)’를 개장했다. 이 매장은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증강현실 경험 마케팅을 도입했다. 스마트폰으로 더 로스터리 앱을 실행한 후 매장을 비추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커피 원두의 종류, 커피를 만드는 방식, 커피추출기에 따른 맛의 차이 등을 증강현실로 경험할 수 있고, 매장 내에 배치된 중국의 다양한 기념품들의 이름과 유래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얼마 전 증강현실을 활용한 경험 마케팅 사례에 한 획을 그을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월 8일, 알리바바 산하의 쇼핑몰 ‘타오바오(Taobao)’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전 세계 최초로 혼합현실(MR) 쇼핑몰을 개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혼합현실이란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실감하는 증강현실 기술을 의미한다. 중국 항저우 일대에 세워지는 ‘타오바오마이아(Taobao maia)'는 모든 쇼핑이 증강현실로만 이뤄지는 쇼핑몰이다. 소비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헤드셋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쇼핑몰에 들어서면 곳곳에 진열된 상품의 홀로그램을 통해 상품의 정보를 얻은 후 이를 구매할 수 있다. 타오바오마이아는 제품 진열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이 무인화되어 있다. 소비자는 단지 증강현실 헤드셋을 끼고 매장에 입장해서 제품을 서비스를 경험한 후 다시 헤드셋을 반납한 후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받아서 퇴장하면 된다. 경험, 구매, 지불이라는 모든 절차가 자동화된 미래의 쇼핑몰인 셈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한 경험 마케팅으로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모든 온라인, 오프라인 서비스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내년 3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기의 완전한 무선화를 이뤄줄 5G가 상용화되면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이 글은 동아일보(DBR 포함)와 네이버가 합작해서 세운 인터비즈(네이버 비즈니스)가 제공한 ‘최신 기술과 결합한 경험 마케팅 사례’, ‘경험을 파는 경험 마케팅의 시대’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