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의 광고 정책... 불편해지는 사용자들
[IT동아 강일용 기자]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와 비교해 갖는 이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광고 송출 시간이 적다는 것이었다. 짧으면 15초에서 길면 30초 정도의 광고를 봐야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와 달리 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는 5초 정도 광고를 보면 해당 광고를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네이버 브이 등 몇몇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역시 이러한 정책을 벤치마킹해 5초 정도 광고를 보면 광고를 스킵할 수 있었지만, 가끔 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하는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와 경쟁해 힘에 부쳤다. 하지만 유튜브, 트위치, 넷플릭스 등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가 광고 정책을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함에 따라 광고 시청 시간이 짧다는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의 이점이 상당 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사용자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유튜브가 '건너뛰기(광고 스킵)' 할 수 없는 광고 시스템을 모든 채널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3일 유튜브는 자사의 광고 채널인 '크리에이터 인사이더'에 광고가 시작되고 5초 후에도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에 대해 소개했다. 이 영상을 통해 유튜뷰는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는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약속하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유튜브에는 오래 전부터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 시스템이 존재했다. 하지만 불편함에 따른 사용자들의 반발로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고 있는 상태였다. 창작자들 역시 구독자수가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를 자신의 영상에 적용하는 것을 꺼렸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창작자에게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를 오픈하지 않고 일부 유명 창작자에게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해당 영상 공개와 함께 유튜브는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 시스템을 모든 창작자에게 공개했다. 유튜브 광고주들은 창작자가 일반 광고 대신 건너뛰기가 불가능한 광고를 삽입할 경우 더 많은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당장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 시스템이 전면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광고를 스킵할 수 있는 일반 광고에 시청자들이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 하지만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창작자들이 건너뛰기를 할 수 없는 광고를 채택하는 비율이 늘어나면 결국 어쩔 수 없이 광고 스킵이 불가능한 환경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와 비교해 갖는 강점 하나가 이렇게 서서히 사라지고, 사용자들은 영상 시청에 앞서 오랫동안 틀어주는 광고에 불편함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광고 건너뛰기를 없애는 흐름을 유튜브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유튜브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평가받는 트위치도 받아들이고 있다. 트위치는 오는 14일부터 '트위치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제공하던 광고 건너뛰기 기능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치 프라임은 트위치의 모회사인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회원 서비스다. 광고를 건너 뛸 수 있고, 매달 신규 게임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북미 지역의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트위치는 광고 건너뛰기 기능을 없애면 창작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당 정책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북미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트위치의 정책 변경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광고 건너뛰기 같은 부가기능을 보고 트위치 프라임에 가입했는데, 트위치가 임의로 해당 기능을 삭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트위치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매달 한 명의 창작자를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고, 8.99달러를 내고 트위치 터보에 가입하면 모든 창작자의 채널을 광고 없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트위치 프라임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광고 건너뛰기 기능을 9월부터 추가 비용을 내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유료 동영상 업계의 강자인 넷플릭스 역시 광고 없이 모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깨고 콘텐츠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하나의 콘텐츠를 모두 감상하고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는 도중 넷플릭스가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알리는 영상을 송출하는 광고를 실험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거금을 들여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청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다. 사용자들은 넷플릭스는 이미 유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이러한 중간 광고를 넣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금이 다름없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익 확보와 양질의 인프라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유료 구독 모델과 광고 분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장에 경쟁자라고 할만한 곳이 사실상 없다보니 이렇게 반사용자적인 정책도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이 사용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