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 시대... 가격이 관건?
[IT동아 강일용 기자]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동통신 3사가 통신 요금 개편에 나섰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그동안 속도 제한(QoS)에 묶여 이름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였던 기존 요금 시스템을 폐기하고 속도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진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인 것에 있다.
속도 제한이란 특정 헤비 유저(진성 사용자)가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켜 무선 통신망 전체가 느려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특정 용량까지는 LTE망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모두 제공하지만, 그 용량을 초과해서 사용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를 1~5Mbps(0.125~0.625MB/s) 정도로 제한해 통신망에 걸리는 부하를 줄인다. 기존 무제한 요금제는 대부분 이러한 속도 제한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LG유플러스가 속도 제한을 푼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SK텔레콤과 KT도 완전 무제한 요금제와 중저가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1일 LG유플러스는 더 저렴한 가격의 완전 무한 요금제와 중저가 요금제를 추가로 선보였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이동통신 3사는 왜 그 동안 금기시되었던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인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따로 속도 제한을 걸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LTE망이 고도화되었기 때문이다. 촘촘하게 깔린 LTE망 덕분에 헤비 유저가 트래픽을 과도하게 일으켜도 일반 사용자에게 우회 통로를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5G 상용화다. 내년 3월 5G가 상용화되면 5G로 이동하는 사용자가 나올 것이고 그만큼 사용자가 분산되어 통신망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수요 증가다. 유튜브, 네이버TV, 아프리카TV, 푹, 넷플릭스, 트위치 등 모바일로 고품질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어났고, 이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제한 없이 즐기길 원하는 사용자들의 열망이 증대되고 있다. 속도 제한이 걸릴 경우 해당 콘텐츠를 감상할 수는 있지만, 화질이 떨어지거나 영상이 끊기는 등 감상에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속도 제한없이 인터넷 무제한 이용... 7만 원대 요금제로 포문 연 LG유플러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LG유플러스다. 지난 2월 속도와 용량에 제한이 없는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월 8만 8000원에 출시한데 이어 21일 마찬가지로 속도, 용량 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7만 8000원에 선보였다. 비디오포털, 지니뮤직앱, LG유플러스영화,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 등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혜택도 함께 제공한다.
두 요금제의 차이는 테더링이나 데이터 주고받기 같은 나눠쓰기 데이터 제공량의 차이다. 8만 원대 요금제는 월 40GB, 7만 원대 요금제는 월 15GB의 나눠쓰기 데이터를 제공한다. 외부에서 노트북 사용이 잦거나, 집에 따로 유선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은 사용자는 8만 원대 요금제를, 그렇지 않은 사용자는 7만 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신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함께 월 4~6만 원대의 중저가 데이터 요금제 4종과 3만 원대 기본 데이터 요금제 1종도 출시했다. 둘 다 문자와 음성 통화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월 6만 9000원 요금제는 매일 5GB씩 월 최대 155GB의 데이터 용량을 제공한다. 경쟁사의 동일 요금제와 비교해 가장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헤비 유저는 하루 평균 5GB의 데이터를 이용하는데 이에 맞춰 하루 사용량을 정한 것이다.
출퇴근 또는 취침 전에 영화나 드라마 1~2편을 시청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자주 감상하는 사용자에게 유리하다. 하루 또는 한달 데이터 사용량을 초과하면 1Mbps로 속도가 제한된다. 고품질 동영상 재생은 무리지만, 저품질 동영상이나 일반 웹 서핑은 아무런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월 5만 9000원, 4만 9000원 요금제는 각각 월 6.6GB와 3GB의 용량을 제공한다. 데이터 소진 후에는 1Mbps로 속도가 줄어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LTE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6~7GB 수준이다. 5만 원대 요금제는 이러한 일반 사용자의 평균에 맞춰 데이터를 제공한다.
월 4만 4000원 요금제는 월 2.3GB를 제공하며, 데이터 소진 후 400kbps로 속도가 제한된다. 월 3만 3000원 기본 데이터 요금제는 1.3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소진 후 데이터 사용이 차단된다. 두 요금제는 동영상보다 가벼원 웹 서핑과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만 이용하길 원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김새라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 상무는 "기존 데이터 요금제는 4~5개 구간에 불과해 선택의 폭이 좁았다"며,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 패턴을 분석한 후 이에 맞춰 7개의 신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골라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는 8만~10만 원으로 무제한 이용... 상대적으로 비싼 점이 아쉬워
SK텔레콤과 KT도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가격이 LG유플러스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KT의 경우 4개의 신규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8만 9000원 요금제는 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월 6만 9000원, 4만 9000원 요금제는 각각 월 100GB, 3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데이터 소진 후 속도 제한이 걸린다. 3만 3000원 요금제는 월 1GB의 데이터만 제공하는 기본 요금제다.
SK텔레콤의 경우 5개의 신규 요금제를 출시했다. 10만 원 요금제는 속도 제한 업싱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7만 9000원, 6만 9000원 요금제는 각각 월 150GB, 100GB의 데이터 용량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데이터 소진 후 속도 제한이 걸린다. 5만 원 요금제와 3만 3000원 요금제는 각각 월 4GB, 1.2GB의 데이터 용량을 제공한다.
이동통신 3사가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이것이 유선 없이 무선만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눠쓰기 데이터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데이터 요금제보다 제공하는 나눠쓰기 데이터의 한도가 크게 늘어난 만큼 과도하게 파일을 내려받는 행위만 자제하면 유선 없이 무선만으로 인터넷에 접근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