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덕의 '법+IT'] IT기술과 법의 '줄탁동기'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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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기(啐啄同機): 새가 알에서 부화해 깨어나려면, 알 속의 새끼와 알 밖의 어미가 동시에 알을 쪼고 깨야 한다는 뜻.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도 함.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혹은 억울한 사연이 있을 때 흔히 변호사를 찾는다. 그런데 어떤 변호사를 찾아가야 할까. 좋은 대학을 나온 변호사? 전관인 변호사? 오래 알고 지낸 변호사? 대학 동문 변호사? 혈연관계의 변호사? 여러 가지 판단 결정의 변수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실은 '승소율'이다. 변호사가 최근에 어떤 종류의 사건을 다뤄왔으며, 얼마나 승소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만 이를 적극 홍보하는 변호사는 알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 정보는 대개 사건의뢰인들이 쥐고 있는데 이게 그들에게만 갇혀 있기 때문이다.

수임료나 성공보수의 문제도 사실은 법조 서비스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데, 이 역시도 공개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수임료는 높으면서 승소율은 낮은 변호사를 걸러 내기가 쉽지 않다. 법률 분쟁 경험이 없는 사람이 법조 인력시장에 들어서면, 무엇을 어찌 해야 하는지 예비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하기에 비교 대상이 없다.

그 와중에 수임료는 책정된다. 받은 수임료보다 적은 비용으로 영수증 처리해 세금을 덜 내려는 변호사도 있기 때문에, 공식적 자료로는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어느 정도 받는지 알 길이 없다. 필자도, 이른 바 '소비자의 권리를 수호한다'는 명분의 직책과 명성을 가진 변호사도 버젓히 수임료를 깎아 적은 로펌영수증을 제출한다는 걸 확인하고 모골이 송연했던 적이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정직하게 묵묵히 일하는 변호사가 법조시장에 드러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이지만, 자신의 실체를 얼마든지 감추기 쉬운 상황이 아닌가. 필자가 아는 한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성희롱을 자행하다 사건을 그냥 접어 버리고, 수임료도 당연히 반환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억울한 마음에 여기저기 진정을 내는 의뢰인을 정신이 이상한 여자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결국 나중엔 이 의뢰인의 사건을 맡겠다는 변호사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변호사를 걸러낼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법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도 마찬가지다. 변호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자신들의 능력과 상관 없이, 허위홍보성 보도로 인해 일감을 뺏어가는 경쟁자를 제어할 장치가 없는 것이다.

굳이 소송까지 가는 사건이 아니더라도, 충실한 법률 조언을 통해 최소의 비용만으로 적확하게 처리하는 변호사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일단 소송을 하는 방향을 잡고 수임료부터 받아 챙기는 변호사를 걸러내기가 어렵다. 대개 변호사들은 가급적 소송을 피하고 대화로써 분쟁상대와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언하는데, 일부 변호사들은 소송장부터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알지 못한 채 변호인을 선임하는 의뢰인 입장이 고려돼야 하고 보호돼야 하는 최우선 대상이다.

법원이 정해지고 그 법원을 기준으로 승소율이 가장 높은 변호사를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판사가 정해지고 그 판사를 기준으로 승소율이 가장 높은 변호사는 또 어떻게 골라낼까? 혹은 의뢰인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의 기준에 가장 적합한 변호사가 누구일까?

이런 질문에 답을 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면 어떨까. 고민하며 하소연하는 시간에, 앱으로 변호사나 사건, 판례, 수임료 수준, 변호 평가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앱이 있다면 근심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시작점은 일반 법률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앱이다. 맛집 평가 앱처럼, 상담료와 상담의 질을 평가하는 앱이 있다면 그 결과는 금방금방 쌓인다. 소송이라면 판결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상담은 기본 30분 안에 마치게 되고, 이를 바로 후기로 적어 평점을 매길 수 있다. 작은 걸음이지만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다.

그 다음 승률을 기록하려면, 더 많은 단계가 사실은 요구된다. 해당 변호사의 승소가 사실인 경우에 승률이 기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나 기록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은 가짜 기록이 된다. 게다가 해당 변호사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 패소가 아닌데, 패소로 기입하는 게 가능한 시스템이라면 어떤 방향으로도 침해가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판결문이다. 판결문에 소송대리인의 이름이 있다. 그 판결문은 버스노선, 전철노선, 날씨정보, 등과 같은 공공의 정보인데, 그걸 가공하는 것이 앱 개발자들의 몫이다.

다만, 1심부터 2심, 3심에 이르는 기록을 모두 다 들춰서 축적하는 건 당장의 효용가치가 있지는 않다. 앱을 이용하는 당사자가 치르는 심급이 어디에 속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 심급별로 의미가 같다고 볼 수 없다. 1심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이며, 2심은 1심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법률 쟁점이 있는지 검토하며, 그걸 파악하지 못한 1심의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또한 대법원의 판단은 법률을 잘못 적용한 오류가 없는지 알아보는 서류 상의 재판이라, 사실상 재판을 치르는 당사자가 느끼는 부담감도 다르고 투입되는 비용에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대로, '특정 법원' 기준으로 주어진 정보가 중요하다.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나누고, 민사, 형사, 행정소송 등으로 분류해서 변호사를 알아보도록 하는 게 의뢰인을 위한 맞춤서비스가 된다. 각 분야별로 해당 법원에서 나오는 판결문을 최대한 수집해, 어느 로펌에서 어떤 변호인들이 승소를 최근 몇 년간 해오고 있는지 경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이어지는 법조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법조 서비스 앱이 개발될 때 우리가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구축되는데, 이것이 바로 '정의실현'이라 생각한다.

데이터를 꾸준히 가공하고 다듬으면 법관의 성별과 나이, 출신지역, 판결성향 등의 윤곽이 그려진다. 또한 피고인의 성별과 나이, 재력, 지역, 학력 등과 검사의 공소내용을 비교해 데이터로 축적하면,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진실을 가리는 건 시간문제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정의를 추구하는 방법은, 이런 거국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천천히 정확하게 옮겨놓는 걷기운동 같은 방법이다. 기술을 가진 이라면 지금부터 판례 검색이 가능한 웹사이트부터 열어보길 권한다. 거기에서 주어지는 이름과 숫자 등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사법부의 도덕적 해이가 어찌 국민들에게만 위협이 되고 억울함이 되겠는가. 이는 정의를 수호하려는 본분을 가진 이들에게도 똑같은 위협이며 억울함이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새끼 새와 어미 새가 합심하여 알을 쪼고 깨야 한다. 사법부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기득권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반기를 드는 청렴한 법관들이 알을 깨고 나오려 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주인이며, 국가의 최고 권력을 낳는 모체이기도 하다. 사법부의 도덕적 해이라는 알을 밖에서 깨줄 수 있는 지금 이 시점, 이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글 / 칼럼니스트 장연덕 (nutsberrypie@gmail.com)

장연덕
컬럼니스트
장연덕 컬럼니스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재난과 범죄,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위험) 등을 해결할 방법을 연구했다. IT업계로 진출해 플랫폼/어플리케이션 개발 기업을 창업, 운영하면서 틈틈이 칼럼과 책 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보다 국가현안/민생문제 해결 속도가 더 빨라지길 바라는 1인.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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