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확실히 빨라졌다. WD 블랙 3D NVMe SSD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은 하드웨어 관련 지식이 적은 일반 소비자라도 'SSD를 달면 PC가 빨라진다더라' 정도는 알고 있는 듯 하다.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반도체 기반의 저장장치로, 자기디스크 기반의 저장장치인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비해 확연하게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다. 저장장치가 빨라지면 시스템 전반의 체감 성능은 당연히 크게 향상된다. 최근 출시되는 PC 중에 태반이 SSD를 달고 나올 정도로 SSD의 대중화는 본 궤도에 올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SSD가 달렸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보다는 '어떤 SSD가 달렸는가'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전의 일반적인 SSD라고 한다면 노트북용 HDD와 비슷한 크기의 2.5인치 폼팩터에 SATA 인터페이스 기반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손가락 하나만한 크기의 M.2 폼팩터에 내부적으로 초고속 데이터 전송기술인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를 적용한 SSD가 주목 받고 있다.
기존의 SATA SSD는 인터페이스의 최대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 한계 때문에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최대 500~600MB/s 전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NVMe 기술을 적용한 SSD 중에는 1,000MB/s를 넘어 2,000~3,000MB/s의 속도를 내는 제품도 있다. 향후 기술 개선을 통해 이 이상의 성능을 내는 NVMe SSD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웨스턴디지털의 WD 블랙(Black) 3D NVMe SSD 역시 SSD의 발전상을 체감할 수 있는 제품 중 하나다.
기존 SATA SSD의 한계를 극복한 NVMe SSD, 그 중에서도 최상위
WD 블랙 3D NVMe SSD는 물리적으로는 M.2 규격, 내부적으로는 NVMe 기술을 적용한 SSD 제품이다. 너비 22mm, 길이 80mm의 이른바 2280 폼팩터로, 최근 출시되는 신형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메인보드의 상당수가 이를 지원한다. 참고로 M.2 SSD 중에서 내부적으로는 SATA 기반으로 구동하는 제품도 있으므로 구매 시에 유의하도록 하자. M.2 SSD라고 하여 모두 NVMe를 지원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SATA 기반 M.2 SSD는 당연하게도 기존 SATA(2.5인치) SSD 수준의 성능밖에 내지 못한다.
WD의 NVMe기반 M.2 SSD를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 ‘WD 블랙(Black) PCIe’라는 이름으로 1세대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물론 그 제품 역시 최대 2050MB/s의 읽기 속도, 최대 800MB/s의 쓰기 속도(512GB 모델 기준) 수준의 고성능 제품이긴 했지만 경쟁사의 NVMe SSD에는 다소 미치지 못해 다소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신제품인 WD 블랙 3D NVMe SSD는 최대 3,400MB/s의 읽기 속도, 최대 2,800MB/s의 쓰기 속도(1TB 모델 기준)를 발휘한다. 이는 동급 최상위 수준의 성능이다.
600 TBW의 수명 보장하는 3D 낸드 탑재
WD 블랙 3D NVMe SSD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3차원(3D) 방식으로 셀(저장 소자)을 적층한 3D 낸드를 이용해 제조된 제품이다. 이는 기존의 2D 낸드에 비해 적은 공간에 한층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덕분에 1세대 제품(최대 512GB)에는 없던 1TB 모델도 출시되었다.
다만, 적층 수준이 높아질수록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2018년 5월 현재, 웨스턴디지털 그룹(WD, 샌디스크, HGST 등)은 96단 3D 낸드까지 개발에 성공한 상태이니 기술 수준은 높은 편이다. WD 블랙 3D NVMe SSD에는 이보다 한단계 낮은 64단 3D 낸드를 적용했는데, 안정성이나 내구성 측면에선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제조사에서 밝힌 WD 블랙 3D NVMe SSD의 수명은 1TB 모델 기준, 600 TBW(Total Bytes Written)까지 보장한다. 이는 총 600TB 용량의 데이터를 쓰고 지우는 작업을 할 때까지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매일 100GB씩 기록하는 극히 가혹한 환경에서도 15년 이상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니 수명 걱정은 거의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컨트롤러까지 자체 개발, 차별화에 주목
참고로, 상당수의 SSD 제조사들이 외부업체(마벨, 파이슨, 실리콘모션 등)에서 콘트롤러(제어기)를 납품 받아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곤 하는데, WD 블랙 3D NVMe SSD의 경우는 낸드, 컨트롤러, 펌웨어를 비롯한 모든 핵심 구성품을 자체적으로 개발, 1세대 제품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WD 블랙 3D NVMe SSD는 용량에 따라 250GB, 500GB, 그리고 1TB 모델로 나뉘는데, 용량이 클수록 읽기/쓰기 속도 및 수명이 더 우수하다. 전체 용량이 큰 SSD일수록 한번에 더 많은 수의 셀에 골고루 접근하므로 읽기/쓰기 속도가 향상되고 각 셀의 수명 역시 고르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WD 블랙 3D NVMe SSD 외의 타사 SSD도 마찬가지 이므로 참고해두자. 이번 리뷰에선 최상위 제품인 1TB 모델을 이용했다.
기존 제품, 일반 SATA SSD와의 성능 비교
제품의 대략을 확인했으니 이번엔 실제로 써보며 성능을 확인해볼 차례다. 인텔 코어 i7-8700K 프로세서에 16GB DDR4 메모리, 에이수스의 STRIX Z370G Gaming 메인보드 등으로 구성된 윈도우10 64비트 기반 PC를 이용했다. WD 블랙 3D NVMe SSD 1TB의 비교대상이 되는 기존 NVMe SSD로는 2017년형 제품인 WD 블랙 PCIe SSD512GB, 일반 SATA SSD로는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 1TB 모델을 준비했다.
우선은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데 이용하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크리스탈디스크마크(CrystalDiskMark)를 구동해봤다. 테스트 결과는 제조사에서 밝힌 사양과 거의 비슷하다. 특히 SSD의 전반적인 성능을 나타내는 Seq Q32Ti(순차적 묶음 전송속도)의 경우, WD 블랙 3D NVMe SSD는 기존의 SATA SSD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며, 불과 1년 전에 출시된 기존 NVMe SSD에 비해서 읽기 속도는 2배, 쓰기 속도는 3배 이상 향상되었다. 그 외에 실질적인 체감 성능과 반응 속도의 지표가 되는 4K Q32T1(4KB 단위 묶음 전송속도)와 4K(저용량 파일 전송속도) 역시 상당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벤치마크 수치가 실제 이용하며 느낄 수 있는 체감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몇 가지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동해보며 성능을 측정해봤다. 우선 포토샵 소프트웨어를 이용, 800만 화소 수준의 사진 100장을 한 번에 불러오는 테스트, 그리고 게임 로딩 성능을 가늠해 보기 위해 파이널판타지 15 벤치마크를 실행, 이에 걸리는 시간도 측정해봤다.
테스트 결과는 예상대로 WD 블랙 3D NVMe SSD가 가장 빨랐으며, 기존 SATA SSD가 가장 느린 속도를 발휘했다. 다만 그 차이가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에서 측정된 수치만큼 극적이진 않다. 소프트웨어의 구동속도는 단순히 저장장치의 성능 외에도 해당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이나 기타 하드웨어의 성능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일을 직접 복사해보며 작업을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도 측정해봤다. 10GB 정도 용량의 단일 파일, 그리고 총 1만개 정도의 저용량 파일이 담긴 10GB 정도의 폴더를 복사해 봤다. 복사하는 전체 용량이 같더라도 파일의 수가 많을수록 전송속도는 느려 진다. 특히 저용량 다수 파일을 복사할 때 걸리는 시간이 짧은 저장장치일수록 시스템 전반의 체감 성능을 높이는데 유용하다.
테스트 결과는 인상적이다. 단일 파일을 복사할 때 걸린 시간은 WD 블랙 3D NVMe SSD가 기존 NVMe SSD에 비해 2배 이상, SATA SSA에 비하면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복사 작업을 마쳤다. 다수 파일을 복사할 때는 이보다 차이가 줄긴 했지만 다른 두 제품에 비해 확연하게 빠르다는 점은 변함없었다.
발열은 개선되었나?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빨라진 것 외에 또 한가지 개선된 점이 있는데 바로 발열이다. NVMe SSD는 기존 SATA SSD에 비해 고속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열을 내곤 한다. 발열은 내구성 및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몇몇 업체들은 SSD용 방열판을 따로 팔기도 한다.
약 30분 정도 동일한 파일 복사 작업을 한 후, 저장장치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인 크리스탈디스크인포(CrystalDiskInfo)를 이용해 SSD의 온도를 확인해봤다. WD 블랙 3D NVMe SSD는 섭씨 40℃ 전후의 온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SATA SSD 보다는 10℃ 정도 높지만, 기존 NVMe SSD 보다는 10℃ 정도 낮은 수준이다. 불과 1년만의 신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개선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WD SSD의 괄목할 만한 발전, 향후 제품도 기대할 만
WD 브랜드의 SSD가 시장에 등장한 지 이제 2년 정도 되었다. 초기의 WD SSD는 쓸 만은 하지만 타사 제품과 구별할 만한 매력도 그다지 없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WD 블랙 3D NVMe SSD의 경우, 성능 면에서 업계 수위를 다툴 만 하며, 발열 면에서도 안정화되어 한층 살 만한 제품이 되었다. 특히 이 제품부터 낸드 및 컨트롤러, 펌웨어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에 향후 제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보증 기간은 5년, 제품 가격은 정가 기준으로 250GB 모델이 14만 9,000원, 500GB 모델이 27만 9,000원, 그리고 1TB 모델이 58만 9,000원이다. 일반 SATA SSD에 비하면 2배 정도의 가격이지만, NVMe SSD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전작에 비해 성능 향상폭이 큰 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거의 같으니 산다면 신형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