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 "VR과 AR 속에서 공간 데이터를 찾았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4년 6월, 처음 창업한 '어반베이스'라는 스타트업은 이듬해 4월 10억 원 상당의 시드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당해 12월 한국데이터진흥원이 선정하는 '2015 K-GLOBAL DB-Star 300'에 선정되었고, 2016년 7월 자체 개발한 'Auto Modeling, Machine Learning' 기술을 국내 특허에 등록하며 홈디자이닝 VR 서비스 'Urbanbase'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해를 넘겨 2017년에는 사업 고도화에 힘썼다. 2017년 5월 국내 특허 등록한 기술을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에서 해외특허 출원을 완료한 뒤, 7월 총 21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몇 년간 열심히 달려온 한 스타트업의 성과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을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관련 기술을 개발, 관련 앱을 선보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스타트업의 하진우 대표는, 사실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그는 경희대 건축공학을 졸업한 뒤, (주)명승건축그룹과 (주)서울건축에서 일한 '건축가'다.

(건물을 짓기 위해 도면과 씨름하던) 건축가가 VR, AR 기술을 담은 앱과 서비스를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건축가였기에 'Unbanbase'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좌)와 김한솔 모바일 엔지니어
팀장(우)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좌)와 김한솔 모바일 엔지니어 팀장(우)

<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좌)와 김한솔 모바일 엔지니어 팀장(우) >

공간을 데이터로, 데이터를 VR/AR로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어반베이스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한다.

하진우 대표(이하 하 대표): '세상에 있는 모든 공간을 가상세계에 담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어반베이스다. 가상세계를 현실과 융합하는 기술을 통해 '공간' 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음… 사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어려워하신다(웃음).

예를 들어보겠다. 집을 구하려고 포털에서 부동산을 검색하면, 아파트나 빌라 등의 건축도면을 볼 수 있다. 건축도면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적은 2D다. 여기서 시작했다. '만약 2D 건축도면을 3D로 볼 수 있다면?'라고 말이다.

어반베이스는 건축도면을 단 몇 초만에 3D로 재현하는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전국 아파트 단지 가운데 70%(약 451만 가구)의 3D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LG전자, 일룸, 제로웹, 카레클린트 등 30여개의 부동산 플랫폼, 가전/가구 및 인테이러 브랜드와 기술 제휴도 맺고 있다.

IT동아: 건축도면만 있으면 3D 데이터, 모델링을 추출하는 기술과 해당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찾은 것인가.

하 대표: 맞다. 그리고 플랫폼을 꿈꿨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인 등 건축 업계 관련자부터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많은 사람이 집단지성으로 참여해 2D 건축도면을 3D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했다.

어반베이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실제 공간의 도면을 단 몇 초만에 자동으로 3D 공간으로 재현한다. 도면이 그려진 그림파일을 얹어 놓으면 프로그램이 미리 입력된 건축법규와 그간 학습한 건축도면 정보에 따라 3D 입체도로 복원하는 구조다. 이렇게 변환된 3D 데이터에 벽면이나 재질 등을 사람이 직접 바꿔볼 수 있다.

하진우 대표가 어반베이스 VR 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하진우 대표가 어반베이스 VR 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하진우 대표가 어반베이스 VR 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처음에는 비교적 도면 확보가 쉬운 아파트에 집중했다. 연도마다 유행하는 아파트 건축기법이 있다. 준공년월이 90년도면 1층의 높이는 2,200mm지만, 요즘에는 2,300mm인 식이다. 평균적인 데이터를 적용해 창문 턱 높이 등을 산출한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설계할 때 해당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에 착안했다.

물론, 자세한 수치는 이후에 보정할 수 있다. 내부에서 자동으로 산출되는 3D 데이터를 '목업 단계'라고 말하는데, 90% 정도는 일치한다. 나머지 10%는 사용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다.

어반베이스 VR 데이터 변환 과정, 출처:
어반베이스
어반베이스 VR 데이터 변환 과정, 출처: 어반베이스

< 어반베이스 VR 데이터 변환 과정, 출처: 어반베이스 >

내 집 구조를 마음대로 꾸며볼 수 있다면

IT동아: 사용자가 직접 바꾸거나 꾸밀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하 대표: 창문이나 벽지, 벽면 재질 등을 바꿀 수 있고, 원래 있던 벽을 허물거나 위치 변경 등을 간단하게 작업할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인테리어 시공업체 등이 참 좋아한다(웃음). 실제로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인테리어 업체 운영자들이 많이 이용하신다.

IT동아: 지금까지 어반베이스가 보유한 공간 데이터가 궁금하다.

하 대표: 전국 아파트 거주자 중 70%에 해당하는 건축도면 즉, 3D 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유명 N사 포털에서 운영하는 부동산 서비스에서 공개되어 있는 아파트 데이터는 모두 가지고 있다.

IT동아: 어떤 생각으로 어반베이스를 생각한 것인지 궁금하다.

하 대표: 처음에는 그냥 구글 맵을 모방했다. 구글 맵은 실외 공간을 수집하지 않은가. 구글 맵으로 세계 여행을 떠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대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말이다.

당시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막연하게 미래에는 실외 공간이 아닌 실내 공간을 담은 플랫폼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런 서비스는 없더라. 그래서 어반베이스를 만들었다. 2D를 3D로 자동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 모델은 이후에 생각했다. 데이터를 모으면 어딘가에는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웃음).

건축도면으로 생성된, 아무것도 없는 3D 데이터에서, 출처:
어반베이스
건축도면으로 생성된, 아무것도 없는 3D 데이터에서, 출처: 어반베이스

< 건축도면으로 생성된, 아무것도 없는 3D 데이터에서, 출처: 어반베이스 >

다양한 가구와 가전 제품으로 집을 꾸민 모습, 출처:
어반베이스
다양한 가구와 가전 제품으로 집을 꾸민 모습, 출처: 어반베이스

< 다양한 가구와 가전 제품으로 집을 꾸민 모습, 출처: 어반베이스 >

IT동아: 언제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인지.

하 대표: 정확히는 2014년 6월, 어반베이스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수석 엔지니어와 함께 시작했다. 정식으로 투자 받은 것은 2015년 3월, 팁스로 10억 원을 유치했고… 그 전까지 수익은 없었다. 벌어 놓은 월급을 열심히 까먹는 단계였다(웃음).

(창업에 대한 반대가 없었냐는 질문에) 창업 당시 아내가 동의했나. 건축 업계 일이라는 것이 워낙 터프해서 밤새는 일도 많았고, 신혼부부인데 주말에도 잘 만나지 못했다. 이 때 창업을 얘기하며, '이제 사장이니까 개인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고 설득했다(웃음).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것, 잘 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사장은 좀 여유로운 자리라고 오해했던 셈이다. 요즘에는 오히려 더 아내를 못 본다. 창업하기 전 얘기와 다르지 않냐며 부부싸움도 크게 했었고…, 다 지난 일이다.

IT동아: 현재 직원은 얼마나 있는지.

하 대표: 처음 둘이서 시작해, 첫 투자 유치 후 10명으로 늘어났고, 현재 22명이 함께하고 있다. 대부분 개발자다. 열심히 개발하는데 더욱 투자하는 중이다. 사업 모델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많은 업체와 기술을 제휴하고 있고. 일룸이나 리바트, 한샘과 같은 가구 제조사들과 인연을 처음 맺었다. 가구를 판매하는 매장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 손님이 거주 중인 아파트나 빌라의 데이터를 이용해 자사의 가구로 꾸민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용한다. 재고관리도 가능하고. 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중이다.

어반베이스 VR로 집을 꾸민 다양한 모습, 출처:
어반베이스
어반베이스 VR로 집을 꾸민 다양한 모습, 출처: 어반베이스

< 어반베이스 VR로 집을 꾸민 다양한 모습, 출처: 어반베이스 >

AR Kit을 활용한 공간 데이터의 확장

IT동아: 최근 어반베이스는 VR 이후 AR 서비스도 선보였다. 특히, 애플 AR Kit을 이용했다고 들었는데.

하 대표: 작년 애플이 AR Kit을 발표한 뒤, 어반베이스 AR 서비스를 기획했다. 기존 서비스는 VR 기반이었는데, 같은 3D 데이터를 AR로 확인할 수 있으면 더 다양한 모습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상 라이브러리에 입점해 있는 가구사들이 어반베이스 AR 앱을 실행하면, 실제 아파트나 빌라 등 집 안의 모습 위에 가구나 가전 등을 설치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일반인들도 어반베이스 AR 앱을 내려받아 침대나 소파, 식탁,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구와 사전을 미리 설치해볼 수 있어 유용하다. 현재 애플 모바일 기기인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음… 애플이 AR Kit을 발표한 뒤, 유명 가구 업체인 이케아가 선보였던 AR 앱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이케아 앱은 이케아 가구만 이용할 수 있지만, 어반베이스 AR은 앞서 언급했던 여러 가구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어 효용성이 크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건축물도 어반베이스 AR 앱을 이용해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 에펠탑을 3D 데이터로 확보했다면, 텅 빈 공간 위에 3D 건축물을 놓고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1:100 크기까지 줄여서 탁자 위에 올려볼 수도 있다.

어반베이스 김한솔 모바일 엔지니어 팀장(좌)과 하진우
대표(우)
어반베이스 김한솔 모바일 엔지니어 팀장(좌)과 하진우 대표(우)

< 어반베이스 김한솔 모바일 엔지니어 팀장(좌)과 하진우 대표(우) >

IT동아: 실제로 이용하는데 현실 데이터와 가상 데이터 사이에 인식이 잘 되는지 궁금하다.

하 대표: 애플 AR Kit과 아이패드, 아이폰의 성능이 생각보다 좋다. 후면 카메라가 촬영하는 영상을 분석해 위치와 벽면을 파악하고, 중력 센서, 가속도 센서, 자이로스코프 등을 통해 위치를 보정한다. 내비게이션 앱을 실행하면 GPS가 이동하는 것을 분석해 속도와 위치를 파악하는 것과 같다. 카메라에 비춰지는 영상 화면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센서 정보를 활용해 상호 보완하면서 현실과 가상의 데이터를 호환하기 때문에 AR Kit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빛 인식이다. 너무 어두운 곳은 카메라로 촬영하는 동영상을 통한 분석 자체가 어렵다. 그저 까만 화면만 나오니, 분석할 대상 자체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웃음).

데이터 생산자와 구매자와 한 공간에, 어반베이스

IT동아: 어반베이스 VR, 어반베이스 AR을 통해 현재 어떻게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듣고 싶다.

하 대표: 어반베이스 VR을 통해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쉽게 3D 데이터로 만들고, 어반베이스 AR을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현실에서 가상 데이터를 구현할 수 있다. 이건 기존의 아날로그 현실과 비교해 불합리한 많은 불편함을 해결한다.

건축 업계는 지금도 모형을 만든다. 이건 과거 수천년 동안 이어진 방식이다. 이집트에서 발견되는 유적을 건설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건설을 위해서는 도면과 축소 모형 제작이 필수다. 흔히 말하는 1:100, 1:50 비율의 모형이다. 축소 모형 제작은 건축가에게 가장 번거로운 일이다. 밤 새는 일도 부지기수이고.

어반베이스 VR과 AR을 이용하면,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다. 도면 자체를 3D로 만들어서 파일을 생성, AR로 현실 위에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생성한 AR은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똑같이 확인할 수 있다. 건물 건축 의뢰자와 함께 예정부지에 찾아가 '여기에 이렇게 건설할 예정입니다'라고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괜시리 A3 도면을 가지고 가서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에 연필과 손짓으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높이는 이정도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반베이스 AR 앱, 출처: 어반베이스
어반베이스 AR 앱, 출처: 어반베이스

< 어반베이스 AR 앱, 출처: 어반베이스 >

김한솔 엔지니어(이하 김 엔지니어): 생각보다 (AR Kit의) 퍼포먼스가 좋다. 특정한 시점이나 상황 위주의 AR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있는 현실 그대로의 환경에 가상의 저작물 공유를 쉽게 할 수 있다. VR 콘텐츠를 보기 위해 무거운 HMD를 머리 위에 착용할 필요도 없다. 애플이 구축한 플랫폼 기반 기술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반베이스와 같은 스타트업이 담당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어반베이스가) 기술을 제공하고, 데이터 제공자와 데이터 이용자가 만나 무언가를 창출해 나가는 것, 결국 플랫폼이다.

하 대표: 맞다. 플랫폼을 지향한다. 데이터 생산자에게 유료로 기술을 제공해, 이를 필요로 하는 일반인들이 무료로 혜택을 받는 구조다. 선순환 구조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VR과 AR 서비스는 1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어반베이스는 일상생활에 가까운 VR, AR 서비스를 제시한다. 전문가들이 콘텐츠를 만들면, 일반인이 이를 소비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일반인들도 콘텐츠를 생산해 함께 공유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가장 많이 피드백을 주는 곳은 가구, 가전 업체다. 좋게 봐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어반베이스 주요 파트너 업체들
어반베이스 주요 파트너 업체들

< 어반베이스 주요 파트너 업체들 >

IT동아: 추후 보완하고자 하는 기능이 있다면.

하 대표: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어반베이스 AR을 이용하기 위해 카메라를 켜면, 지금 촬영 중인 공간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방식이다. 학생이 사용하는 공부방을 촬영하면, 책상이나 책장을, 부엌을 촬영하면 식탁이나 냉장고, 전자레인지를, 거실을 촬영하면 소파와 TV를 추천하는 형태다. 그리고 사용자의 데이터가 쌓이면, 그에게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형태로 기획 중이다.

지난달부터 미국 법인설립을 위해 현지로 이주한 CSO도 있다. 국내보다 미국, 해외 시장을 더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다음 투자는 해외 진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우리 어반베이스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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