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경기도 안동광 콘텐츠산업과장, "스타트업, 정답을 찾고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8년 4월 12일,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원장: 오창희, 이하 경콘진)이 문화콘텐츠 융복합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선정해 시상하는 '제 3회 넥스트 스타트업 어워드(NEXT STARTUP AWARD)'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판교 경기창조경제융합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넥스트 스타트업 어워드는 수상자를 호명하고, 상을 주는 일반적인 시상식과 달랐다. 심사에 참가한 스타트업이 각각 자사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하고, 심사위원과 일반 대중들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이 심사에 참여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스타트업이 수상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의미보다 서로의 아이디어와 비전, 목표 등을 공유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하나의 네트워크에 가까운 자리였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청중평가단이었다. 대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 불특정 분야에서 다수의 일반인들이 참여해 스타트업의 발표를 듣고, 스스로 평가해 심사 과정에 참여했던 것. 특히, 모의투자 형태로 10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투자해 총 투자금액을 산정, 심사 과정 도중 발표하는 이색적인 이벤트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이날 개회식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지속되는 취업난과 경기 침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 콘텐츠산업과의 안동광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라는 지리적 특성과 스타트업

IT동아: 경기도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유별날(?) 정도로 특이한 것 같다. 부천, 판교, 광교, 의정부, 시흥 등 스타트업 창업을 돕고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경기문화창조허브도 지속적으로 설립 중이고, 아이디어 발굴과 지역 연계형 발전 프로그램도 다수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가 바라보는 스타트업은 대체 무엇인지, 어떤 지원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안동광 과장(이하 안 과장): 하하. 음…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이 스타트업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일단 시장 규모가 크다. 경기도 인구만 1,300만 명에 달한다. 서울시 인구 1,000만 명을 더하면, 2,300만 명에 달한다. 그만큼 시장성이 좋고,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다짐했을 때 목표할 수 있는 성장치가 높다. 건전한 소비 시장도 무기다.

또한,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뒤, 실제 시장에서 유의미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결과값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경기도는 스타트업이 (이러한 경기도의 지리적 특성을)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각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설립한 경기문화창조허브다. 각 지역별로 위치한 경기문화창조허브는 경기도의 단점을 커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경기도는 서울시 주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각 지역간 거리가 다소 멀지 않은가. 만약 의정부에서 판교를 가거나, 고양에서 수원을 간다면 서울을 횡단해야 하는, 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때문에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경기문화창조허브를 개소, 해당 지역이 갖추고 있는 시장성과 산업군과 연계 발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고자 한다. 아, 올해 하반기 고양에 경기문화창조허브를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방송/영상, MCN, 1인 미디어 등을 집중 육성할 생각이다.

IT동아: 묻고 싶었다. 경기도가 찾은 해법은 왜 스타트업이었는지.

안 과장: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산업은 제조업 위주로 성장했다. 그리고 시대의 발전 흐름에 따라 제조업 위주의 성장은 한계가 분명해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콘텐츠다. 스타트업이 개발하는 서비스, 콘텐츠를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무기다.

그렇다고 기존 제조업을 죽이거나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갖춰져 있는 제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면서 부가가치를 올리는 작업이다. 현재 경기도는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를 통해 어느 정도 테스트에 성공했고,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궤도에 올리는데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이 모델을 기존 테크노밸리, 산업단지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다듬어 나갈 생각이다.

IT동아: 경기도가 나서서 스타트업 지원을 테스트하는 과정…, 주변에서 좋은 칭찬만 나오지는 않을 듯싶다.

안 과장: 하하. 지금도 우리는 열심히 정답을 향해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아직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욕 먹을 각오는 되어 있다. 오히려 묻고 싶다. 단기적인 성과만 바라보는 투자가 과연 장기적인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말이다. 경기도는 장기적인 시점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경기도내 지자체도 실험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지원 정책도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패하는 정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기존 시스템을 반복한다면, 성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실패하면서 성공하는 모델을 찾고자 한다.

사실 아쉽다. 과거 벤처 산업 육성이 꽃을 피웠던 시절과 이후에 찾아온 '거품이 빠진다'라고 평가되었을 시절에도, 더 시장을 키웠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구축했다고 평가하는 이스라엘도 과거 우리나라의 벤처 산업 육성을 배워갔었는데 말이다. 고민이 많다.

경기문화창조허브,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을 찾는다

IT동아: 왜 경기도라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운영하는지.

안 과장: 오히려 지자체라서, 공공기관이라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미국 등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에게 맞는, 우리에게 필요한 아이디어와 스타트업이 필요하고, 이에 적합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2~3년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켜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 수, 창업 건수, 스타트업 지원 건수 등… 수치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가져다 베끼기만 해도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기도 한다. 똑 같은 반복이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새로운 시도를 지향한다. 때문에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각 지역별로 구축한 경기문화창조허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디자인(의정부), VR/AR(광교), 콘텐츠(판교) 등 클러스터별로 나뉜 특성을 효율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 얼마 전 시흥에 개소한 서부 경기문화창조허브는 국내 최대 제조업 밀집지역인 시화/반월 산업단지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제조와 스타트업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으며, 앱과 서비스 개발 위주인 다른 지역과도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

IT동아: 스타트업 지원은 크게 공간과 지원 정책 그리고 투자가 있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투자 부분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데.

안 과장: 맞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해 마지막에 해당하는 투자 과정은 스타트업에게 필수적이다. 이에 경기도는 펀드를 3개 만들었다. 경기도비 100억 원을 투입해 총 규모는 약 500억 원이 넘는다. 경기도가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부분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를 많이 원한다(웃음). 이에 판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광교, 시흥도 충분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라서 갖춘 장점도 있다. 부처간 융합이 자연스럽고, 더 빠르게 협업할 수 있다. 예산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같은 협의체 안에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경기문화창조허브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건물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형태다. 여러 기관과 업체가 개입되면 의사결정과 진행과정 등이 늦어질 수 있는데,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IT동아: 청중평가단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안 과장: 처음부터 기획했던 부분이다. 일반인들이 스타트업의 발표와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길 원했다. 실제 대학생들이 현장에 많이 왔는데, 이들이 꼭 공무원 시험만 준비할 것이 아니라,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워봤으면 좋겠다.

미국의 경우, 소위 '잘 나간다'라는 학생들은 대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려한다. 오히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시장에 나가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스타트업, 창업을 아직은 두려워한다. 혹자는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경력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다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에 지원 사업, 정책 등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인위적으로 앞당기고자 한다. 물론, 정부, 지자체 등이 시행하는 방식이 모두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 가고자 한다.

딸이 둘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창업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는지 가끔 묻는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를 희망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좋은 정책, 좋은 지원 등을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시장이 중국만큼 큰 것도 아니고, 중국만큼 인구 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알아준다. 우수한 인적 자원이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경기도에, 그리고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