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게 식어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관심, 이유가 있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주말 저녁, 신도림 테크노마트 지하통로에 마련된 갤럭시 S9 체험장은
한산했다.
주말 저녁, 신도림 테크노마트 지하통로에 마련된 갤럭시 S9 체험장은 한산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3월 24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2호선 신도림역을 잇는 지하도. 통로 한 켠에는 제법 큰 규모로 마련된 갤럭시 S9 체험장이 있었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 기대작이라고 평가 받았던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에는 사람들의 관심은 싸늘하게만 느껴졌다. 주말 오후 시간대여서 많은 사람들이 통로를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체험하는 사람들은 고작 2~3명 가량에 불과했다. 안내 직원이 갤럭시 S9을 체험해 보라고 외쳐 보지만 반응은 없었다.

평일의 용산이나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마련된 갤럭시 S9 체험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신도림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체험하고 있었지만 공개 초기에 언급됐던 뜨거운 반응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처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열광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고성능 제품이 출시되어도 반응이나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최근 출시된 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수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국 베이스트리트 리서치는 북미에서 갤럭시 S9의 선주문량이 갤럭시 S8과 비교해 35~4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통신사 예약판매와 초기 판매량이 갤럭시 S8 대비 60~70% 수준.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목표 판매량(4,000만 대)은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전자 V30S 씽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완전 신형이라기 보다는 일부 기능과 성능을 개선한 가지치기 라인업에 가까워 신규 소비자 유입 효과는 적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기대를 모았던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이 역시 먼저 출시된 V30 대비 판매량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주기 출시' 차별화 희미해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실 이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것들이다. 과거에는 성능/기능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나 다양한 시도를 거친 스마트폰들이 다수 출시됐었다. 하지만 성능이 상향평준화되고 디자인 역시 이전에 성공한 제품들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삼성전자 갤럭시S9

갤럭시 S 시리즈만 해도 그렇다. S7까지만 보면 엣지 디스플레이와 일부 디자인 변경으로 차별화를 꾀했으나 외적으로 접근하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 형태는 갤럭시 S3 이후로 S7까지 유사하게 이어지다 S8에 와서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적용으로 하단 홈 버튼이 사라지면서다. 그러나 S9에서는 다시 이전 세대의 디자인을 큰 변화 없이 받아들였다.

일부 재질이나 디스플레이 크기, 성능이나 기능 등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전 대비 개선되거나 달라진 요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굳이 기기변경을 시도할 정도로 참신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신형이 나오면 비교적 쓸만한 이전 세대 스마트폰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부분도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에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대부분 스마트폰 출시 주기는 약 1년 정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교체 주기는 출시 주기보다 길다. 구매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약정이나 할부와 같은 요인도 존재하고 설령 이 부분이 해결되어도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한 성능에 불만이 없을 정도로 상향평준화가 이뤄져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의 평균 교체 주기는 2년 7개월. 전체 사용자의 90% 가량이 2년 이상 사용한 사람들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가늠하면 갤럭시 S6, G5, 아이폰 6 이하 정도가 해당된다. 상대적으로 구형이지만 성능 자체만 놓고 보면 아직 쓸만한 '현역' 스마트폰이다.

그저 그런 프리미엄대신 쓸만한 중급형 스마트폰으로

성능, 기능은 그저 그런데 가격까지 비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소비자들 마음이 떠나고 있다. 그 사람들 다수는 중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를 참관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그리고 행사가 종료된 이후 시내 곳곳의 대형 매장을 돌며 분위기를 살폈다. 새 스마트폰은 공개만 됐고 공식 판매가 이뤄진 상태가 아니었지만 분위기를 살피기에는 최적의 시기였다.

스페인 대형 매장 내 마련된 삼성 스토어.
스페인 대형 매장 내 마련된 삼성 스토어.

행사 후 찾아온 주말에 시간을 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한 대형 매장을 찾았다. 매장 지하를 내려가니 삼성 스마트폰 매장이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방문객이 없었다. 현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기자가 바르셀로나 시내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을 유심히 살폈는데 삼성 제품을 심심치 않게 봤기 때문이다.

매장 앞 벤치에 앉아 약 1시간 가량을 지켜봤는데 가족 단위 손님 두 팀 정도가 매장을 찾아 간단히 제품을 둘러보고 나갔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갤럭시 S9 시리즈의 출시를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중보급형스마트폰인 갤럭시 A와 J 시리즈를 간단히 둘러보는데 그쳤다.

한산한 삼성 매장과 달리 맞은편 샤오미 스토어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한산한 삼성 매장과 달리 맞은편 샤오미 스토어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놀라운 것은 맞은편 매장을 봤을 때였다. 삼성전자 매장 맞은편에 샤오미 매장이 마련되어 있었던 것. 스페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단일 매장이라는 것이 흥미를 유발했는데, 매장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애플 매장과 비슷한 구조와 느낌을 받았는데, 방문객들은 여러 제품들을 접해보고 직원들과 상담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곳도 매장 앞 벤치에 앉아 1시간 가량을 지켜봤다. 이게 정말 맞은편 매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심지어 삼성 갤럭시 S9이 새겨진 후드를 입은 현지 직원 두 명이 매장을 찾아 둘러보고 갈 정도였다. 이들은 샤오미 매장 분위기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해당 직원과 대화 몇 마디 나누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주로 399~499 유로 대에 판매되는 중보급기 위주로 살펴보는
모습.
주로 399~499 유로 대에 판매되는 중보급기 위주로 살펴보는 모습.

샤오미 매장을 둘어보니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다. 주변기기와 스마트폰이 대부분이다. 스페인 소비자들은 어떤 스마트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무리에 섞여 봤는데, 이들은 대부분 399~499유로(원화 환산 약 53만 원~66만 5,000원 상당)에 책정된 중저가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갤럭시 S9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자리를 갤럭시 A8이나 S8 같은 중급기 혹은 이전 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채우는 중이다. 갤럭시 A8만 하더라도 한 주에 약 3만 대 가량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출고가 65만 9,500원으로 갤럭시 S9 시리즈의 95만 7,000원~115만 5,000원에 비하면 가격 부담이 적다. 하지만 필요한 기능 대부분 담고 있어 가성비가 좋은 스마트폰으로 인지되고 있다.

LG Q6.
LG Q6.

LG의 X 시리즈나 Q 시리즈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 중 보급형 X4 시리즈는 20~30만 원대 가격을 책정했지만 기능적인 요소가 뛰어나 시장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두 제품은 동일하게 LG 페이를 적용했으며, 여기에 X4 플러스만 하이파이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를 달아 고음질 음원 감상을 지원하고 있다. Q 시리즈도 40~50만 원대 가격에 책정해 소비자를 만나는 중이다.

프리미엄에 맞는 '차별화' 심어줘야

최근 스마트폰을 보면 뚜렷한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하나같이 '프리미엄'을 외치지만 서로 외모가 비슷하거나 기능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 어떤 제품을 구매해도 소비자가 프리미엄의 가치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단지 성능이 좋거나 또는 기능이 더 있다고 해서 100만 원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 일부 소비자들의 시선이 중보급형 혹은 중고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제조사들이 그렇게 외치는 혁신. 이것도 중요하겠지만 프리미엄이라면 그 이름에 맞는 가치를 품고 있거나 기존 스마트폰들과 다른 차별화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디자인과 재질, 서비스, 사후 지원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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