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은 카메라가 먼 곳도 본다, 니콘 쿨픽스 A900
[IT동아 강형석 기자] DSLR 카메라로 사진 열심히 촬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 렌즈들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주먹만한 렌즈부터 팔뚝보다 더 크고 두꺼운 엄청난 렌즈들도 있다. 이것들을 어떻게 들고 다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들이 촬영한 결과물을 보면 수긍될 때도 적지 않다. 동시에 관심 조금 있으면 한 번 촬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저런 엄청난 크기의 물건들을 다 들고 다닐 엄두가 안 나고, 구매하기에도 애매하다.
니콘 쿨픽스 P900s는 35mm 기준, 최대 2,000mm에 달하는 초점거리를 제공해 DSLR이 아니어도 초망원 촬영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그런데 이것도 귀차니즘을 느낄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니콘은 이들을 배려해 더 작지만 여전히 엄청난 초점거리를 제공하는 카메라를 선보였다. 쿨픽스 A900이 바로 그것.
초점거리 최대 840mm(35mm 필름 환산)를 제공하는 이 카메라는 쉽게 휴대가 가능하면서도 엄청난 촬영이 가능한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P900s의 2,000mm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크기 대비 성능으로 기대해 볼만하다.
그냥 보면 평범한 콤팩트 카메라
쿨픽스 A900을 보면 그냥 콤팩트 카메라다. 이것이 어디를 봐서 광학 35배 줌이 되는 카메라인가. 느낌상으로만 보면 약 5~7배 줌 정도만 가능한 소형 카메라 같다. 그 정도로 작은 크기이며, 외형상 튀는 부분도 없어서 평범할 정도다.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도 마찬가지다. 무게가 300g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크기가 작아 파지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손이 작다면 괜찮은 편이지만 그립이 얇아 상대적으로 힘을 더 많이 줘야 한다. 촬영할 때에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두 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크기는 가로 113mm, 높이 66.5mm, 두께 39.9mm 가량이다. 가장 많이 나와 있는 렌즈 돌출부를 포함하면 두께는 약 47mm 가량이다. 전반적으로 작고 얇아서 휴대성 측면에서 보면 타 카메라 대비 유리한 점이 있다.
주요 조작은 상단과 후면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우측 상단(후면 기준)에는 모드 다이얼이 자리하게 된다. 조리개/셔터 속도 우선이냐 수동이냐 등을 결정하는 P/S/A/M 모드도 제공된다. 이 외에 장면에 맞춰 카메라가 사용자가 설정을 맞춰 쓰는 장면모드와 함께 동영상, 자동모드 등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편의에 따라 다이얼을 돌려 사용하면 되겠다.
다이얼 옆에는 전원버튼과 함께 렌즈 초점거리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준비되어 있다. 또한 조작 다이얼도 있어 촬영 전 필요한 설정과 수치를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후면 조작도 비교적 단순하다. 동영상 녹화 버튼을 시작으로 플래시, 메뉴, 촬영 중 초점화면 확대 등이 있다. 원형 다이얼(액정 기준)도 우측 하단에 마련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결정(OK) 버튼과 함께 간단한 촬영 관련 메뉴를 제공한다.
후면에는 회전 가능한 액정 디스플레이가 있다. 3인치 크기로 92만 화소 사양이 탑재된다. 틸트 기능이 제공되어 화면을 위로 180도, 아래로 90도 꺾을 수 있다. 이는 곧 셀프 촬영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화면이 위로 펼쳐지므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적응하면 어렵지 않게 나 자신을 찍을 수 있다.
광학 35배 줌이 주는 찰나의 추억
니콘 쿨픽스 A900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나섰다. 컴팩트 카메라이기에 다른 준비는 필요 없다. 그저 전원버튼을 누르고 최적의 설정(또는 자동)과 함께 셔터버튼만 누르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카메라가 알아서 다 해준다. DSLR 카메라와 다른 소형 카메라의 매력 중 하나다.
기본적인 제원을 보면 이렇다. 우선 2,029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렌즈는 4.3-151mm의 초점거리를 갖는다. 조리개는 최대 광각에서 f/3.4, 최대 망원에서 f/6.9다. 얼핏 보면 조리개 수치가 아쉬워 보이지만 크기 대비로 치면 무난한 편이다. 센서가 1/2.3인치 정도이므로 렌즈의 초점거리는 35mm 필름 환산 기준 24-840mm에 해당한다.
일단 35배 줌이 가능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니콘에는 쿨픽스 P900s가 있다. 이 제품은 초점거리 357mm(35mm 환산 2,000mm)에 달하는 큰 녀석이고, 작은 물건에서 이를 구현한 점은 칭찬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센서가 작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덕분에 엄청난 사양의 초점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당산철교 위를 달리는 2호선 지하철 밖에서 광학 줌을 최대한 활용하면 육안으로 제법 먼 곳에 보이는 국회의사당 건물을 눈 앞에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 자체만으로 쿨픽스 A900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화질은 포기하더라도 줌 성능을 더 극대화하는 디지털 줌 기능도 있다. 최대 4배까지 사용 가능한데, 이 때 초점거리가 무려 3,360mm에 달한다. 세상에 맙소사.
고배율 줌 렌즈를 탑재했기 때문에 손 떨림 방지 기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쿨픽스 A900에는 니콘의 손 떨림 방지 기구인 VR(Vibration Reduction)이 탑재되어 있다. 빛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라면 초망원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흔들림을 잘 잡아준다. 대신 셔터 속도가 확보되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망원 영역을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질 자체는 상황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아무래도 크기가 작은 1/2.3인치 이미지 센서를 채용한데다 고배율 줌렌즈를 사용하고 있어 빛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저조도 촬영 환경에서는 힘을 못 쓴다. 감도 역시 ISO 80을 지원하는 점은 좋지만 최대 감도가 ISO 3,200까지여서 급할 때 감도를 높여 촬영하기가 어렵다.
감도를 높이면 화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최대한 소프트웨어에서 이를 막아보려 노력하는 인상이 엿보이지만 ISO 1,600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화질이 떨어지는(노이즈) 현상을 감내해야 된다. 순간 달력을 찾아봤는데 올해는 분명 2018년이었다.
그래도 쿨픽스 A900은 4K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비록 30매 촬영까지 대응하지만 고화질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부분은 장점이다. 그러나 동영상 촬영모드 자체를 활용하면 풀HD(1,920 x 1,080) 해상도까지만 지원한다는 점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는가? 4K 영상 촬영을 하려면 카메라 모드 다이얼을 수동(M)으로 돌려야 한다.
수동으로 돌린 이후 메뉴 버튼을 눌러 영상 설정에서 해상도 설정을 마치면 된다. 동영상 모드에서 제공되지 않던 4K(2,160p) 영상 기록이 가능함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4배 고속 촬영과 0.5배 저속 촬영 등을 지원한다.
작은 크기로 먼 곳을 바라보다
니콘 쿨픽스 A900의 가격은 49만 8,000원이다. 최대 840mm의 초점거리를 제공하고 4K 영상 등을 지원하는 부분 등을 감안하면 무난하게 책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이들은 센서 크기에 따른 한계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인정하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무거운 DSLR 카메라와 렌즈들을 휴대하는 것에 비해 가볍고 먼 곳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컴팩트 카메라 시장이 크게 축소됐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과거 엄청난 수를 자랑하던 스마트폰은 이제 제조사마다 많아봐야 10개 이내에 불과하다. 실제로 컴팩트 카메라 라인업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이 카메라처럼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