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교육, 멀티미디어 PDF로 교수자료 변화 이끈다
[IT동아 강일용 기자] 보안 취약점, 성능, 호환성 등 다양한 문제로 플래시의 퇴출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반응형(인터랙티브) 콘텐츠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다루기 쉬우면서 플래시의 약점인 떨어지는 호환성을 개선한 문서 형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후보는 크게 두 개로 좁혀지고 있다. 바로 '멀티미디어 PDF'와 'EPUB'이다.
PDF와 EPUB은 원래 반응형 콘텐츠보다는 전자책과 출판물을 만드는데 특화된 문서 형식이다. 하지만 반응형 콘텐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플래시가 여러 가지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두 문서 형식은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멀티미디어와 인터랙티브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자책 등으로 널리 알려진 EPUB과 달리 멀티미디어 PDF는 조금 낯설다. 멀티미디어 PDF란 문서, 이미지 등 정적인 콘텐츠만 담을 수 있었던 기존 PDF를 동영상, 반응형 콘텐츠 등 동적인 콘텐츠까지 담을 수 있게 개선한 것이다. PDF가 특정 회사의 소유가 아닌 누구나 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ISO에 등록된 국제 표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에서 멀티미디어 PDF를 만드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PDF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인 '유니닥스'를 들 수 있다.
멀티미디어 PDF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무르익었을까. 멀티미디어 PDF를 활용해 반응형 콘텐츠를 제작 중인 유니닥스와 국내 교과서 (책당) 발행부수 1위의 교육 콘텐츠 기업 '비상교육'의 협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멀티미디어 PDF가 교육 콘텐츠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주원경 비상교육 출판사업부문 스마트러닝부 총괄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Q. 비상교육은 어떤 회사인가요?
A.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대표적으로 초중고 교과서와 교재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교과서의 경우 책당 발행부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학교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교과서, 일반 교재뿐만 아니라 유아, 초중고 학생, 성인 등을 위한 교육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 교육 플랫폼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 PDF로 제작된
비상교육의 교수자료. 중등국어.>
Q. 비상교육이 반응형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교수자료 때문입니다. 교수자료란 학생들이 보다 쉽고 재밌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교과서와 함께 제공되는 교육 콘텐츠입니다. 교과서가 학생들이 보는 책이라면 교수자료는 선생님들께서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참고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평가자료와 수업보충자료 등이 담겨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 교수자료의 경우 실험 과정이 단계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책에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멀티미디어와 인터랙티브를 적극 활용해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저희 비상교육은 지난 2009년부터 교수자료를 교과서와 함께 꾸준히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검인정교과서 발행사가 선생님들을 위한 교수학습지원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대부분의 교수자료를 반응형 콘텐츠로 제작했습니다. 다양한 동영상과 인터랙티브 Q&A를 도입했죠. 많은 선생님들께서 비상교육의 교수자료 덕분에 학생들이 좀 더 수업에 몰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셨습니다. 학생들 역시 수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흥미가 생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Q. 반응형 콘텐츠 제작에 멀티미디어 PDF를 도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과거에는 이러한 교수자료를 만들 때 플래시를 이용했습니다. 당시에는 플래시만이 비상교육이 원하는 수준의 멀티미디어와 인터랙티브를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플래시를 활용해 교수자료 실행파일(exe)을 만들고, 이를 DVD 등의 매체에 담아서 선생님들께 전달했죠.
하지만 플래시는 두 가지 문제가 존재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파일 용량이 매우 크다는 것이었죠. 두 번째 문제는 PC에서나 열어볼 수 있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른 기기에선 열어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교실 교육 환경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둘 다 치명적인 문제였습니다.
때문에 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는 파일 형식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처음에는 HTML에 주목했죠. 하지만 HTML은 사용자의 기기 환경에 따라 콘텐츠가 다르게 보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금만 다르게 보여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것을 오류라고 인식합니다.
어떤 기기에서 보든 동일한 경험과 결과물을 보여주는 파일 형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멀티미디어 PDF에 주목했습니다. 다양한 기기에서 동일한 결과물을 보여주는데 멀티미디어 PDF만한 파일 형식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유니닥스와 협력해 멀티미디어 PDF를 활용한 차세대 교수자료 개발에 나선 것입니다.
<멀티미디어 PDF로 제작된
비상교육의 교수자료. 중등과학>
Q. 멀티미디어 PDF로 플래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나요?
A.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현재 멀티미디어 PDF는 플래시와 비교해 80~90% 정도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플래시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지만, 대신 다양한 기기를 지원한다는 강점으로 이를 상쇄하고 있죠. 이러한 장점 덕분에 많은 선생님들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플래시보다 떨어지는 부분은 기획적인 요소를 활용해 보충하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 PDF는 이름에 걸맞게 멀티미디어(동영상) 부분에선 플래시보다 뒤떨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문제는 인터랙티브를 적극 활용한 조작형 콘텐츠죠. 보통 과학 교수자료가 이렇게 조작형 콘텐츠로 제작됩니다. 이러한 조작형 콘텐츠는 아직까지는 플래시로 제작하는 것이 원활합니다. 이러한 조작형 콘텐츠까지 멀티미디어 PDF로 대체하는 것이 비상교육과 유니닥스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플래시를 활용한 교수자료는 사실 개발자들이 만들어야 했죠. 플래시를 멀티미디어 PDF로 교체하면서 콘텐츠 제작 비용과 기간도 많이 줄어드는 효과도 거뒀습니다. 안정성과 제작단가를 고려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부분이었습니다.
Q. 멀티미디어 PDF를 활용해 교수자료를 만듦으로써 궁극적으론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A. 비상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라인을 활용한 교수자료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과거 DVD에 교수자료를 담아서 제공하던 시절에는 자료 내용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부득이하게 선생님께서 과거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죠. 자료에 오류가 있어도 수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달라질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비상교육의 홈페이지나 앱에 접속해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교수 자료를 언제든지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51개 과목의 1만 8000여개에 달하는 교수자료를 이렇게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시스템과 앱을 개발하기 위해 유니닥스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년 4개월 동안 기술 검증 과정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섰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DVD 등에 교수자료를 담아서 제공하길 원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교수자료가 담긴 DVD도 함께 제공하며 다양한 수업환경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