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비즈니스의 중심은 '폰'이 아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4G(4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본격 상용화 된지 벌써 10여 년이 되어간다. 2010년대 초반을 즈음해 이동통신사들 및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3G 보다 수십 배 빠른 4G!' 등의 문구를 앞세워 4G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하지만 4G 기술이 일반화된 2018년 현재, 4G가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꿨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한 웹 브라우징이 보다 쾌적해지고 스트리밍 동영상의 버퍼링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앱을 보다 빨리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본다면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3G 시대에도 가능했던 것이며, 4G의 적용은 이를 좀 더 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이동통신 기술이 '폰(휴대전화)'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 5G 로고>
이러한 와중에 5G(5세대 이동통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019년에는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이고,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시범 서비스가 예정되어있다. 그런데 예전에 4G 도입 시절과는 분위기가 자못 다르다. '폰'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5G가 상용화된다면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모바일기기 역시 당연히 등장하겠지만, 현재 5G 비즈니스는 IoT(사물인터넷), 자동차, 산업용 설비 등에 관련된 업체들의 활약이 더 눈에 띈다.
< 5GAA는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연합해 설립한 5G 연구 단체다>
특히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활약을 주목할 만 하다. 이미 아우디, BMW, 포드, 혼다, 닛산 등의 완성차 업체들과 알파인, 보쉬, 컨티넨탈, 덴소 등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 그리고 인텔, AT&T, 퀄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통적인 IT 업체들이 연합, 자동차용 5G 기술을 연구하는 '5GAA(5G Automotive Association)'를 설립한 상태다.
5G 시대에 접어들며 '이동통신 = 휴대전화'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재 개발중인 5G 기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5G는 기존의 4G에 비해 최대 70배 가량 빠른 다운로드 속도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이것만 생각한다면 3G에서 4G로의 변화와 그다지 다름이 없어 보이지만, 5G는 이 외에도 '낮은 지연시간(빠른 응답속도)', 그리고 '저전력'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4G가 10~50ms(millisecond, 1천분의 1초) 수준의 응답속도를 낸다면 5G는 이보다 10배 정도 빠른 1~5ms의 응답속도를 목표로 한다. 이는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나 드론과 같이 섬세하고 민감한 제어가 필요한 기술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 5G의 민첩한 반응속도는 자율주행차량에게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를테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차량과 클라우드 상의 서버가 지속적으로 통신하며 최적의 주행경로를 찾는다. 차량에 탑재된 센서 및 프로세서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며, 가끔은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응답속도가 느린 통신망에 의존한다면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 업계가 5G에 주목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낮은 소비전력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이는 특히 향후 우리의 가정과 산업현장 곳곳에 파고들 IoT 관련 솔루션의 효용성을 높일 것이다. 스마트한 기능을 갖춘 의류나 의료기기, 서비스 로봇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에 이르면, 전세계 50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500억 개 이상의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기는 통신을 유지하는 한편, 잦은 충전 없이도 최대한의 자체 구동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저전력이면서도 고속 통신이 가능한 5G 기술과의 조합이 필수불가결하다.
< 평창올림픽 성화를 봉송하는 KT의 5G 드론>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5G 올림픽이기도 하다. 여러 관련 업체들이 평창올림픽을 5G 홍보의 장으로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적용할 5G 기지국을 비롯해 5G 네트워크 장비 구축을 끝마쳤으며, 강릉 올림픽파크에 VR(가상현실)로 5G를 체험하는 홍보관을 열었다. 지난달 14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5G 드론을 이용한 올림픽 성화 봉송을 하기도 했다.
< 인텔이 강릉에 마련한 '인텔 하우스'>
인텔 역시 평창 근교의 강릉에 자사의 임시 거점인 '인텔 하우스'를 세우고 5G를 비롯한 자사의 주요 기술을 사업 파트너들에게 알리고 있다. 특히 인텔은 드론이나 VR(가상현실), 고성능 프로세서 등과의 연계를 통해 5G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5G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차를 선보여 대회 기간 중에 운용할 계획이다. 5G를 이야기하면서 휴대전화를 들먹이는 기업은 생각 이상으로 적다.
"5G 시대가 오면 좀 더 빠른 스마트폰이 나오겠지?"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면 좀 더 눈을 크게 뜨는 것을 권한다. 이동통신 기술이 휴대전화 분야에 종속되던 시대는 진작에 끝났다. 특히 5G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태어났다.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이나 다름없는 5G를 고작 휴대전화 관련 기술로 치부한다면 너무나 실례되는 말 아닐까?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