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화한 '분신술' 공유기, 넷기어 오르비 프로
[IT동아 김영우 기자] 유무선 공유기의 최대 미덕은 역시 빠른 속도와 넓은 커버리지다. 이와 관련해 넷기어(Netgear)가 제시한 방법은 '분신술' 이었고 작년에 출시한 '넷기어 오르비(Netgear Orbi, RBK50)'가 그 중심에 있었다. 공유기 본체(라우터), 그리고 신호를 중계하는 새틀라이트 유닛(분신)을 조합해 기존의 공유기보다 넓은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구현했으며,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극대화하는 트라이밴드 기술을 통해 빠른 통신 속도를 발휘,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세를 몰아 넷기어는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신제품, '오르비 프로(Orbi Pro, SRK60)를 최근 출시했다. 기존 오르비의 특성을 대부분 계승하면서 통신 능력 및 부가기능이 업그레이드된 넷기어 오르비 프로의 면모를 살펴보자.
기본 구성은 일반 오르비와 동일, 커버리지는 더 향상
넷기어 오르비 시리즈의 기본은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유닛의 1+1 구성이다. 이 상태에서 최대 465 제곱미터의 넓은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오르비(최대 350 제곱미터)보다 확실히 향상된 점이다.
좀 더 넓은 커버리지를 원하면 여기에 최대 2대의 새틀라이트를 추가 구매해 1+3 구성도 할 수 있다. 유선 인터넷은 라우터 1개에만 연결하면 되며,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사이, 혹은 새틀라이트 끼리는 무선으로 연결한다. 추가적인 케이블 연결 없이 소규모 건물 한 채 정도는 커버가 가능하다고 넷기어는 강조한다.
그리고 라우터 뿐 아니라 새틀라이트 끼리도 메시(거미줄) 형태로 촘촘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라우터가 꼭 건물 중앙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 또한 새틀라이트의 수가 늘어나도 모두 동일한 SSID(식별자)로 와이파이를 전개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구역을 이동하며 라우터에서 새틀라이트로, 혹은 다른 새틀라이트로 접속을 전환하더라도 SSID를 전환할 필요가 없다.
트라이밴드를 비롯한 화려한 무선 관련 사양
이를 뒷받침하는 오르비 프로의 무선 관련 사양은 상당히 화려하다. 최신 와이파이 표준인 802.11ac 규격 외에도 총 3개의 밴드를 통해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극대화하는 트라이밴드 기술이 눈에 띈다. 최대 400Mbps(2x2 안테나, 2.4GHz) 속도의 밴드 1, 최대 1733Mbps(4x4 안테나, 5GHz) 속도의 밴드 2, 그리고 867Mbps(2x2 안테나, 5GHz)의 밴드 3으로 구성, 총 3000Mbps의 대역폭(AC3000)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보급형 공유기는 대개 1개, 고급형 공유기는 대개 2개의 밴드를 갖춘 것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참고로 1733Mbps의 가장 높은 대역폭을 가진 밴드2는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사이, 혹은 새틀라이트끼리를 연결하는 용도로만 쓰인다. 라우터 및 새틀라이트간에는 유선 수준의 안정적인 접속이 필수인데, 오르비 프로는 이를 고대역폭 무선으로 대체해 유선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6개의 안테나 및 무선기기의 위치를 분석해 그 쪽으로 더 강한 무선 신호를 몰아 송출하는 빔포밍 기술을 갖추고 있는 등, 와이파이에 관한 최신 기술은 대부분 품고 있다.
유선 사양도 충실, 다양한 설치 블래킷 기본 제공
무선 외에 유선 관련 사양도 충실한 편이다. 라우터에는 최대 3대, 새틀라이트 1개당 최대 4대의 유선랜 기기를 연결해 인터넷 및 네트워크 공유가 가능하며, 모든 포트가 기가비트(1Gbps) 지원이라 최근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기가인터넷 환경에 대응하기에도 적합하다.
기업용 시장을 노리는 제품이다 보니 설치 관련 액세서리가 상당히 푸짐하게 제공된다. 벽걸이 설치용 마운트와 천장 설치용 마운트, 그리고 이를 고정하는 나사 및 마감용 커버 등이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용으로 각각 1세트씩 패키지에 동봉되어 있다. 추가 구매용 새틀라이트에도 같은 액세서리가 제공되니 참고하자.
관리자, 사원, 게스트용 SSID 별도 제공 가능
공유기 설정 메뉴는 기존의 공유기처럼 IP를 직접 입력하는 방법 외에 전용의 접속 주소인 http://orbilogin.com/를 입력하는 방법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한다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르비(Orbi) 전용 앱을 다운로드하자. PC 없이도 모바일 환경에서 대부분의 설정을 할 수 있다.
설정 메뉴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면 각각 권한이 다른 3개의 SSID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관리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가지는 관리자용 와이파이, 관리자 페이지 접근은 하지 못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일반적인 기능을 쓸 수 있는 직원용 와이파이, 그리고 임시적인 인터넷 접속만 가능한 게스트용 와이파이의 동시 제공이 가능하다.
특히 게스트용 와이파이의 경우는 접속하기 위해 관리자가 지정한(텍스트나 이미지 파일 삽입 가능) 사용약관에 동의해야 하며, 접속 후에도 일정시간(관리자가 설정 가능)이 지나면 접속이 제한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카페나 A/S 센터와 같은 곳에서 고객 서비스용 와이파이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실제로 체험해본 오르비 프로의 성능
실제로 오르비 프로를 설치해 성능을 느껴봤다. 테스트 환경은 약 100제곱미터(약 30평) 남짓의 이층집이다. 1층에 라우터를, 그리고 2층에 새틀라이트를 설치한 후 집 곳곳을 돌아다니며 최대 433Mbps급 무선랜을 탑재한 노트북으로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봤다.
1층 라우터 바로 옆에서 측정한 인터넷 속도는 408.82/299.90 Mbps(다운로드/업로드)로, 노트북에 탑재된 무선랜의 최대값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라우터에서 약 7미터 남짓의 거리에선 콘크리트 벽 하나를 거쳤음에도 313.03/193.48 Mbps의 원활한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2층에 설치한 새틀라이트 바로 옆에서 측정한 속도는 324.13/186.02 Mbps였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사이가 완전히 자단되어 있음에도 상당히 원활한 무선 통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층 새틀라이트에서 콘크리트 벽을 하나 거친 5미터 정도의 거리에서도 233.34/159.83 Mbps의 원활한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라우터 + 새틀라이트 1개의 기본 구성으로도 소규모 건물 하나 정도는 온전하게 커버가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점은 1층과 2층을 오가며 속도 측정 작업을 했음에도 도중에 끊김이나 속도저하를 거의 체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접속을 전환하는 로밍 기술이 원활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무실 건물 하나를 1개의 인터넷 회선으로 커버 가능?
넷기어 오르비 시리즈는 독특한 구성에 비해 눈에 띄는 부가기능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공유기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속도와 커버리지 면에서 여느 제품과 확연히 구분되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최신작인 오르비 프로 역시 이러한 특성은 거의 공유하면서, 커버리지 면에서 좀더 개선을 가했고, 보안 접속 기능 및 다양한 설치 블래킷 등을 추가해 기업 환경에 좀더 어울리는 제품이 되었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춘 제품이지만 그러다 보니 가격은 만만치 않다. 2018년 1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오르비 프로 라우터 + 새틀라이트 1개 세트(SRK60)는 79만원에 팔리고 있다. 여기에 새틀라이트(SRS60, 약 40만원)를 더 추가한다면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다. 물론, 그만큼의 성능과 기능을 제공한다면 문제 될 건 없다. 최소의 인터넷 회선으로 최대의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기업 사용자라면 오르비 프로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