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키워드: 블록체인] 쉽게 풀어쓰는 블록체인의 모든 것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기업에게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화두가 던져졌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8년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10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했고,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는 블록체인을 이베이, 냅스터, 스카이프 그리고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잠재력 있는 기술로 평가했다. 블록체인은 대체 어떤 기술일까? 어려운 전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쉽고 자세하게 알아보자.

블록체인이란?

블록체인이란 거래의 모든 당사자가 거래 장부를 나눠 보관함으로써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이다. 거래에 참여한 모든 거래 당사자가 동일한 내용이 담긴 거래 장부를 나눠 가진다는 얘기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기 전에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블록체인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한 모든 거래 당사자가 동일한 거래 장부를 나눠 보관해 거래의 위변조를 막는 기술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거래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모든 당사자들이 거래 장부를 함께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때문에 신용 있는 거래 당사자(은행 등 금융기관)가 거래 장부와 장부에 따른 자본을 보관하고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이 장부의 내용을 변경하고 자본의 출납을 관리함으로써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이러한 거래 장부를 보관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과 인프라 그리고 중앙집권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만 했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는 중앙집권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 번째 단점은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 중간에 신용 있는 거래 당사자가 데이터베이스를 보관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단점은 거래 장부가 한 곳에 보관되기 때문에 거래의 위, 변조가 쉽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대규모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자잘한 거래 장부(예를 들어 2013년 이전 중고 자동차 수리 내역)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고, 심지어 신용 있는 당사자인 은행에서도 내부인이나 외부인을 통해 거래 장부가 위변조되는 일(직원 횡령, 해커의 침입 등)이 종종 발생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중앙집권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대규모 인프라와 신용 있는 거래 당사자가 없어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블록체인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낸 업계가 바로 가상화폐다. *비록 화폐라기보다는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렸지만, 적어도 가상화폐 시스템은 중앙에 대규모 인프라가 없어도(Infra-less) 잘 운영되고 있고 모든 이들이 거래 장부를 나눠서 보관한 후 이것의 내용이 일치해야만 거래를 승인하기 때문에 거래 시스템이 해킹당한 적도 없다. 수많은 곳에 흩어져 있는 거래 장부를 해커가 동시에 해킹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블록체인은 기존의 거래 방식을 바꿀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거래 당사자가 거래 장부를 나눠가진 후 이를 바탕으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세상이 다시 열린 것이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를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전자거래용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인프라리스는 인프라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상화폐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에 참여한 이들의 PC 네트워크다. 다만 이 기기들이 모두 흩어져 있어 사용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만큼 인프라리스라는 표현을 이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한 사용자와 거래소가 해킹당했다는 소식이 매일 들려오지만, 이것은 가상화폐 시스템이 해킹되어 가상화폐가 탈취된 것이 아니라 해커가 개인과 기업의 보안 취약점을 노려서 가상화폐를 훔친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에 위조범들이 침투해 돈을 찍어낸 것이 아니라, 강도가 ATM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사용자의 돈을 탈취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종류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개발자가 2009년 블록체인과 이를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개념을 처음 선보인 이후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블록체인 시스템 개량에 나섰다. 러시아 출신의 캐나다인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블록체인에 거래 장부뿐만 아니라 *스마트 계약서를 첨부해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이더리움'을 고안해냈다.

이는 블록체인이 보유한 '모든 거래 당사자가 거래 장부를 나눠 가짐으로써 투명한 거래 환경을 만든다'는 속성에 주목한 것이다. 중국의 개발자인 슈아이 츄는 블록체인 위에서 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퀀텀(Qtum)'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에 나섰다. 이는 거래 장부보다는 분산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라는 속성을 눈 여겨본 아이디어다.

블록체인
블록체인
<블록체인의 핵심은 신용있는 거래 당사자가 없어도 믿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인 개발자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블록체인 연구와 상용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하이퍼레저(Hyperledger)’와 ‘R3CEV’다. 하이퍼레저는 리눅스 재단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R3CEV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버클레이 등 은행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현재 시중에 등장한 가상화폐 가운데 상당수는 가상화폐 배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낡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량하기 위해 개발된 경우가 많다. 가상화폐는 그러한 개량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목적으로 등장한 가상화폐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을 들 수 있다.

*스마트 계약서(Smart Contract): 디지털 명령어로 계약을 작성해 조건에 따라 계약 내용이 자동으로 이행되는 계약서를 의미한다. 현재 거래 형태는 거래 장부 변경과 이에 따른 자본의 이전이 분리되어 있지만, 스마트 계약서와 이에 종속된 자본(=가상 화폐)을 활용하면 거래 장부 변경 즉시 자본의 이전이 가능하다. 기존 블록체인 시스템에 스마트 계약 기능을 더한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거래 장부뿐만 아니라 SNS, 이메일, 전자 투표 등 계약에 관계된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

블록체인의 형태

블록체인은 누구나 거래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Permissionless)과 권한 있는 사람과 기업만이 거래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Permissioned)으로 나눌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현재 가상화폐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핵심 축이다. 가상화폐만 구매하면 누구나 퍼블릭 블록체인에 거래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신용 있는 거래 당사자와 대규모 인프라 없이도 거래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블록체인 속의 전체 데이터가 동기화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모든 거래 장부가 일치해야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데, 수많은 곳에 흩어져있는 거래 장부를 빠른 시간 내로 일치화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토시 나카모토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 동기화 대신 거래 당사자 근처에 있는 일부 거래 장부만 일치해도 거래가 진행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퍼블릭 블록체인은 여전히 거래 속도가 느리고, 느린 거래 속도 때문에 많은 거래가 바로 진행되지 못하고 대기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거래 당사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거래 속도는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러한 퍼블릭 블록체인의 느린 데이터 동기화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들의 목표는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거래 당사자들이 납득하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 내에 거래가 승인되도록 하는 것에 있다.

블록체인
블록체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권한 있는 거래 당사자만으로 블록체인을 구축해 블록체인의 단점이었던 느린 데이터 동기화 속도를 개선한 기술이다. 권한 있는 거래 당사자란 개인보다는 블록체인용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나 관공서를 의미한다. 참여한 당사자들이 적고 블록체인용 인프라의 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으로 전체 거래 장부를 동기화할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인프라 없이도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당초의 목표는 조금 퇴색되었지만, 거래 장부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블록체인용 인프라를 빌려 옴으로써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 기간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퍼블릭 블록체인보다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다.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래 장부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면 기존 중앙집권형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구축할 때보다 필요한 인프라의 수가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거래 장부와 데이터를 나눠서 보관하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소속된 기업과 은행들은 현재 데이터를 나눠 보관하면서도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전체 데이터베이스 규모를 확대하는데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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