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인공지능으로 진화 중
[IT동아 이상우 기자]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부르지만, 최근에는 너무나도 많은 정보 때문에 사용자가 마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용자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정보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큐레이션 서비스는 사용자 인터넷 사용 기록 등을 저장한 '쿠키'를 이용해 사용자의 관심사를 어느 정도 파악하거나, 포털 사이트, 쇼핑 앱 등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사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춘 정보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큐레이션 서비스에 최근 인공지능이 더해지면서 더 사용자에게 가까운 추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찾는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바탕으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DISCO)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용자가 디스코 앱을 실행한 뒤 관심 주제를 설정하고, 자신에게 보이는 콘텐츠에 대한 호불호를 표시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한다. 학습한 내용이 쌓일 수록 디스코의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더 좋아할 만한 내용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분석해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콘텐츠를 모아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콘텐츠를 찾기 위해서는 검색창에 원하는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자신이 구독 버튼을 눌러둔 블로그, 포스트 등에 새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와 달리 인공지능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는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모아서 보여주며, 내가 거부한 종류의 콘텐츠는 앞으로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찾는 시간을 줄여준다.
콘텐츠 편식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공유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소통하거나, 다른 사용자가 추천하는 콘텐츠를 받아보면서 내 취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취향을 바탕으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사실 디스코는 네이버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의 콘텐츠를 가져와 공유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아직 까지는 네이버가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테스트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살 만한 물건을 추천해준다
PC/모바일 쇼핑 역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살 만한 물건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 기록이나 구매 내역 등을 바탕으로 추천해주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령, 성별, 지역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어떤 시간대 접속했을 때 어떤 물건을 주로 사는지, 재구매율 등은 어떠한지 등 구매 패턴을 반영하기도 한다. KT가 서비스하는 쇼닥의 경우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 등과 제휴해 2억건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빅데이터 기반 추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맞춤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디지털 광고의 효율성을 높인다
디지털 광고에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과거 디지털 광고 업계에서는 리타겟팅이라는 기술을 주로 사용했다. 인터넷 검색 기록이나 사이트 방문 기록, 앱 사용 기록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예를 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검색해보고 다른 사이트를 방문하면, 지금 보고 있는 사이트 측면이나 하단에 아까 봤던 스피커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리타겟팅 방식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적용한다면 소비자는 자신과 관계 없는 광고에 노출 되지 않는다. 기업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만한 사람에게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자신의 서비스와 제품을 알릴 수 있다. 실제로 애드테크 기업인 와이더 플래닛은 리타겟팅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성별, 연령, 소득 수준 등을 추정해 맞춤 광고를 내보내는 리타겟팅이나 사용자가 현재 보고 있는 콘텐츠 내용에 맞춘 광고를 배너로 보여주는 문맥 타겟팅 등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내 키보드 입력 습관을 기억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문자를 입력할 때 사용하는 키보드 앱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키보드 앱을 사용하면서 자주 입력한 문구가 있다면 이 문구를 어느 정도 입력했을 때 자동 완성 기능으로 추천해주거나, 오/탈자가 있으면 자동으로 교정해주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이키보드는 이러한 입력 추천에서 한 발 더 나가 사용자의 입력 습관을 바탕으로 오타를 줄이는 기능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보자. 키보드의 자판은 같은 크기와 위치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돼 있지만, 사용자 손 모양이나 움직임의 차이 때문에 각 글쇠마다 누르는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ㅏ'를 누르더라도 오른쪽 이 글쇠의 오른쪽 끝을 누르는 사람도 있고, 아래를 누르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다. 에이키보드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러한 패턴을 학습한다. 사용자가 특정 글쇠를 누를 때마다 글쇠의 어느 부분을 눌렀는지 기억하고, 약간 빗나가서 누르더라도 해당 글쇠를 누른 것으로 인식한다. 사용하면 할수록 자잘한 오타가 줄어들며, 이 덕분에 스마트폰에서도 빠른 자판 입력이 가능해진다.
터치 위치를 교정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단어 사용 습관을 통해 첫 글자를 입력하면 자주 썼던 단어를 보여주는 자동 완성 추천 기능도 있다. 앱을 사용하는 초기에는 자신이 원하는 단어가 잘 보이지 않겠지만,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쌓을수록 점점 더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밥 먹었니?'라는 문장을 자주 입력해왔다면, 나중에는 '밥 먹'까지만 입력하더라도 키보드 위 팝업 창으로 '먹었니'가 완성되는 식이다.
이밖에도 맞춤법 교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기본적인 오타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애초에 잘못 알고 있었던 단어까지 찾아서 올바른 단어로 바꿔 추천해준다. '왜승모(외숙모)',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공항장애(공황장애)' 처럼 네티즌 사이에서 '맞춤법 파괴 빌런'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