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알뜰파를 위한 실속형 SSD, 킹스톤 A400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 전국시대다. 정말로 많은 업체들이 SSD를 팔고 있다.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이 잘 알려진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두권에 있긴 하지만, 다른 업체들도 분전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제품 생산 업체인 킹스톤(Kingston)도 그 중의 하나다.
킹스톤이 설립되어 메모리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1987년의 일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30년 동안 사업을 전개했고, 지금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메모리 모듈 업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시장에서 킹스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이는 사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토종업체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덕분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킹스톤 제품을 살 수 있으니 나쁜 것 만은 아니다. 킹스톤의 실속형 SSD인 A400를 통해 제품의 만듦새를 확인해보자.
저렴한 가격과 높은 범용성
킹스톤 A400은 킹스톤의 SSD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제품군으로, 120GB 및 240GB, 그리고 480GB 용량의 모델로 나뉜다. 실속형 제품이라곤 하지만 무광 회색으로 도장한 금속 패널로 외형을 꾸몄고 브랜드 로고를 양각으로 새겨놓아 의외로 질감은 좋다.
범용성이 높은 SATA3(6Gbps) 인터페이스에 2.5인치의 크기(두께는 7mm)를 갖추고 있어 시중에 팔리는 대부분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탑과 호환이 된다. 그리고 2017년 12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20GB 모델은 5만 3,100원, 240GB 모델은 9만 4,000원, 480GB 모델은 16만 6,280원에 살 수 있다.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HDD 기반의 PC만 쓰다가 SSD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입문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무난한 기대수명, 전용 소프트웨어도 제공
그 외의 기술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TLC(Triple Level Cell, 1셀당 3비트의 데이터를 저장) 규격 낸드 플래시(저장소자)에 2채널 컨트롤러(제어기)를 갖추고 있는 등, 최근 팔리는 유사 가격대의 SSD에 준한다. 이런 제품은 성능 이전에 내구성과 수명부터 따져야 하는데, 제조사에서 보증하는 수명은 TBW(Total Bytes Written, 총 기록 가능량) 기준으로 120GB 모델이 40TB, 240GB 모델이 80TB, 480GB 모델이 160TB다. 480GB 모델 기준으로 하루에 20GB를 쓰고 지우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이론상 20년 정도는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니 이 가격대의 제품 치고는 제법 선방한 편이다. 보증 기간은 3년으로 업계 평균 수준이다.
제품 관리를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도 제공한다. 킹스톤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 할 수 있는 킹스톤 SSD 매니저(Kingston SSD Manager)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제품의 펌웨어를 업데이트해 성능을 개선하거나 동작 중에 발생한 오류 기록(S.M.A.R.T)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보안을 위해 내부 데이터를 복원 불가능한 상태로 완전히 삭제하는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밴치마크 소프트웨어를 통한 성능 분석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써보며 성능을 체험해보자. 제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킹스톤 A400의 데이터 읽기 속도는 전 모델 공통으로 최대 500MB/s에 달하며, 쓰기 속도는 120GB 모델이 최대 320MB/s, 240GB 모델이 350MB/s, 480GB 모델이 최대 450MB/s 수준이다(SSD는 용량이 클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제품 가격대를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고급형 SSD라도 SATA3 인터페이스의 한계 때문에 최대 550MB/s 전후의 속도는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선은 벤치마크를 통한 성능 분석이다. 코어 i7-6700K CPU에 16GB 메모리, 슈퍼마이크로 C7Z270-C6 메인보드 기반의 윈도우10 PC에 킹스톤 A400(120GB)를 달았다. 그 후,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데 이용하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크리스탈디스크마크(CrystalDiskMark)를 구동해봤다.
테스트 결과, Seq Q32Ti(순차적 묶음 전송속도) 항목에서 킹스톤 A400 SSD(120GB)는 읽기 508.2MB/s, 쓰기 398.9MB/s의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읽기 최대 500MB/s, 쓰기 최대 350MB/s)를 살짝 상회한다. 최대 속도보다는 평균 속도에 가까운 Seq(순차적 평균 전송속도) 항목의 경우 역시 양상은 비슷했다. 반응 속도의 지표가 되는 4K Q32T1(4KB 단위 묶음 전송속도)와 4K(저용량 파일 전송속도) 항목의 수치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 전문가용 PC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일상적인 용도의 일반 PC용으로는 충분하다.
HD Tune Pro 소프트웨어를 이용, 데이터 전송 곡선(읽기)도 확인해 보니 그래프의 출렁거림이 거의 없이 상당히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깔끔한 전송 곡선을 가진 SSD는 고급형 모델 중에서도 드문 편이다.
구형 노트북과의 조합, 체감 성능은?
벤치마크 소프트웨어 결과가 좋아도 실제 체감하는 성능이 좋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HDD 기반의 구형 노트북에 킹스톤 A400 SSD(120GB)를 설치, 성능이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느껴봤다. 테스트에 이용한 노트북은 HP 파빌리온 DV6 모델로, 2011년에 출시된 2세대 코어 기반의 구형 제품이다. 노트북 하단의 커버를 열면 HDD를 SSD로 교체 가능하다.
참고로 SSD로 부팅을 하려면 당연히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처음부터 운영체제를 재설치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존 저장장치에 있던 데이터를 새 저장장치로 온전하게 복제해주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migration)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쉽게도 킹스톤에서는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씨게이트나 WD, 인텔, 삼성전자 등에서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므로, 기존에 달려있던 HDD가 저 브랜드 중에 하나라면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킹스톤 SSD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할 수 있다.
노트북의 저장매체를 HDD에서 킹스톤 A400 SSD로 교체하니 전반적인 구동 속도 및 반응 속도가 확실하게 빨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윈도우10 부팅 속도의 경우, HDD 기반에서 41.29초가 걸리던 것이 18.45초로 2배 이상 빨라졌다.
약 1만 3,000개의 자잘한 파일로 구성된 4GB 남짓의 폴더를 복사하는 속도도 측정해 봤다. HDD 탑재 시엔 복사 작업을 모두 마치는 데 21분 26초가 소요되었으나, 킹스톤 A400 SSD로 교체 후엔 같은 작업을 8분 55초 만에 마칠 수 있었다. 역시 구형 노트북의 체감 성능을 높이는데 SSD만한 '보약'은 없다.
구형 PC에 새 생명 주고자 하는 알뜰파에게
최근 시장에서 팔리는 SSD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되었다. 특히 SATA 인터페이스 기반의 제품은 인터페이스 자체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 한계 때문에 저가 제품과 고가 모델의 성능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저렴한 제품 중에도 의외로 쓸 만한 것이 많다는 의미다.
킹스톤 A400 SSD도 그런 제품 중의 하나다. 30년 동안 반도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킹스톤의 제품답게 무난한 성능과 품질을 제공하면서, 120GB 모델 기준 5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특히 구형 PC의 성능을 개선하고자 하는 알뜰파 및 SSD 입문자들이 부담 없이 선택할 만한 제품 중 하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