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IT총결산] 4차산업혁명, 스타트업… 2017년을 달군 이슈들
[IT동아 권명관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지만, 어느새 보름도 남지 않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정치 사회 분야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IT 업계에도 눈에 띄게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2017년 IT 업계 이슈 가운데 사용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주요 이슈를 꼽아봤다.
인더스트리 4.0으로 시작한 '4차산업혁명'
지난 2016년을 시작하며,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던졌다. 이후 4차산업혁명은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6년 3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이 벌인 역사적인 바둑 대결은 미래 사회가 현대 사회에 던지는 주요 화두로 다가왔다. 5G로 불리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등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로봇, 가상현실 등이 4차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원동력으로 꼽힌다.
초연결 시대의 바탕, 5G
국내외 이동통신 시장은 4G LTE를 넘어 5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 100Mbps를 만족해야 한다. 또한, 1km 안에서 100만 개 기기에 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시속 500㎞로 이동하는 고속열차 안에서도 제한없이 통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치적으로 보면, 현재 LTE 전송속도인 300Mbps에 비해 70배 이상 빠르고, 일반 LTE에 비해선 280배 빠른 수준이다. 영화 1GB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이다.
다만, 단순히 빠른 전송속도만으로 5G를 단정 내릴 수 없다. 이동통신 업계에서 얘기하는 5G는 지금의 LTE 즉, 4G 이동통신과 성격이 다르다. 4G는 사람을 위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이었다면 5G는 사람 주변의 물건, 자동차 등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로 발전 중이다. 2020년에 이르면, 전세계 50억 명 이상이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함께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기기는 500억 개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즉,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 시대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서 초고밀도의 대용량 네트워크는 필수이며, 동시에 먼 거리까지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가 어떤 곳에 사용되는지, 무엇에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때문에 5G는 빠른 전송속도, 대용량 서버 등도 중요하지만, 지연 없는 응답시간을 주요 조건으로 꼽는다.
업계는 2020년에 이르러서야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한 준비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맞춰 5G 관련 기술을 시연할 예정이다. 참고로 5G에 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2015년부터로 아직 기술 표준을 확립한 단계는 아니다. ITU와 국제 민간 기술 표준화 기구인 3GPP가 오는 2020년까지 5G 표준을 세워 나갈 예정. 표준화 작업은 각 나라 및 단체마다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은 5G 포럼, 중국은 IMT-2020, 일본은 ARIB 등을 만들어 준비 중이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본격적으로 5G 설비투자에 돌입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시범서비스, 비즈니스모델 개발 등 연구 수준에 그쳤지만, 전담조직을 완비해 주파수 할당을 시작으로 5G 망 상용화와 전국 네트워크 구축 등 실행전략에 돌입하고 있는 것. 가장 빠르게 전담조직을 구축한 곳은 LG유플러스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5G 를 알리고 있는 KT,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으로 이슈 몰이를 시작한 SK텔레콤에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조바심이 엿보인다.
SK텔레콤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임에도 불구하고 4G LTE 경쟁에서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위기감 추격을 허용했다는 내부 판단을 내리고, 이번 5G 구축에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KT는 5G 전담조직인 5G사업본부를 신설했다. 5G에 대한 준비를 네트워크 부문 및 융합기술원에서 분담했으나, 앞으로 전담조직에서 주도한다. 신설된 사업본부는 주파수 전략, 네트워크 구축 계획 등을 맡아 2018년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준비한다. 또한, 블록체인 전담조직을 신설, 인공지능(AI)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했다. AI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육성기관 AI테크센터를 통해 AI 서비스 발굴을 위한 기가지니 사업단을 AI사업단으로 확대 재편했다. 이외에도 KT는 국제통신표준기구인 3GPP가 아직 제정도 하지 않은 5G 규격을 삼성전자, 인텔 등과 함께 개발해 '평창(SIG) 규격'으로 마련,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 데이터(자료) 분석의 첨병
2016년,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한 인공지능 기술은 마침내 사람을 따라잡을 정도로 무르익었음을 전세계에 알렸다. 특히, 구글 알파고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IBM 등 글로벌 IT 기업이 개발한 약 인공지능(인지능력만 갖춘 인공지능.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이 속속 상용화되면서 사용자들에게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2017년은 인공지능의 활용 영역이 본격적으로 넓혀지는 한해였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겨루는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열려 세간의 주목을 끌었으며, 의료, 금융, 보험 추천, 기사 작성 등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음성을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장착해 사람의 말을 분석하고, 사람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형태의 인공지능 스피커로 영역 확대는 빠르게 이뤄졌다. 애플, 구글에 이어 KT의 기가지니, SKT의 누구, 삼성전자의 빅스비, 네이버의 웨이브, 카카오의 카카오i 등 국내 업체들도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고, 이를 활용한 연계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인식하고, 정해진 패턴에 따라 음악 재생, 문자 전송, 특정 IoT 기기 제어 등에 그쳐 있지만, 스스로 학습하는 단계로 접어들면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가상현실,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발전하다
가상현실(VR) 역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새로운 기술로 우리네 생활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8월 4일, 인천 송도에 문을 연 도심형 테마파크 '몬스터VR'을 시작으로, 지난 12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VR 테마파크 '판타VR'도 오픈했다. 기존 PC방이나 카페 등 소형 공간에 몇몇 VR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던 과거와 달리 수백평 이상의 공간에 수십 대의 체험형 VR 기기가 자리잡는 '테마파크'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 또한, VR의 뒤를 이어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의 발전도 눈여겨봐야 한다.
로봇세, 인간의 가치를 되돌아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게이츠가 "로봇세를 도입해 이 재원을 자동화에 따라 실직한 노동자를 재교육하는데 활용해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시작된 '로봇세'의 등장도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바뀔 미래 모습을 연상케 한다. OECD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일자리의 약 9%는 자동화로 대체된다. 즉, 현재 노동자 중 9%에 해당하는 사람은 실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AI와 결합한 로봇의 발전은 일자리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로봇세 논의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 하지만,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노동자 중 61.3%는 AI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로봇세와 관련해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세계 로봇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로봇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 지난 2015년 기준,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179억 달러로, 제조용 로봇(9.2%)과 서비스용 로봇(10.4%)의 동반성장에 힘입어 전년대비 9.7% 증가했다. 같은해 국내 시장은 로봇기업 저변확대와 내수경제 소폭 회복 등으로 국내 로봇산업(생산액 기준)은 전년대비 17% 증가한 3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용 로봇은 2조4,0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5.3% 증가, 서비스용 로봇은 5,885억원 규모로 27.3% 증가했다. 다만, 전문화 대형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로봇세 언급과 함께 기본소득제 논의도 등장했다. 기본소득은 로봇세로 거둔 세금을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것. 실제로 스위스는 지난 2016년 6월, 월 2,500스위스프랑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자는 내용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근로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대 여론으로 인해 부결됐지만, 23%가 지지의사를 나타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타트업 전성시대
지난 2017년 7월 26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가 8,700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본 예산에 추경 예산 8,000억 원을 더한 금액이다. 중기부는 이렇게 조성된 자금으로 청년창업기업, 재기기업, 지방소재기업 등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4차산업혁명 관련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성장 가능 기업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중기부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청년들이 창업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청년창업펀드에 3, 300억원을 출자한다. 총 규모는 5,500억 원이며, 모태펀드 출자비율은 최대 60%다.
이어서 청년창업펀드는 많은 기업이 혜택 받을 수 있도록 투자 대상 기업 요건을 낮춘다. 기존 업체 대표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전체 고용 중 만 29세 이하 직원이 50% 이상이고,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R&D) 비중이 5% 이상이어야 하는 요건 등을 갖춰야 모태펀드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청년고용 기준을 만 39세로 통일하고, R&D 비중 요건은 적용하지 않는 기준으로 바뀌었다.
재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삼세번 재기지원펀드'는 3,125억 원 규모로 신규 조성된다. 모태펀드 출자비율은 80%. 이외에도 4차산업혁명펀드 3,527억 원(출자비율 70%, 출자금액 2,500억 원), 지방기업펀드와 지식재산권펀드는 각각 334억 원(60%, 200억 원) 규모다.
역대 최대다. 그야말로 스타트업, 창업 전성시대. 실제 지난 2017년 12월 5일, 5일 중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엔젤투자 규모 2,126억원 가운데 개인 직접투자 비중은 1,747억 원(소득공제 기준, 3,984명)으로 200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엔젤투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엔젤투자는 3년 이하 창업기업 투자 건수 2,277건(약 651억 원)으로 전체 절반(49.1%)에 가까웠는데, 전년(819건, 499억 원) 대비 2.8배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스타트업, 창업 열풍은 2017년을 넘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성능 상향 평준화
아이폰X, 아이폰8 시리즈, 갤럭시노트8, 갤럭시S8…, LG G6, LG V30 등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한가지로 모인다. 성능 상향 평준화다.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스마트폰을 찾기가 어려운 지금, 시장에 선보이는 스마트폰은 성능 이외에 그 무엇을 찾기에 바쁘다. 타 제품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타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 VR/AR 기술 지원, 듀얼 카메라, 간편결제 도입, 카메라 성능 향상 등 기본 성능 이외에서 제품 차별점을 내세운다.
특히, 스마트폰 성능 상향 평준화와 함께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고가 책정으로 인해 반대로 저가 스마트폰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성능 상향으로 250달러 이하 스마트폰도 일상에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어 2017년말이 가까워질수록 중가형 스마트폰 경쟁력이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8월 갤럭시노트8을 출시하는 현장에서 성능 상향 평준화로 인한 고민을 내비친 바 있다. 갤럭시노트8은 역대 최고 사양을 갖췄다고 평가 받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성능 향상에 대한 혁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어서 그는 "휴대폰만으로 매출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스마트폰으로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라며, "요즘 (스마트폰 성능은) 하드웨어적으로 거의 같다고 하는 것은 좋은 지적이다. 다만, 성능은 유사할지 몰라도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안정화, 앱 활용 등에서 다르다"라고 말했다.
PC 프로세서, 멀티코어의 재발견
인텔과 AMD가 2개의 코어(Core)를 탑재한 '펜티엄 D(Pentium D)', '애슬론 64 X2(Athlon 64 X2)'를 첫 출시하며 화제를 모은 것이 2005년이다. 즉, 2개 이상의 코어를 탑재한 멀티코어 CPU가 PC 시장에 등장한지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다만, 멀티코어 CPU는 시장에서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코어의 수보다 동작속도에 기반한 성능 향상이 주목을 더 받았다. 동작속도 낮은 코어가 많은 것보다 동작속도 높은 코어 1개짜리 CPU가 더 좋다는 의견도 시장을 지배했다.
이는 멀티코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운영체제부터 난관이었다. 2005년 가장 많이 사용되던 윈도우XP 운영체제는 본래 단일코어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이후 등장한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7 등은 멀티코어 연산을 지원했지만, 이번에는 응용 소프트웨어가 문제를 일으켰다. 여전히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단일코어만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소프트웨어(예: 심시티4)는 멀티코어 CPU를 탑재한 PC에서 오히려 성능이 저하되거나 아예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최대 8코어를 탑재한 AMD 라이젠 시리즈가 저렴한 가격과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성능으로 다시 한번 시장에서 주목을 끌었고, 인텔 역시 6코어를 탑재한 8세대 코어 시리즈를 선보이며 멀티코어 전략을 펼쳤다. 그리고 이와 함께 멀티코어는 성능이 낮다는 평가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그야말로 멀티코어의 재발견이다.
사용자가 PC를 사용하는 경험의 차이도 멀티코어에 힘을 싣는다. 최근에는 게임을 즐기면서 단순히 게임 하나에만 몰입하지 않는다. 자신의 게임 플레이 화면을 녹화하거나 유튜브, 트위치 등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게임 플레이 화면을 전송한다. 때문에 멀티코어 프로세서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해 결과적으로 성능 향상에 도움 된다는 평가다.
가상화폐, 신기술의 가치? 거품의 온상?
가상화폐가 연일 화제다. 가상화폐의 실제 명칭은 암호화화폐로 PC 등에 정보 형태로 존재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화폐로 실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개념인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다. 특정 개인이나 회사가 운영하는 화폐가 아니며, 여러 이용자의 PC에 분산/저장/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을 만들고 거래하고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사람 모두가 비트코인 발행주인 셈이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최초 거래는 2010년 5월 18일 미국에서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비트코인을 현금을 대체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 수 없었기에, 1만 비트코인(41달러)으로 피자 2판을 구매한 것. 그랬던 비트코인이 올해 6월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데스크에서 2,700달러에 거래되었고, 당월 11일(현지시각) 17시를 기준으로 3,000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불과 반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서 2,000만 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금융 업계와 IT 업계에서 양극화로 나뉜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튤립 버블'로 보는 금융 업계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결과로 풀이하는 IT 업계의 관점이 평행선을 달린다. 실제로 워렌 버핏은 비트코인을 '버블'로 정의하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강조한 반면,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위즈니악은 비트코인을 달러나 금보다 낫다고 평가한다.
금융 업계와 IT 업계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다른 이유는 명확하다. 금융 업계는 비트코인의 현재 가격과 실제 가치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IT 업계는 (비트코인에 활용된) 블록체인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란, 가상화폐를 만든 기술로 거래 정보를 기록하는 일종의 장부다. 거래 정보를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들이 공동 보관하는 분산원장 기술로, 가상화폐를 공공거래장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모든 사용자의 PC에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거래 기록을 공유/저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위조/해킹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기술을 산업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가상화폐 가치에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금융 업계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에는 아이템 발굴에 나서고 있다.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은행 등은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 컨소시엄에서 영국 바클레이스, 미국 US뱅크, 홍콩 HSBC 등 글로벌 은행 18곳과 공동으로 국제 자금이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등락하는 가상화폐 가치와 국내외에서 투기, 도박으로 까지 언급되는 자금이 유입되자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2월 13일 '가상화폐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거래를 전면 금지하지 않았지만, 투기/자금세탁/개인정보유출 등 부작용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나 외국인 등 비거주자는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금융기관이 가상화폐를 보유하거나 매입하는 것도 금지했는데,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화폐 신규 투자가 일반투자자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방어막이다.
< 12월 13일 가상화폐 정부대책 발표 시점 변동한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 >
여기에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규제를 내걸었다. 고객자산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확인, 암호키 분산보관, 가상통화 매도/매수 호가 및 주문량 공개 등을 의무화했으며, 자금세탁방지 의무도 부과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