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기 대용량 저장공간 추가요~ 씨게이트 바라쿠다 8TB
[IT동아 강형석 기자] 새로운 하드디스크들을 볼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엄청난 용량 때문이다. 1~2TB 용량을 접한 것도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데 어느덧 10TB를 돌파한 제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도 일부는 기가바이트(GB) 단위의 저장장치를 쓰지만 하드디스크만큼은 예외다. 여기는 최소 테라바이트(TB)가 주를 이루고 있는 대용량의 세계다.
용량이 커지니 자연스레 많은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속도는 다소 느리기에 묵직한 작업을 실행하는 것에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어도 단순히 콘텐츠를 읽고 쓰는 것에는 아쉬움이 없다. 그래서 많은 PC 사용자들은 빠른 속도를 가진 SSD를 주력으로 하고 하드디스크를 보조 저장장치로 두고 영상이나 사진, 음악 등을 담아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씨게이트 바라쿠다 8TB(ST8000DM004)는 이런 이상을 실현하는 고용량 하드디스크다. 8000GB, 10GB 용량의 고화질 영상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800여 편을 품을 수 있는 엄청난 용량이다. 물론 씨게이트에서 8TB가 처음은 아니다. 바라쿠다 프로나 기타 장치에서 8TB를 구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일반형 모델로 속도는 조금 희생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데스크탑 PC도 초고용량 시대
하드디스크 라인업을 바짝 정리하고 있는 씨게이트는 데스크탑 시장에 대해 크게 2가지 라인업으로 분류해 두었다. 하나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바라쿠다(Barracuda), 그리고 하드디스크와 SSD를 조합한 SSHD 브랜드인 파이어쿠다(Firecuda)가 그것이다. 이 외에 개인/중소기업용 네트워크 스토리지인 아이언울프(Ironwolf)와 보안, 감시 시장을 겨냥한 스카이호크(Skyhawk) 등이 있지만 특수 환경에 맞는 제품이므로 예외로 하자.
바라쿠다는 여기에서 일반형 그리고 고성능 모델인 프로(Pro)로 나뉜다. 용량과 자기 원판(플래터)의 회전 속도, 내구성, 보증기간 등으로 나눠 차별화를 꾀했다. 해당 모델은 ST8000DM004로 일반 바라쿠다 제품이다. 동일한 제품의 프로는 제품 코드명 뒤에 0이 하나 더 붙은 ST8000DM0004이므로 선택 전 혼동하지 말자.
8TB에 달하는 대용량이지만 덩치는 그대로. PC에서 주로 쓰는 3.5인치 규격을 따른다. 연결은 PC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직렬 방식(SATA)을 쓴다. 그냥 하드디스크에 달려 있는 두 단자 중 짧은 단자에 케이블만 연결해주면 끝이다. 최신 시스템이라면 별도의 인식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8TB라는 용량은 어떻게 구현했을까? 씨게이트는 이 제품에 자기 원판(플래터)을 4장 탑재했다. 여기에 데이터를 읽고 쓰기 위한 헤드를 8개 배치하는 식으로 8TB를 구현했다. 자기 원판은 씨게이트가 개발한 TGMR(Tunneling Giant Magnetoresistance)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거대자기저항(GMR)에 기반한다. 하드디스크 업계 표준 기술 중 하나로 자기화 방향이 서로 다른 1nm 정도 두께의 박막을 겹쳐 붙인 다음 전류를 흘리면 더 큰 전기저항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것을 말한다. 씨게이트는 여기에 회전 의존형 전송 장치인 전자 터널 기구를 더해 면적 밀도를 높였다. 가장 고전적인 방식 중 하나라 하겠다.
제품에는 뚜렷한 회전속도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신 테스트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회전속도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미뤄 기기가 유동적으로 최대 5,400rpm까지 조절해 작동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송속도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그만큼 진동을 억제할 수 있기에 안정적인 용량 증설이 가능하다.
최적의 속도를 내기 위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다층 캐싱 기술(Multi Tier Caching Technology)이 그것. 이 기술은 하드디스크 내에 탑재된 메모리를 적극 활용해 속도를 높이는 구조다.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해 데이터를 사전에 모아두고 필요에 따라 하드디스크 내에 읽고 쓰는 방식을 쓴다. 일부 제품에는 낸드 플래시를 추가로 탑재하기도 하는데 바라쿠다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다양한 기술을 품은 바라쿠다 8TB(ST8000DM004)는 최대 초당 190MB 가량의 전송 속도를 제공하게 된다. SSD와 비교하면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동급 하드디스크와 비교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성능은 무난하지만 용량으로 만회한다
씨게이트 바라쿠다 8TB(ST8000DM004)의 성능을 측정해 볼 차례.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와 실제 파일 복사 시간 등을 측정하며 실력을 알아봤다. 테스트 플랫폼은 8세대 인텔 코어 i7 8700K 프로세서와 에이수스 스트릭스 Z370 G 게이밍 메인보드로 구성됐다. 이 외에 DDR4-3000 16GB 메모리와 600W 전원공급장치 등이 호흡을 맞췄다. 운영체제는 윈도 10 프로이고 최신 드라이버를 모두 적용한 상태다.
하드디스크 성능 측정 소프트웨어 HD튠(Tune)을 활용해 순차 쓰기 성능을 측정했다. 그래프를 확인해 보면 처음 5TB 구간까지는 초당 100MB 가량의 전송 속도를 유지하다가 이후 감소하게 된다. 모든 자기 원판(플래터) 영역에 데이터가 작성되면 전송 속도는 최저 초당 80MB 가량에 이르게 된다. 속도 그래프 자체만 놓고 본다면 전형적인 하드디스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역 접근 속도는 1.33밀리초(ms) 가량으로 무난한 수치다. 프로세서 사용량도 1% 정도로 크지 않은 점은 인상적이다. 결과적으로 하드디스크의 쓰기 속도는 평균 초당 123.2MB을 기록했다. 최저 74.7MB/s, 최고 176.9MB/s 가량이다.
읽기 성능을 측정해 봤다. 쓰기와 마찬가지로 그래프 구간 자체는 초기에 높은 속도를 구현하다 점차 줄어드는 하드디스크 특유의 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쓰기 테스트와 달리 전송 속도에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곡선을 그렸다. 읽기 성능 자체로 놓고 본다면 여느 하드디스크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다.
읽기 속도는 최소 87.5MB/s, 최대 197.4MB/s를 각각 기록했다. 평균 153MB/s의 전송 속도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이다. 그러나 데이터 영역 접근 시간은 13.9ms로 크게 증가했다. 프로세서 사용량은 쓰기와 마찬가지로 1%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에는 파일 복사 테스트를 진행했다. 총 3가지 파일을 준비했다. 먼저 4.8GB 용량의 단일 파일, 다른 하나는 32.5GB 용량을 가진 407개의 파일, 마지막은 62.3GB 용량으로 구성된 618개 파일이다. 각각 대용량 동영상 파일과 대규모 파일 복사 등을 구현하고자 했다. 해당 파일은 SSD에서 하드디스크로 하드디스크에서 SSD로 한 번씩 복사하며 시간을 측정했다.
SSD에 저장된 파일을 씨게이트 바라쿠다 8TB에 복사할 때 성능을 알아보자. 4.8GB 파일 하나를 복사하는데 17초, 이어 32.5GB 용량의 407개 파일을 복사하면 3분 35초(215초)가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62.3GB 용량의 618개 파일을 복사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7분 43초(463초)다. 이 테스트는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실제 환경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로 보면 대용량 파일들을 자연스레 다루는 것에 문제 없는 수준의 성능이다.
반대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동일한 파일을 SSD에 저장할 때의 시간을 측정했다. 하드디스크의 읽기 성능을 측정하기 위함이다. 먼저 단일 파일을 반대로 옮기는데 소요된 시간은 30초. 앞서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9초 가량 지연된 수치다. 이어 32.5GB 파일 복사 테스트에서는 5분 3초(303초), 62.3GB 복사 테스트에서는 10분 15초(615초)가 소요됐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제품은 쓰기보다 읽기 성능이 다소 낮게 측정되는 성향을 보였다. 데이터를 자주 쓰는 환경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단, 고용량 하드디스크 자체만으로 놓고 본다면 성능 자체는 무난하다. 이 부분은 저장장치 성능이나 연결 인터페이스 등에 따라 다르니 참고만 하자.
데스크탑 용량 해결 마법사
씨게이트 바라쿠다 8TB(ST8000DM004)의 강점은 용량. 여기에 성능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얻은 가격적 매력이 더해지면서 구매 가치가 높아졌다. 구체적인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해외 기준으로 보면 약 20만 원대 중반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30만 원대 초반에 거래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동급 용량의 프로 라인업 대비 1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인 셈이다.
물론 비싸다고 여길 소비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같은 용량을 구현하려면 그에 따른 희생을 감수해야 된다. 2TB 하드디스크라면 4개, 4TB 하드디스크라면 2개를 같은 공간에 연결해야 구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을 하나로 줄인다는게 발열이나 공간 활용성 등에서 이점을 준다.
굳이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보증기간이다. 이 제품은 2년 제한보증이 적용된다. 반대로 동일한 용량의 프로 라인업은 가격이 높지만 5년 제한보증이 적용된다. 보증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면 프로를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1년만 더 늘려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