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이야기] 데이터로 소비자의 마음을 읽다
기업의 언어는 무엇일까? 혹자는 영어라고, 또는 중국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업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기획을 원활하게 하고 싶을 때, 기업의 성과와 현황을 외부에 전달할 때 가장 중요한 언어는 바로 숫자다. 즉, 기업은 숫자로 많은 상황을 판단하며 보고하고 공유한다. 특히, 지금처럼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숫자의 활용은 단순히 회계, 재무, 마케팅 등에만 한정할 수 없다.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 분야 역시 데이터 목표를 설정하고, 현재 프로덕트의 상태를 이야기할 때 숫자는 중요하다. 단순히 "A보다 B가 더 깔끔하다", "A보다 B가 세련적이다" 등의 형용사만로는 어떤 의사 결정도 할 수 없는 시대다.
UX 디자인의 가장 큰 목적은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욕구)를 찾는 데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UX 분야의 니즈는 마케팅에서 말하는 니즈의 범주보다 훨씬 세분적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금융 상품을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사실은 마케팅 측면의 니즈다. 하지만,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여러 형태 중 상담 인터페이스를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 이러한 챗봇 서비스를 기획할 때, '버튼의 위치는 어디가 적당한가', '정보는 어느 시점에서 얼마나 전달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UX 차원의 세분화된 니즈 탐색을 필요로 한다.
기존에는 설문조사나 FGI, 실험 등 다양한 사용자 조사(User research)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발견했다. 하지만, 전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은 제품을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사용자 조사 결과는 실제 프로덕트를 사용했을 때 사용자 니즈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데이터의 활용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무기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스마트 기술의 등장은 디지털 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동을 데이터 베이스에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기업은 사용자가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시간, 페이지에서 이탈한 시간 등 서비스 사용 시 무심코 나타나는 사용자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생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분석해 서비스의 문제점을 찾고 더 나아가 사용자의 감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통제된 환경이 아닌 실제 사용자가 여러 변인의 영향을 받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여기서 발견한 인사이트는 실제 사용자가 생각하는 문제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정성적 분석에 치중됐던 UX 방법론으론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 실무 논의에서 제대로 된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량적 지표를 나타낼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은 보다 높은 객관성을 확보해 다른 부서와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다. 때문에 설계하고자 하는 UX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통계전공자만 데이터를 다루는 형태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다루는 디자인과 마케팅, 나아가서는 기업의 의사 결정도 데이터 활용 능력이 필수적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 조사를 정량적으로 하려는 노력은 스타트업에서도 활발하게 나타난다. 한 번의 실패가 기업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핀다는 기존에 운영하던 웹사이트의 사용자 활동 데이터 200여 가지를 트랙킹한 결과를 반영해, 신용조회 및 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사용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서비스인 개인 자산관리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이번 달 해당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 1호 국내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 역시 빅데이터 기반의 자체적인 신용평가시스템(CSS)를 통해 보다 더 합리적인 금리의 신용대출과 네이버페이와 함께 사용자 니즈를 반영한 체크카드 등을 출시했다. 더 다양한 사용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군도 개발 중이다.
< 핀다 및 케이뱅크 이미지, 출처: 핀다 >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사용자 분석은 각 기업 차원의 활용뿐만 아니라 B2B 서비스로도 등장했다. 각 서비스 퍼널(funnel)별로 최종 액션까지 얼마나 고객이 이탈했는지 데이터로 실시간 볼 수 있는 믹스패널(Mixpanel.com), 고객이 화면상에서 프로덕트의 어디를 가장 많이 클릭하고 머무는지 사용자 행동패턴을 히트맵으로 보여주는 핫자 서비스, 사용자의 연령, 성별 등 특성에 따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패턴을 분석하는 뷰저블 서비스 등 온라인과 모바일 프로덕트를 갖고 있는 기업은 필수적으로 한 가지 이상을 사용 중이다. 이와 같은 데이터 분석 툴을 활용해 해당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니즈와 불편함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가설을 세우고 UX 개선 작업을 진행할 때, 어떤 가설이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 되지도 확인할 수 있다.
< 믹스패널 이미지, 출처: 핀다 >
UX설계 시 정성적 분석을 아예 배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데이터 기반의 UX를 디자인해 보다 객관적으로 사용자를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도움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데이터 중심의 정량적 분석은 UX 디자이너로 하여금 사용자의 진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서비스 기획 등에 객관성을 더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업무 환경에서는 UX 기반 디자인, 기획, 비즈니스 전략 등 폭넓은 범위에서 UX 가치와 불가분의 관계가 될 데이터를 눈여겨 봐야한다.
김서광, 핀다 홍보 및 마케팅 담당 매니저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핀다(www.finda.co.kr)에서 마케팅 및 홍보 매니저 담당. 성균관대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한 뒤, 동 대학원 정보통신대에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를 연구하고 있다.
글 / 핀다 김서광(seogwang@finda.co.kr)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