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
[IT동아 김영우 기자]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선 기술, 문화,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력이 필수이며,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상상력까지 필요하다. 미래학자로서 권위를 인정받는 인물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미래학자로 통하는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충분히 주목 받을만한 인물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연구소인 다빈치연구소의 소장이며 2006년, 구글에서 최고의 미래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3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한국IoT융합사업협동조합은 토마스 프레이 소장을 초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열었다.
이날 행사 도중에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토마스 프레이 소장은 국내 취재진과 질의를 주고 받기도 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Q: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A: 그건 인프라 구축에 따라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극히 일부 부자들만 이용하는 물건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대장간이 주유소로 바뀌고, 마차길이 차도로 바뀌는 등의 큰 변화가 발생하고, 결국 자동차는 대중화되었다. IoT(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 역시 지금은 다소 생소하지만 언젠가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다.
Q: 미래사회의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생각은?
A: 현존하는 50%의 직업이 향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인구의 절반이 실업자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른 일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다. 19세기의 미국 인구 70%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불과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식량 생산량은 훨씬 더 많다. 효율이 향상되어 더 적은 수의 사람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미래에도 회계사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쓰는 도구는 바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같은 직업이라도 새로운 정의를 해야 할 것이다. 장기 고용 보다는 짧게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며, 젊은이들이 한 번에 5~6개의 프로젝트에 몸담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업자가 늘어나기보다 오히려 이런 세세한 일들을 담당할 사람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제를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망으로서는 좋게 생각하지만 이 개념이 나온 건 앞으로 일이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가정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 가정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기본소득제를 꼭 적용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Q: 4차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서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인문학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미래에 대비해야 할까?
A: 2030년 즈음에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8~10번은 직업을 바꾸면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이를 기존의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안 어울린다. 다빈치 연구소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이크로컬리지라는 실용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4년제 대학제도는 19세기 때 비롯된 것이다. 4년제 대학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4년이라는 시간과 많은 학자금을 쓰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보의 흐름이 너무 빠르고, 진짜 고급 정보는 대학 밖에 있기 때문이다.
Q: 비트코인 등의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블록체인을 통해 모든 거래 기록과 각종 계약 내용 등을 추적할 수 있다. 투명성도 매우 높아서 신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얼마 전 노벨상 위원회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정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를 한 적이 있는데, 50여개 나라에서 1억 4천만 명이 투표한 바 있다. 블럭체인으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미래를 궁금해하는데 난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는 오랫동안 우리 생활 속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이가 많아질수록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열린 컨퍼런스에는 IoT 혁명 및 블록체인, 스마트팩토리, 3D 프린팅 등의 4차 산업혁명 주제로 세션이 진행되었다. 각 세션은 토마스 프레이 소장 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김남철 과장,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의 최종웅대표, 서강대학교 박수용 교수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 주목을 받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