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를 잊지 말아요, 애플 아이폰8 플러스
[IT동아 강형석 기자] 매년 출시되는 아이폰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면서도 항상 흥미를 유발하는 아이템임에 틀림 없다. 올해는 그 즐거움이 배가됐다. 늘 친숙한 후속인 아이폰8에 새로운 형태의 아이폰X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신제품들은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가 많으니 그만큼 문제도 커지는 것일 테니까.
그런데 그 관심의 집중이 하나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바로 아이폰X에 말이다. 마치 과거 스티브 잡스의 헤어스타일을 오마쥬한 듯한 상단 액정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물건에 쏠리는 인기는 상당한 듯 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독특하지만 신비하고 향상된 성능과 새로운 기능들은 주목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아이폰8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세밀한 부분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막상 육안으로 보기에 그냥 여느 아이폰들과 다르지 않다. 기자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손에 쥔 아이폰8(그것도 플러스)은 전통과 새로움 사이를 오가는 나름 참신한 물건이었다.
무선 충전 위해 도입된 유리
아이폰8과 플러스의 외적 요소의 핵심은 유리다. 후면에는 유리, 전면은 코닝 클래스를 적용했다. 리뷰에 쓰인 제품의 색상은 골드인데, 약간 붉은색이 은은하게 돌아 시각적 만족감은 크다. 마감 자체만 놓고 보면 제법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사용 중 품질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일단 손에 쥐는 느낌과 보는 즐거움은 여느 아이폰 시리즈 못지 않게 뛰어나다.
마감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디자인은 유지하지만 항공우주 등급(7000 시리즈)의 알루미늄 밴드, 내부에는 별도로 레이저 용접 기술을 접목한 강철 서브 프레임 적용 등을 통해 내구성을 높였다.
크기는 가로 78.1mm, 세로 158.4mm, 두께 7.5mm다. 무게는 202g. 기존(77.9 x 158.2 x 7.3mm)과 비교하면 대체로 커졌다. 무게도 188g에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재질을 유리로 채택하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었나 예상해 본다.
전면 디스플레이 크기는 5.5인치, 1,080 x 1,920 해상도의 레티나 H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IPS 패널에 기반하고 있으며 1인치당 픽셀 집적도는 401ppi다. 명암비는 1,300대 1 정도로 크기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화면 표현력을 보여준다. DCI-P3 규격에 대응하는 색역 표현도 특징이다. 디지털 영상 조약(DCI)에서 정의한 것으로 sRGB 대비 25% 더 넓은 색역 표현을 지원한다.
아이폰8에는 트루 톤 디스플레이(True Tone Display)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실내와 야외 등 여러 환경에 따라 주변광 센서가 이를 인지하고 디스플레이의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한다. 시간과 장소 가리지 않고 최적의 화면을 보여준다는 점이 돋보인다. 장시간 사용을 고려한 설계라 볼 수 있겠다.
전면에는 기존 대비 강도가 50% 향상된 코닝 글래스를 장착했다. 애플은 스마트폰 중 가장 단단한 강화유리라는 입장이다.
후면 디자인도 기존과 느낌이 다소 상이하다. 애플 로고와 아이폰(iPhone)이라는 문구가 조금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심도가 50% 깊어진 맞춤형 유리를 적용한 점도 있지만 해당 로고와 폰트가 물리 증착법을 적용했기 때문인 점도 있다. 이 기술은 금속 자체를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 위에 금속을 입히는 방식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세밀함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애플의 집착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것을 제외하면 후면에는 달랑 카메라만 존재한다. 역시나 돌출된 형태로 흔히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와 있다는 것을 의미)’라고 한다. 망원과 광각 카메라가 각각 탑재되어 있는데, 모두 동일한 1,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배치된다. 카메라는 광각 f/1.8, 망원 f/2.8의 조리개로 비교적 밝으며, 6매 렌즈로 이미지 품질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카메라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포함된다. 그것도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무려 광학식 떨림 보정(OIS – Optical Image Stabilization)이다. 때문에 온 몸이 심하게 떨지 않는 이상 촬영 시 이미지가 번져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 외에 아이폰8과 플러스는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애플 독자 규격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의외로 치(qi) 방식을 따른다. 기존 무선 충전이 되는 스마트폰에서 아이폰8 시리즈로 이전한다면 충전기는 그대로 쓸 수 있겠다. 대신 출력에 따른 충전 속도 차이는 감수해야 한다.
뛰어난 성능과 효율
아이폰8의 성능, 일반적인 체감으로만 놓고 보면 이전과 큰 차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신제품이 주는 성능을 쉽게 체감하게 된다. 폭발적이지 않지만 묵묵히 할 일을 해내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게임을 많이 즐기는 사용자라면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
이 제품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애플이 새로 개발한 A11 바이오닉(BIONIC)이다. 바이오닉이라고 해서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유닛 조합을 떠올렸다면 아재라고 의심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애플이 말하는 바이오닉은 아마도 프로세서의 유기적인 모습을 강조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게임을 자주 즐기는 기자 입장에서 보면 아이폰8의 성능은 만족스럽다. 일본 앱스토어에 있는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스테이지를 가장 뛰어난 3D 효과를 적용하고도 끊김이 없다. 게임을 즐기는 동안에도 그렇지만 게임 내 자체 구현되는 실시간 화면도 전혀 끊김 없다.
A11 바이오닉은 6코어 프로세서로 이 중 4개는 고효율, 2개는 고성능을 담당한다. 각각 기존 대비 70%, 30%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다른 프로세서처럼 코어가 각각 묶인 상태에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운용된다. 예로 애플리케이션 설계에 따라 코어를 1개만 쓰거나 전부 쓰는 것도 가능하다. 임의로 설정할 수 없고 iOS 운영체제 내에서 자유롭게 분배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도 배터리 성능은 향상됐다. 기존 아이폰에서는 게임을 약 1시간 가량 즐기면 60~70% 가량의 배터리 잔량이 남았는데, 아이폰8은 약 80% 정도가 남아 있다. 물론 배터리 잔량 표시 기준이 다르기에 이렇게 표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번에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성능 외에 사진영상 촬영 기능이다. 아직 시험버전이지만 인물사진 조명 기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얼굴 인식도 자연스럽고 조명이나 효과 등에 따라 제법 멋진 사진을 기록할 수 있다. 이건 다른 휴대폰이 흉내내기 어려운 애플만의 정체성이다.
동영상 기능도 풍부해졌다. 최대 60매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4K 영상을 기록할 수 있으며, 풀HD 해상도로 최대 240매 영상 기록도 가능하다. HEVC 압축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기능을 자연스레 처리해내는 모습을 보면 스마트 기기의 발전에 놀라울 따름이다.
전통과 신선함 사이, 선택은 소비자의 몫
아이폰8, 전통의 아이폰7과 신선한 아이폰X 사이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흔적들이 있다. 당장 성능이나 기능적 요소만 보면 아이폰7 시리즈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겉은 비슷해 보여도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태생이 다른 물건이다. 아이폰만 놓고 보면 그렇다.
아이폰8과 플러스의 가장 큰 적은 아이폰X다. 시선이 온통 그곳에 집중되어 있다. 여러 의미가 있는 신제품이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굳이 고가의 비용을 들여 새로운 아이폰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폰8 시리즈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마트폰이다. 일부 요소를 제외하면 아이폰X는 아이폰8(또는 플러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은 아이폰X가 출시되고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듯 하다. 그 때가 되면 아이폰8이 나를 잊지 말라며 다시 생각 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이 제품이 99만 원(아이폰8 64GB)에서 134만 원(아이폰8 플러스 256GB)의 값어치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여러 내외부 요소들을 따져봐도 이 가격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합리적인 정책을 펼 수 없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폰X의 가격을 보니 그저 멋쩍은 웃음만 나올 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