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분신술로 강해지는 공유기, 넷기어 오르비
[IT동아 김영우 기자] 무선랜은 유선랜보다 편리하다. 하지만 유선에 비해 속도가 느려지거나 연결 품질이 다소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공유기에서 멀어질수록 연결 품질은 급속히 저하된다. 이를 보완하려면 여러 대의 공유기를 곳곳에 설치해서 와이파이의 음영지역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자면 각 구역의 공유기마다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유선랜 환경만큼이나 설치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구역마다 각기 다른 신호(SSID)로 접속을 전환해 줘야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도 귀찮다. 더욱이, 여러 사용자가 각기 다른 공유기에 접속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우, 네트워크 공유를 통한 구성원들의 협업(파일 공유, 문서 공동 편집, 프린터 공유 등)에도 불리하다.
넷기어(NETGEAR)의 오르비(ORBI, RBK50)는 이런 고민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고성능 유무선 공유기다. 공유기 본체(라우터),
그리고 그 분신인 새틀라이트를 함께 설치해 최대 112평(371.6제곱미터)의 커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으며, 새틀라이트를 추가 구매(최대
3대까지 연동 가능)하면 더욱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다. 말하자면 분신술을 써서 와이파이 범위를 넓히는 공유기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복수의 새틀라이트를 이용해 넓은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구현하면서 1개의 SSID로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최신 와이파이 규격인 802.11ac,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극대화하는 트라이밴드 기술, 6개의 안테나, 고성능 쿼드코어 프로세서, 기가비트 유선랜, 무선기기의 위치를 분석해 더 강한 무선 신호를 송출하는 빔포밍 등, 현재의 공유기에 넣을 수 있는 최고급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 유선랜과 대등한 속도의 무선랜을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러모로 강력한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세련된 디자인의 본체(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유닛
넷기어 오르비는 본체와 새틀라이트 1개로 구성되었다. 두 유닛의 디자인은 거의 같지만, 새틀라이트는 본체와 연동해야 이용이 가능하고 단독 구동은 되지 않는다. 외형부터 기존의 공유기와 확연하게 다르다. 길쭉한 타원형의 원통 형태이며 6개의 안테나를 갖추고 있으면서 외부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높이는 약 23cm, 너비는 15cm 정도다.
상단에는 링 LED가 달려있으며 이를 통해 본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본체가 부팅 중일때는 흰색으로 빛나며, 인터넷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분홍색, 본체와 새틀라이트의 연결 상태가 양호할 때는 파란색, 양쪽의 연결 신호가 미약하면 주황색으로 빛난다. 제품 본체 디자인과 어울리는 연출이다.
최대 7대의 기가비트 유선 단말기 접속 가능
본체 후면 하단에는 각종 연결 및 조작 인터페이스가 위치한다. 전원 버튼 및 전원 포트, 리셋 버튼, 그리고 본체와 새틀라이트를 연결하거나 외부기기와의 WPS 연결을 할 때 누르는 Sync 버튼, 그리고 4개의 유선랜 포트를 갖췄다. 본체의 유선랜 포트 중 1개는 외부 인터넷 라인 연결용, 나머지 3개는 외부 단말기(PC 등) 접속용이다. 새틀라이트 역시 같은 거의 구성의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는 외부 인터넷 라인용 포트가 없고 4개 포트 모두 외부 단말기 접속용으로 쓴다.
이를 통해 총 7대(본체 3대 + 새틀라이트 4대) 외부기기의 유선 연결이 가능하며 모든 유선랜 포트는 기가비트(1Gbps)를 지원하기 때문에 최근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기가인터넷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그 외에 USB 2.0 포트가 본체와 새틀라이트에 1개씩 달려있는데, 여기에 프린터를 연결하면 공유기에 접속한 모든 PC에서 해당 프린터를 공유할 수 있다. 네트워크 기능(유선랜이나 무선랜)이 없는 구형 프린터를 쓰고 있다면 유용할 것이다. 향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USB 포트에 또 다른 기능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넷기어 관계자는 밝혔다.
3개의 밴드, 총 3000Mbps 대역폭의 강력한 무선 성능
저가형 공유기는 대개 1개, 고급형 공유기는 대개 2개의 밴드로 와이파이를 구현하지만, 넷기어 오르비는 총 3개의 밴드를 구현한 트라이밴드 기술을 갖췄다. 최대 400Mbps(2x2 안테나, 2.4GHz) 속도의 밴드 1, 최대 1733Mbps(4x4 안테나, 5GHz) 속도의 밴드 2, 그리고 867Mbps(2x2 안테나, 5GHz)의 밴드 3으로 구성, 총 3000Mbps의 대역폭을 가진 AC3000 사양이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건 1733Mbps의 대역폭을 가진 밴드2 인데, 이는 넷기어 오르비 본체와 새틀라이트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용도로 이용한다. 대역폭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본체뿐 아니라 새틀라이트를 통해 접속한 기기에서도 기가인터넷, 기가와이파이 접속을 원활히 할 수 있다.
1개의 SSID로 전 영역 커버, 기존 무선 확장기와 차별화
참고로 넷기어 오르비 외의 다른 고급형 공유기 중에서도 복수의 공유기를 연동해 커버리지를 넓히는 기능을 가진 것이 있다. 그리고 별도로 판매되는 무선 확장기(리피터)를 이용해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넷기어 오르비와 유사할 뿐이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이런 제품들은 양쪽 공유기, 혹은 공유기와 무선 확장기 사이를 연동할 때 단말기(PC, 스마트폰 등) 접속용 와이파이 대역의 일부를 나눠서 쓰게 되는데, 이 때문에 속도의 저하가 올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렇게 공유기나 확장기가 많아질수록 접속용 SSID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위치를 옮길 때마다 다른 SSID로 재접속을 해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반면, 넷기어 오르비는 본체와 새틀라이트 사이를 연결하는 1733Mbps의 고대역폭 전용 밴드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 대의 새틀라이트를 쓰더라도 단일 SSID로 접속이 가능하다. 따라서 속도의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위치를 옮기더라도 접속 SSID를 전환할 필요가 없으므로 편리하다. 또한, 모든 단말기들이 하나의 SSID로 접속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 간에 파일을 교환하거나 프린터를 공유하는 등의 협업에도 유리한데, 이는 특히 기업에서 환영할 만한 점이다.
펌웨어 업데이트로 데이지 체인 기능 추가
복수의 새틀라이트로 넷기어 오르비 기반의 무선 네트워크를 구현할 때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데이지 체인(Daisy Chain)’ 기술이다. 이는 새틀라이트가 본체하고만 데이터를 주고받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각각의 새틀라이트 사이에서도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메시(그물망) 형태의 촘촘한 와이파이 구역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굳이 새틀라이트를 본체를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 본체와 아주 멀리 떨어진 새틀라이트라도 그 사이에 또 하나의 새틀라이트를 배치해 두면 원활한 속도로 통신이 가능하다. 참고로 데이지 체인 기술은 넷기어 오르비의 펌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야 구현된다.
공유기 설정 메뉴는 기존의 공유기처럼 IP를 직접 입력(예: http://192.168.100.1/ )하는 방법 외에 전용의 접속 주소인 http://orbilogin.com/를 입력하는 방법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설정 메뉴의 구성은 여느 공유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암호 설정이나 AP 설정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 외에 DMZ(방화벽) 설정, 포트 포워딩 설정과 같은 기능의 설정이 가능하다. 제품의 콘셉트는 독특하지만 설정 메뉴의 구조나 기능은 의외로 평이한 수준이다.
실제로 써보니
제품의 개요를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이용해보자. 이번 테스트는 기가인터넷이 지원되는 환경에서 이루어졌으며, 최대 867Mbps 무선 접속이 가능한 에이수스 GL502V 노트북을 통해 인터넷 속도를 측정했다. 우선은 새틀라이트 없이 넷기어 오르비 본체만을 가지고 성능을 측정해봤다.
가장 먼저, 유선으로 접속한 상태에서 속도를 측정한 후, 넷기어 오르비 본체 근처에서 무선 속도를 측정해보니 다운로드 속도가 약 35% 정도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조금 기대를 하긴 했지만, 역시 무선이 유선에 비해 속도가 약간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넷기어 오르비의 무선 커버리지 능력은 상당히 좋다. 합판 벽 2개를 통과한 약 30m 정도의 거리까지 다운로드 197Mbps / 업로드 222.17Mbps의 속도를 내는 등, 새틀라이트 없이 본체만으로도 상당히 넓은 구역까지 안정적인 속도를 뿌려준다. 다만, 콘트리트 벽을 하나 더 통과한 40m 정도의 거리부터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번째 테스트부터는 본체로부터 합판 벽 2개를 지나 약 30m 정도 떨어진 곳에 새틀라이트를 추가 설치해 커버리지를 보강했다. 다시 속도를 측정해보니 새틀라이트가 없는 상태에서 다운로드 37.36Mbps / 업로드 40.68Mbps 밖에 내지 못하던 본체로부터 40m 지점의 속도가 다운로드 189.52Mbps / 업로드 338.84Mbps로 개선되었으며, 해당 지점에서 20m 정도 더 떨어진 곳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속도를 냈다.
커버리지 측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제품
넷기어 오르비의 테스트 결과를 종합해보면, 무선 접속 시 최대 속도가 유선 수준으로 빠르지는 않지만, 접속 품질 자체는 꾸준하고 안정적이며, 커버리지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다. 특히 넓은 지역을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속도로 커버하고자 한다면 이만 한 제품도 없을 것 같다. 본체와 새틀라이트 사이의 거리가 적절하고 장애물이 적다면 제조사에서 밝힌 112평 규모보다도 훨씬 넓은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본체(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유닛 1대씩으로 구성된 넷기어 오르비의 제품 가격은 넷기어 스토어기준 59만 5,000원이다. 물론 싼 가격은 아니지만, 하나의 인터넷 회선으로 큰 사무실 전체, 혹은 대형 주택 한 채를 커버할 수 있는 제품을 구하고자 한다면 이만한 제품도 없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