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로 몰려오는 사용자, 카카오페이의 해결법은?
[IT동아 강일용 기자] 다양한 산업군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하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최신 IT 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시티뱅크, 네덜란드 중앙은행 등 해외의 은행부터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까지 많은 은행이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클라우드 활용사례를 살펴보면 은행의 모든 서비스를 클라우드에 올린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 거래에 관련된 핵심 서비스는 기존 인프라(온프레미스)에서 처리하고, 금융 거래와 관련 없는 비핵심 서비스(예를 들어 해외용 홈페이지나 프로모션 홈페이지)만 클라우드에서 실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왜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 사례는 한결같이 이러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를 함께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금융 산업의 핵심 서비스인 금융 거래 서비스를 외부 인프라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다. 고객의 돈이 관련되어 있는 금융 거래 서비스의 특성상 은행이 직접 인프라와 서비스 전반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 그래야 설령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원인을 찾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국가가 금융권의 클라우드 이용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금융권에 다양한 제약을 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약이 금융권의 클라우드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 손 꼽히는 페이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달부터 클라우드를 도입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카카오페이 역시 금융 거래에 관련된 핵심 서비스는 자체 인프라에서 처리하고, 과도한 트래픽만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방식을 도입했다. 카카오페이에서 클라우드 도입과 개발을 진행 중인 유주상 카카오페이 차장을 만나 카카오페이의 클라우드 도입 사례에 대해 들어봤다.
금융 서비스는 자체 인프라, 초과 트래픽은 클라우드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4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이른바 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년 동안 1880만 명의 가입자와 2561개의 가맹점을 확보했다. 누적거래액은 2조 5000억 원에 이른다. 페이 서비스란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이 없어도 결제, 송금, 멤버십 관리 등 다양한 경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의미한다.
카카오페이는 이러한 대규모 인터넷 금융 서비스를 유닉스 서버 대신 x86 서버를 활용해 제공하고 있다. x86 서버 기술의 발전으로 미션 크리티컬(문제가 발생하면 많은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하는 서비스)한 업무도 유닉스 서버 대신 x86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돌풍을 일으킨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카카오페이의 x86 서버 활용 사례를 참고해 자사 인프라로 은행권에서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유닉스 서버 대신 x86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x86 서버도 온프레미스 방식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한다. 인프라 도입에 2~3주의 시간이 걸리고, 예측하지 못한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한계다. 때문에 카카오페이는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수요를 클라우드를 통해 해결했다.
"카카오페이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카카오톡 메시지를 활용한 이벤트 프로모션이 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대규모 이벤트 메시지를 발송해 고객의 페이 서비스 사용을 이끌어내는 프로모션입니다. 이렇게 대규모 메시지를 발송하면 서비스 사용자들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하기는 힘들지요. 불확실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대처입니다. 때문에 카카오페이는 이렇게 메시지 이벤트로 증가하는 사용자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달부터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를 도입했습니다."
카카오페이의 기존 서비스는 여전히 카카오가 보유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통해 제공하며, 클라우드는 프로모션 이벤트 등 순간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는 경우에만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버스팅'의 형태로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버스팅: 평소에는 기업의 인프라에서 모든 서비스를 운용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다가, 기업 인프라의 한계치를 초과하는 트래픽이 서비스에 몰릴 경우에만 초과된 트래픽을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기술. 데이터를 외부에 저장하길 꺼리는 기업 또는 이미 내부 인프라가 충분한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이점(폭주한 트래픽 대응)만 누리고 싶을 경우에 적합하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메시지 발송과 메시지를 통해 발생하는 트래픽만 클라우드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외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활용 분야를 점점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도입해 개발자들이 더욱 빠르게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도커 등 차세대 가상화 기술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카카오페이는 트래픽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활용해 서비스에 두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일단 사용자가 얼마나 몰릴지 사전에 예측한 후 그만큼 클라우드에서 인프라를 임대해왔습니다. 이어 만약 이렇게 사전에 임대한 인프라마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트래픽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 트래픽 폭주시 오토스케일링 기능을 활용하도록 설정해두었습니다. 다만 내부에서 예측을 잘해 오토스케일링을 활용해야 할 정도로 트래픽이 몰린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웃음). 이러한 시스템을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구축했다면 많은 추가 비용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오토스케일링: 늘어난 트래픽에 맞춰 클라우드가 알아서 인프라를 늘리고 줄여주는 기술. 과거에는 수요를 예상하고 이에 맞춰 클라우드에서 인프라를 임대해와야 했으나 오토스케일링의 등장으로 수요를 정확히 예상하지 못하더라도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오토스케일링으로 제공받은 인프라는 사전에 임대해온 인프라보다 이용비용이 비싸니 주의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선택의 비밀, 다이렉트 커넥트
카카오페이는 AWS의 클라우드를 활용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했다. 여러 클라우드 사업자 가운데 AWS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게임즈가 구축한 '다이렉트 커넥트(서로 다른 두 회사의 IDC를 전용선으로 연결하는 것)'에 답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AWS의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AWS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다이렉트 커넥트입니다. 카카오의 게임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 게임 서비스를 위해 AWS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가 AWS에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국내 서비스 같은 몇몇 핵심 서비스는 카카오의 인프라에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카카오의 인프라와 AWS의 클라우드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카카오의 IDC와 AWS의 IDC를 연결하는 다이렉트 커넥트 작업을 진행해뒀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카카오의 게임이나 서비스를 끊김 없이 여러 데이터센터를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이러한 다이렉트 커넥트를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연결방식인 터널링 기법을 활용한 VPN은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다이렉트 커넥트 같은 전용선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물론 AWS가 제공하는 안정성, 편의성, 다양한 IT 기술도 AWS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저는 7년 전부터 AWS 클라우드를 이용해왔습니다. 전 직장인 네오위즈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에서도 AWS 클라우드를 활용한 글로벌 게임 서비스를 구축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AWS는 오래된 서비스입니다. 7년 전에는 삼성전자 등 일부 국내 기업만이 AWS 클라우드를 이용했는데, 현재는 많은 국내 기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 차장은 금융 서비스는 장애가 발생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들은 사소한 장애를 에피소드 정도로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카카오 같은 대기업에겐 사소한 장애도 고객에게 불신을 심어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카카오페이는 많은 사용자가 이용 중인 생활금융 서비스입니다. 금융 서비스인만큼 서비스에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안됩니다. 때문에 자체 IDC와 클라우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Cloud)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선 비즈니스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많은 돈을 들여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와 IT동아는 클라우드가 미디어부터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스타트업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클라우드가 바꾸는 비즈니스 환경, 다시 말해 Biz on Cloud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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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