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IT 기기가 가정용? 예전에는 '귀하신 몸'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각종 디지털 기기 중 상당수는 본래 가정용 기기가 아니었다. 본래 기업용에서 비롯된 제품이 많으며, 몇몇 제품은 더 나아가 군사용으로 비밀스럽게 개발된,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었다. 이런 제품의 특징이라면 개발 당시에는 시장의 판매 가격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첨단기술을 대거 적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제품도 점차 사회의 모습이 변하고 대량 생산기술이 개발되면서 일반인들도 쓸 수 있는 제품이 되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대표적인 제품은 다음과 같다.

인터넷 공유기 - 인터넷의 역사와 함께한 의외의 '노장'

넷기어 R6220
넷기어 R6220
< 802.11ac 초고속 와이파이가 가능한 넷기어 R6220 공유기>

현대의 인터넷 공유기는 단순히 네트워크 라인을 나누는 허브(hub), 패킷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스위치(switch), 그리고 분리된 망 사이에서 각 패킷에 목적지 정보까지 담아 보내는 라우터(router)의 기능까지 담은 다기능 네트워크 장비다. 이 중 가장 공유기의 본래 목적에 가까운 장비라면 라우터를 들 수 있는데, 라우터는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다.

1969년, 인터넷의 전신이자, 미국 국방성의 통신 네트워크였던 아르파넷(ARPANET: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용의 라우터가 최초로 등장했으니 그 역사는 50여년 전으로 올라간다. 최초의 라우터는 군사용을 비롯한 공무용, 혹은 학술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이용되었으나 1980년대 들어 아르파넷이 인터넷으로 바뀌면서 기업을 비롯한 민간인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초고속 인터넷이 본격 보급을 시작하면서 라우터에 스위치 및 허브의 기능까지 담은 인터넷 공유기가 일반인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부터는 와이파이(wifi)를 이용하기 위한 AP(Access Point) 기능까지 인터넷 공유기의 기본 사양이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프로젝터 - 거대한 영사기가 주머니 속에 들어가기 까지

캐논 Rayo(레이요) 멀티빔
캐논 Rayo(레이요) 멀티빔
< 미니PC, 블루투스 스피커, 보조배터리 기능도 있는 캐논 Rayo(레이요) 멀티빔 프로젝터>

빛을 투사해 큰 화면을 구현하는 프로젝터는 극장용 영사기로부터 비롯된 기기로, 그 역사는 초창기 영화가 등장했던 19세기 말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적인 의미의 프로젝터가 처음 등장한 건 1973년, 브라운관의 원리를 응용한 CRT 방식의 프로젝터가 등장한 이후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젝터는 싼 것이 차 한대 값에 맞먹을 정도로 고가인데가 커다란 제품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LCD, DLP 방식의 프로젝터가 개발되면서 제품의 가격은 싸지고 크기가 한층 작아진 제품이 대거 등장, 소규모 사무실이나 홈씨어터에서 프로젝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는 소비전력이 적고 수명과 제품 크기 면에서 유리한 LED 광원 기반의 소형 프로젝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이 시작된 2010년대부터는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스마트폰과의 연결성을 중시하는 이른바 '피코 프로젝터'도 다수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프로젝터 중에는 스마트폰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고 모바일 운영체제를 내장하는 등, 프로젝터라기 보다는 미니PC에 가까운 것도 있다.

NAS - 기업용 서버의 가정 상륙작전

시놀로지 DS216+
시놀로지 DS216+
< 가정 및 소규모 사무실을 위한 NAS인 시놀로지 DS216+>

NAS(Network Attached Storage)란 글자 그대로 네트워크에 붙여서 이용하는 저장장치를 뜻하며, 데이터 저장 기능에 특화된 서버의 일종이다. 프로세서 및 메모리, 네트워크 어댑터, HDD 등으로 구성되어 기본적인 구조는 일반 컴퓨터와 유사하지만, 영상 출력 기능이나 입력장치 등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제품의 특성 때문에 NAS는 애당초 대기업 전용 제품으로 인식되었으며, 사용법도 복잡하고 가격도 매우 비쌌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저렴하면서 고성능을 내는 프로세서 및 저장장치가 개발되면서 NAS는 일반 가정 및 소규모 사무실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최근 팔리는 소형 NAS는 자신만의 TB급 클라우드 공간을 구축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반 PC처럼 쓸 수 있는 그래픽 인터페이스 기반 운영체제를 내장하고 있어 이용이 간편하다.

GPS - 냉전시대의 산물, 이제는 민간의 품에

파인드라이브 iQ BLACK 3
PLUS
파인드라이브 iQ BLACK 3 PLUS
< GPS와 글로나스를 동시 수신해 정확도를 높인 파인드라이브 iQ BLACK 3 PLUS 내비게이션>

스마트폰용 전자지도, 차량용 내비게이션, 선박 및 항공기용 운행 보조 장치 등의 지리 관련 IT 서비스를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현재 좌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상에 기지를 여럿 세워 이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검출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데다 시설 건립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이러한 위치 정보 서비스에 필요한 기지를 우주공간의 인공위성으로 대신하는 시스템으로, 3개 이상의 위성이 사용자의 위치를 감지, 정확한 좌표를 분석할 수 있다. 인공위성 기반의 위치정보 시스템은 195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부터 GPS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하지만 GPS 어디까지나 군사용의 목적이 강했다.

GPS의 민간 이용은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대한항공(KAL) 007 여객기의 격추사건 이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1984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GPS의 민간적인 이용을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2017년 현재는 미국 인공위성 기반의 GPS 외에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 유럽연합의 갈릴레오(Galileo) 등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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