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열전] 전 세계 교통혁명을 불러온 혁신가? 타락한 기업가의 표상? 트래비스 칼라닉
[IT동아 강일용 기자] 전 세계에서 대중교통이 가장 발달한 한국의 국민들은 상상도 하기 힘들겠지만, 여전히 교통 시스템이 후진적인 국가가 많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대중교통은 한 마디로 형편없다. 버스는 시내 전역을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지하철과 트램(노면 전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모자라다.
택시는 더욱 가관이다. 다운타운(도시 중심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외곽으로 나가면 택시 한 대 지나가는 걸 보기 위해 20~30분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호텔에서 콜택시를 호출해도 10분 넘게 지각하거나,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힘들게 택시를 타도 문제다. 차량은 오래되고 낡았다. 운전기사에 대한 신상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미터기 없이 운전기사 임의로 요금을 받는 황당한 경우도 종종 있다.
미국 사용자들조차 환멸을 느낄 정도로 엉망인 대중교통 체계를 혁신한 서비스가 있다. 바로 '우버(UBER)'다. 우버는 자신이 보유한 자동차로 다른 사람을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차량 공유 서비스다. 쉽게 말해 콜택시다. 다만 허가받은 사업자만이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기존 콜택시와 달리 누구나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차이점만 존재할 뿐이다.
<출처: 우버코리아 페이스북>
낡고 불편한 대중교통에 경쟁을 불어넣다
우버가 혁신적인 서비스라 칭송 받는 이유가 있다. 허가제로 운영되었기에 '경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공공 운송 시장에 경합을 일으켜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우버 앱만 실행하면 주변에서 영업 중인 우버 차량을 바로 호출할 수 있고, 해당 차량 기사의 프로필과 서비스 평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들은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더욱 친절해지고 차도 새것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차량은 낡았고, 기사는 불친절했던 기존 택시 서비스를 밀어내고 미국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버 서비스 시연 모습 / 출처: 트래비스 칼라닉 트위터>
우버는 사용자와 우버 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우버가 직접 차량을 구매하고 기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빠르게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201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4년 만에 42개국 16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2017년 현재 전 세계 76개국 633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버를 대놓고 벤치마킹한 경쟁 서비스도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다. 직접적인 경쟁자인 리프트(Lyft), 중국에서 태어난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 Chuxing), 동남아에서 생긴 그랩(Grab) 등이 대표적이다. 우버처럼 오프라인 서비스에 온라인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낸 기업을 표현하기 위해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성장세와 대중교통 체계에 경쟁을 도입한 능력을 인정받아 우버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망 스타트업)'이 되었다. 2017년 현재 우버의 기업가치는 680억 달러에 이른다(2015년 포브스 평가 기준). GM, 포드, 현대자동차 등 기존 차량 생산 기업보다 더욱 높은 몸값이다. 근무하는 직원도 전 세계적으로 1만 2000명이 넘는다.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대기업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2009년 창업 이후 8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다. 덕분에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Cordell Kalanick)은 51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미국 내 80번째의 부자가 되었다(2017년 포브스 평가 기준).
4번의 창업, 포기를 모르는 타고난 창업가
트래비스 칼라닉은 타고난 창업가다. 여러 기업을 창업했고,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오늘날의 우버를 일구어냈다. 칼라닉은 197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18살의 나이로 첫 창업을 했다.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을 앞둔 동네 후배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보습학원이라는 사업의 가능성을 깨달았다. 칼라닉은 제법 훌륭한 교사였다. 그가 가르친 후배의 수학 점수가 400점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에 거주하던 한 한국인과 함께 학원을 차려 대학 학비를 벌었다.
<트래비스 칼라닉 / 출처: 트래비스 칼라닉 트위터>
칼라닉은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에 입학해 컴퓨터 엔지니어링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러던 도중 칼라닉은 공부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1998년 당시 막 태동하던 인터넷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인터넷 기반의 사업을 추진했다. 마침 눈에 띈 서비스가 바로 '냅스터'다. 냅스터는 사용자가 음원 파일(MP3)을 공유할 수 있는 P2P(Peer-to-Peer) 서비스였다. 칼라닉은 냅스터를 벤치마킹해 이보다 한 단계 진화한 P2P 서비스 '스카워(Scour)'를 내놨다. 스카워는 MP3뿐만 아니라 영화(동영상) 등 모든 멀티미디어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 서비스였다.
하지만 스카워는 다른 P2P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저작권 권리자의 소송에 직면하게 되었다. 2000년 29개 방송사와 영화사들이 막대한 금액의 피해를 배상하라며 칼라닉과 스카워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금액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던 칼라닉은 고의 파산으로 회사를 없애 이들의 소송을 피해야만 했다. (당시 미국 방송사와 영화사들이 P2P 업체들에게 제기한 소송은 실제로 돈을 받기보다는 P2P 업체를 파산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여기서 칼라닉의 사업 감각이 빛을 발했다. 그는 자신을 파산시킨 방송사와 영화사들과 거래에 나섰다. 2001년 '레드스우시(Red Swoosh)'라는 P2P와 웹하드 기반의 업체를 설립한 후 방송사, 영화사와 협약을 맺고 그들의 콘텐츠를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적이 없으며 어제의 적도 오늘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격언을 직접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 2006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2007년에는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아카마이'에게 레드스우시를 1900만 달러(214억 원)에 매각할 수 있었다.
사용자 편의가 불법을 이긴다
회사를 매각해 백만장자가 된 칼라닉은 그 후 아카마이에서 P2P 서비스 담당자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T 콘퍼런스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스텀블어폰(StumbleUpon)'이라는 SNS 서비스를 만든 경험을 가진 창업가 개릿 캠프를 만나게 되었다. 이내 친해진 둘은 얘기를 나누며 택시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파리의 형편없는 택시 서비스를 경험한 칼라닉과 캠프는 이렇게 불편한 택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차량 공유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택시가 불편한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이 없기 때문이며, 허가제로 꽉 막혀있는 시장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면 경쟁이 일어나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2009년 6월 마침내 둘은 최고라는 뜻을 가진 우버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우고 차량 공유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사실 우버는 불법 서비스였다. 허가받지 않고 유사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칼라닉도 이 사실을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창업 경험이 그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규제 때문에 사용자가 불편을 겪는다면 그 규제가 잘못된 것'이라는 신념이다. 스카워는 비록 불법 서비스였지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빠르고 찾을 수 있게 해줬다. 우버도 마찬가지다. 비록 불법 서비스지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빠르고 편리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
우버는 불법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우버로 사용자가 몰리자 택시 업체는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택시 기사들은 거리에서 우버 퇴출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여러 주 정부도 우버의 처리를 두고 머리를 싸맸다. 그러는 동안 우버의 사용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결국 대부분의 주 정부가 2015년을 전후로 백기를 들고 우버를 합법적인 서비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도 구르가온에서 델리로 향하는 길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칼라닉 / 출처: 트래비스 칼라닉 트위터>
합법적인 서비스로 인정받자 우버는 미국의 대중교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결국 1977년 설립된 이후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의 대도시 택시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옐로캡 택시(Yellow Cab)'는 우버에 밀려 적자에 시달리다가 파산신청을 하고 만다.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작 사용자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던 서비스의 허망한 최후였다. 이러한 혁신을 인정받아 칼라닉은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64위로 선정되었다.
사용자 중심으로. 이것이 우버가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다. 도저히 고쳐지지 않은 병폐 '승차거부'를 안고 있는 한국 택시 서비스가 2014년 우버의 한국 진출을 두려워한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우버의 한국 진출은 규제의 벽에 막혀 실패로 끝났지만, 이를 통해 카카오택시 같은 한국 택시 서비스의 나쁜 점을 일부나마 해결한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우버는 한국에서 허가받은 고급택시를 부를 수 있는 '우버 블랙'과 음식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우버 이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끊임없는 성추문, 실리콘밸리 타락한 기업가의 표상
우버와 트래비스 칼라닉은 실리콘밸리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버는 실리콘밸리의 빛이다. 설립한지 불과 8년 만에 100년의 전통을 보유한 기존 자동차 업체를 밀어내고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로 성장했다. 칼라닉 자신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의 모범사례다.
우버는 실리콘밸리의 어둠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고, 남성우월주의에 가득 찬 실리콘밸리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혁신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우버와 칼라닉의 추태를 자세히 알아보자.
<출처: 우버코리아 페이스북>
우버는 사실 칼라닉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우버는 트래비스 칼라닉과 개릿 캠프가 2008년 파리에서 만나 택시의 불편함을 경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미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CNN은 이 미담이 조작된 것이라며 우버라는 아이디어는 샌프란시스코 택시회사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어쩔 수 없이 리무진 기사를 비싼 비용으로 고용해야 했던 캠프가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안해낸 서비스이고, 칼라닉은 이러한 서비스에 공동창업자로 올라탄 것뿐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 12월 최고경영자에 오른 칼라닉은 지위를 두고 캠프와 사내 힘겨루기를 시작했고 여기서 승리해 최초 아이디어 제공자인 캠프를 회사에서 쫓아냈다.
<출처: 트래비스 칼라닉 트위터>
경쟁사를 넘어서기 위한 치졸한 작전
칼라닉과 우버는 경쟁사 리프트와 게트의 성장을 막기 위해 온갖 치졸한 방해를 자행했다. 2014년 CNN머니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우버 직원들은 사용자가 리프트와 게트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도록 방해 공작을 펼쳤다. 차량을 호출한 후 이를 취소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진행해 사용자들이 대도시에서 경쟁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우버 직원들은 손님으로 가장해 리프트나 게트 차량에 탄 후 운전자들이 우버로 옮기도록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리프트의 자금 공모를 방해하기도 했다.
경쟁사의 기술은 나의 것
칼라닉은 우버의 미래는 자율주행차에 있다고 생각했다. 우버 사용자들이 원할 때 자율주행차를 불러서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고 필요할 때 우버를 통해 자동차를 서비스의 형태로 이용할 것이라는 게 칼라닉 비전이었다.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자회사 오토(OTTO)를 설립하고 구글, 테슬라, BMW, 아우디 등처럼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월 자율주행차를 위한 구글의 계열사 웨이모는 우버와 오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웨이모는 오토의 설립자이자 전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 핵심 엔지니어인 앤서니 레반도스키(Anthony Levandowski)가 웨이모에서 퇴사하면서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 1만 4000건과 9.7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빼돌렸고, 우버와 오토가 이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이에 법원은 우버가 웨이모의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웨이모 기술자를 고용했기 때문에 웨이모 기술 사용을 당장 중단하고 해당 문서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경쟁사의 기술을 빼돌려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한편 지난 3월 우버는 애리조나주 템피시에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도중 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사고를 일으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재개하는 등 사회적으로 지적받을 행위를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피츠버그에서 개발중인 우버 자율주행차 / 출처: 트래비스 칼라닉 트위터>
이민자들의 땅 실리콘밸리와 반대로 가다
실리콘밸리는 이민자들의 땅이다. 미국 밖에서 온 인재들이 경합을 벌여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극렬히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칼라닉은 실리콘밸리 출신 기업임에도 이러한 기류를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정부의 경제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때문에 반 트럼프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우버 앱 삭제(#deleteUber)'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우버 기사가 이민자 출신이라 이들이 칼라닉의 사퇴를 요구하며 우버 앱을 삭제하고 경쟁 서비스로 이직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결국 악화된 여론에 굴복한 칼라닉은 3주 만에 경제자문위원직을 사퇴했다.
섹스밸리의 성추행 기업
2017년 2월 마침내 곪을 대로 곪은 우버 내의 비리가 터져 나왔다.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였던 수잔 파울러(Susan Fowler)는 개인 블로그에 "우버에서 근무하던 도중 직속 상사가 노골적으로 성적 추파를 던지고, 성추행을 자행했다"며 "나는 이를 회사 인사 부서에 알렸지만 우버 인사팀은 그 문제를 덮기 급급했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우버 내부 간부들은 승진하기 위해 서로 헐뜯는 게 일상이었다는 우버의 내부 조직문화까지 모두 폭로했다.
칼라닉은 "빠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우버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미 우버는 지난 2014년 이번 성추행 사건 못지않은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2014년 인도에서 우버 승객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칼라닉 등 우버 임원들은 피해 여성의 의료 자료를 불법으로 입수해서 살펴본 후 '이 성폭행 사건 배후에 우버의 경쟁 업체'가 있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버의 엉망진창 사내 문화는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남성 엔지니어들의 성희롱과 매춘 때문에 크게 홍역을 앓고 있다. 구글에 근무하던 엔지니어 ‘제임스 다모어’는 여성은 기술 개발과 리더십 부문에서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뒤떨어지며, 때문에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츨처: 비즈니스 인사이트>
한국에 오면 도우미 노래방에 가야지
칼라닉의 추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칼라닉의 전 여자친구 가비 홀즈워스를 인용해 칼라닉이 2014년 서울 출장 당시 임원 5명을 대동하고 '에스코트 가라오케바'에 갔다고 보도했다. 에스코트 가라오케바는 도우미 노래방 또는 룸살롱을 의미한다.
칼라닉은 경매시장의 소처럼 번호표가 붙어있는 업소 여성을 선택해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이를 본 우버 내 여성 매니저가 크게 화를 내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 여성 매니저는 홀즈워스에게 "번호가 붙어있는 여성을 선택하는 광경은 무척 모욕적이었고, 여성으로서 매우 큰 불쾌감을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칼라닉은 당시 상황을 은폐하기 위해 동석한 임원들에게 누군가 상황을 물어보면 "단순히 가라오케바(노래방)에 놀러 간 것에 불과하다"고 밝히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적자에 시달리는 우버, IPO는 엄두도 못내
엉망진창의 사내 문화라는 내적 문제에 영업이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외적 문제까지 겹쳐 결국 우버의 투자자들이 들고일어났다. 칼라닉은 6월 20일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우버 CEO 직을 사임했다. 우버의 주요 투자자 5군데가 동시에 칼라닉의 사임을 요구한 것에 따른 반응이다.
칼라닉은 우버의 사내 문화가 망가지는데 일조했고, 그 자신도 온갖 구설수에 오르며 CEO로서 옳지 않은 처신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다. 여기에 2016년에만 28억 달러(3조152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우버의 덩치를 불리기 급급해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투자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칼라닉은 우버 이사회에 남길 원했으나 최대 투자자인 벤치마크캐피털이 칼라닉을 사기 및 계약 위반으로 고소함에 따라 이사회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사실 이사회가 문제 삼은 것은 엉망진창 사내 문화보다 지속적으로 쌓이는 적자였다. 우버는 창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아 덩치를 키우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리프트, 디디추싱, 그랩 등 경쟁자가 급격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적자는 회사 경영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칼라닉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해 이익을 내길 요구했지만, 칼라닉이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CEO에서 쫓겨났다는 것이 벤처캐피털 사이에서의 평가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우버가 수익을 내고 기업공개를 진행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지금 상황에서 기업공개는 어림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버 이사회는 12년 동안 익스피디아 CEO로 재직한 다라 코스로샤히를 칼라닉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코스로샤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작은 부서에 불과했던 익스피디아를 대형 여행업체로 키워낸 인물이다. 때문에 적자에 시달리고, 기업 문화가 엉망으로 망가진 우버를 반등시킬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우버의 새 수장이 된 다라 코스로샤히 / 출처: 다라 코스로샤히 트위터>
칼라닉은 자신이 스티브 잡스처럼 황야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칼라닉의 행보를 두고 "우버의 사내 문화를 통해 우리는 교훈을 하나 얻을 수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칼라닉의 행보에서 우리는 기업 경영을 위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제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수단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다. (심지어 칼라닉은 결과도 그리 좋지 않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