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SSD, 외장하드와는 무엇이 다를까?
[IT동아 이상우 기자] 최초의 하드디스크는 1950년대 중반 IBM이 공개한 305 RAMAC 시스템으로, 당시에는 5MB의 저장장치를 구현하기 위해 25인치의 플래터(하드디스크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가 수십 장 필요했고, 이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크기도 냉장고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거대하던 HDD는 발전을 거듭하며, 손바닥 만한 노트북용 HDD(2.5인치 규격)도 2TB나 되는 저장 공간을 갖출 수 있게 됐다.
SSD의 등장은 저장장치의 변화를 더 빠르게 했다. HDD와 비교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플래터, 모터, 헤드 같은 부품이 없기 때문에 더 작고 얇게 제작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출시된 SSD는 대부분 기존 2.5인치 HDD 슬롯과 호환하기 위해 2.5인치 SATA 규격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M.2 등의 규격이 널리 쓰이면서 저장장치가 더 얇아지고, 속도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저장장치의 변화는 휴대용 저장매체의 변화도 가져왔다. 2.5인치 HDD를 사용한 외장하드는 테라바이트급 용량을 손쉽게 휴대할 수 있게 해줬고, CD(DVD)나 USB 메모리에는 담기 어려웠던 대용량 단일 파일을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외장하드에 HDD 대신 SSD(이른바 외장SSD)가 쓰인 것은 최근 일이다. 단일 저장장치에서도 HDD 수준의 저장 용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입출력 인터페이스 역시 SSD의 빠른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면서 휴대용 저장장치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열렸던 CES 2016에서는 삼성전자가 답뱃갑보다 작은 외장 SSD에 2TB 용량을 구현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더 성능을 강화한 모델을 선보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외장SSD의 가장 큰 장점은 전송 속도다. HDD는 바늘 처럼 생긴 헤드를 플래터 위에서 직접 움직이며 데이터를 찾거나 데이터를 기록하는 반면, 반도체로 제작한 SSD는 이러한 과정이 없는 만큼 더 빠르게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출시된 외장SSD는 초당 500MB 이상의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대용량 파일을 전송하는 데 어울린다.
외장SSD는 외장HDD와 비교해 충격에도 강하다. HDD의 작동 구조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모터가 회전하며 플래터를 돌리고, 헤드가 이 위를 지나다니며 자성으로 데이터를 기록한다. 이 때문에 작동 중 크게 흔들리게 되면 헤드가 플래터를 긁어버리고, 이 때문에 데이터 자체를 읽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작동 중이 아니더라도 낙하 등의 강한 충격을 주면 모터나 베어링이 손상되면서 HDD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외장HDD는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안전한 케이스에 들어있으며, 혹시라도 있을 충격에 대비해 케이스를 크고 두껍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SSD는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큼, 휴대용 저장장치로 사용하기에도 알맞다.
부피 역시 외장SSD의 강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설계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신용카드 두께 정도의 칩에 1TB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집적도를 높였다. 앞서 언급한 M.2 형태의 SSD는 이미 초경량/초박형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에 쓰이면서 제품 두께를 스마트폰 수준으로 얇게 만들 수 있게 해줬다. 또, 이를 활용한 외장SSD는 손바닥 보다 작은 휴대용 저장장치에서 TB급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사실 SSD는 수명이 존재하는 저장장치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영역인 메모리 셀은 수명이 정해져 있어, 일정 횟수 이상 데이터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 다시는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SSD의 용량이 커지면 수명도 크게 늘어난다. 데이터를 쓰고 지울 때 모든 셀의 수명이 골고루 소모되도록 분산해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도 만만치 않다. HDD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대용량 저장공간을 구현하려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라면, SSD는 빠른 속도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그만큼 단위 용량당 가격 역시 비싸며, 집적도가 높은 대용량 SSD의 경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을 넘기도 한다. 빠른 전송속도가 필요한 전문 직종, 예를 들면 영상 편집이나 사진 작업 등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가치를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파일을 저장하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도 있다.
향후 외장SSD는 어떻게 발전할까? 한동안은 외장HDD의 자리를 위협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외장HDD를 대체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SSD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HDD와 비교해 비싼 가격과 적은 용량으로 수요가 적었지만, 이제는 노트북은 물론 데스크톱에서도 SSD를 탑재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앞으로 휴대용 저장장치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USB 3.1 Gen2나 선더볼트3 등 기존의 인터페이스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몇 배는 빠른 방식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이 속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SSD가 시장의 주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