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스마트폰, 중장년층 일상 파고든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마트 기기의 등장과 네트워크 속도의 증가는 콘텐츠 소비와 유통 생태계를 뒤바꿔 놓았다. 비단 콘텐츠 뿐만 아니라, 고도화되는 스마트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시장 구조 전체가 여기에 맞춰 변화하는 중이다. TV보다는 온라인 실시간 영상을 감상하고 뉴스나 라디오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보고 듣는다. 모두 스마트 기기로 이뤄지는 일들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변화 속에서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중장년층 사용자다.
인터넷 미디어 분석과 컨설팅 기관 닐슨 코리안클릭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사용자(만 7세에서 69세 기준)를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이용행태를 분석한 자료(2017년 2월 기준)에 따르면 디지털 시니어(60세 이상)와 X세대(40~59세)의 스마트 기기 이용률은 각각 50.4%와 81.6%였다.
이들은 각각 2시간 9분(디지털 시니어)과 1시간 23분(X세대) 가량을 스마트 기기와 함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으로 따지면 각각 24%와 41%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와 네이버를 통해 쇼핑 또는 뉴스 등을 접한다. 카카오 스토리나 밴드 같은 사회망 서비스(SNS)를 사용하기도 한다. 젊은 사용자와 달리 DMB와 내비게이션 활용도가 높았던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장년층은 스마트 기기로 무엇을?
디지털 시니어와 X세대를 포함한 50~60세 이상 중장년층이 압도적으로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이다. 자녀는 물론이고 친한 직장동료들 사이에서도 의사소통을 위해 메신저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용 빈도(96%)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그들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 스토리도 높은 사용 빈도(45%)를 보여줬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애플리케이션 사용 빈도도 인상적이다. 네이버나 다음은 다양한 정보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들 역시 콘텐츠 소비에 힘을 싣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요소다. 다양한 뉴스는 물론이고 영상이나 만화(웹툰), 쇼핑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유투브 접근 비중도 높았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콘텐츠(개인 방송)를 함께 본다는 것보다 그들이 선호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일부를 감상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으로 보면 중장년층 인구는 메신저와 포털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고 이어 메신저나 포털 기반의 사회망 서비스 등이 사용 비중이 높았다. 이 외에도 부가 서비스의 비중도 소소하지만 존재했다. 지도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DMB, 온라인 은행 업무 등이 대표적이다.
간단한 애플리케이션 활용, 보급형 스마트폰으로도 충분
중장년층 스마트 기기 사용자의 애플리케이션 활용 빈도는 단순 작업에 집중되어 있다. 메신저를 하고 포털 서비스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온라인 영상을 감상한다. 여기에 운전에 필요한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쓰기도 한다. 게임처럼 높은 부하가 발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다루지 않으니 높은 성능을 갖춘 스마트 기기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다.
이는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짐을 의미한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성능 또한 뛰어나서 좋아 보이지만 모든 기능을 쓰지 않는 중장년층 사용자에게 프리미엄 스마트 기기의 기능들은 의미 없는 외침에 불가할 수 있다.
예로 일부 프리미엄 스마트 기기에는 로그인을 위해 홍채 인식을 쓰기도 하고, 지문 인식은 기본으로 제공된다. 일부는 있으면 좋지만 등록 및 사용이 번거롭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기존 방식인 패턴이나 비밀번호가 편할 수 있다.
고성능 카메라나 그래픽 기능도 필요 없다. 적당히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사용자처럼 높은 사양을 선호하는 것 또한 아니다. 3D 게임을 격렬하게 즐기는 것도 아니므로 고성능 그래픽과 프로세서의 성능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기능과 높은 사양은 되려 제품 가격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합리적 소비' 보급형 스마트 기기의 존재 이유
적게는 80~90만 원, 많게는 1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중장년층 입장에서 부담되는 가격대다. 모든 기능을 쓰지 않는데다 상대적으로 큰 제품은 파손에 대한 위험성을 늘 내포하고 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보급형 스마트 기기 시장이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중보급형 스마트 기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쏠(SOL) 시리즈를 시작으로 비와이(BeY), 화웨이 H폰/Y6, 스카이 IM-100 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나 갑자기 업계가 고성능 스마트 기기에 눈을 돌려 관련 제품이 쏟아졌고, 대중의 관심도 그곳에 집중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중보급형 스마트 기기가 다시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LG가 Q시리즈로 시동을 걸었고 삼성도 J 와 A 시리즈 신제품 라인업을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가장 최근 출시한 2017년형 갤럭시 J3(LGU+)는 보급형 스마트 기기의 특징들을 잘 살려 주목 받기도 했다. 이 제품은 출고가 27만 원이다. 흔히 중보급형 스마트폰의 가격이 40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대인데다 필요한 요소를 탄탄히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삼성페이나 지문인식, 홍채인식 카메라 같은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 대신 얻어낸 결과다.
성능에 영향을 주는 처리 장치는 쿼드코어(1.4GHz) 구조다. 4개의 처리회로가 필요한 명령어를 처리해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처럼 고사양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메신저와 영상 감상, 가벼운 캐주얼 게임 등을 즐기기에 어려움 없다. 디스플레이도 5인치 크기에 HD 해상도가 제공되어 시인성도 무난하다.
기본 저장장치 용량은 16GB며, 별도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제공하고 있어 용량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했다. 메모리(RAM)은 2GB가 제공되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실행에 힘을 보탠다. 카메라는 각각 전면 500만 화소, 후면 1,300만 화소를 지원하며, 동영상 촬영 최대 해상도는 풀HD다.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적의 소비가 가능하다. 보급형 스마트폰이라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가격대비 사양 및 성능이 준수하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 속 조용히 판을 키우고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주목 받는 이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