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응대에 이어 대출 상담까지 '챗봇'으로... SBI 저축은행의 핀테크 혁신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하 클라우드)로 옮기고 싶어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슈 때문에 이를 쉽게 진행할 수 없는 산업 분야가 있다. 바로 금융과 의료다.

특히 금융 기관에서 클라우드 도입이 어렵다. 국내 법령상 고객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외부 데이터센터에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0월 금융보안원이 발표한 '금융 기관에서 클라우드 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식별화된 개인 정보(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및 금융 정보를 제외한 비중 없는 데이터만 클라우드에 보관해서 분석할 수 있다. 인터넷뱅킹, 여신, 수신 등은 아직 클라우드상에서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 기관이 온프레미스(자체구축) 인프라를 활용해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는 메인프레임 또는 유닉스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최근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뱅크만이 카카오처럼 리눅스 기반의 X86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도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신한은행, NH증권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금융 기관이 클라우드를 도입해서 이용하고 있다. 폭주한 트래픽 대응, 신속한 글로벌 서비스, 강력한 데이터분석 도구 제공 등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다.

금융 기관이 클라우드를 선택한 이유?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 저축은행도 이렇게 클라우드를 도입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꾀하는 금융 기관 가운데 하나다. SBI 저축은행은 클라우드를 활용한 챗봇(인공지능 상담사)을 개발해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SBI 저축은행이 클라우드를 도입하게 된 계기와 챗봇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 하는지 김상우 SBI 저축은행 핀테크 TFT(태스크포스팀) 이사를 만나 자세하게 들어봤다.

김상우 SBI 저축은행 핀테크 TFT(태스크포스팀)
이사
김상우 SBI 저축은행 핀테크 TFT(태스크포스팀) 이사
<김상우 SBI 저축은행 핀테크 TFT 이사>

김 이사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NICE평가정보에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드는 업무를 진행하며 금융권에 발을 디뎠다. 이후 핀테크 전문기업 데일리금융그룹을 거쳐 핀테크 관련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SBI 저축은행에 합류했다. 지난 1년 동안 SBI 저축은행 핀테크TFT를 이끌었다. 챗봇 역시 TFT가 개발 중인 신규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SBI 저축은행은 디지털과 핀테크 부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때문에 핀테크 TFT를 구성하고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해서 관련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SBI 저축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뱅킹 서비스는 시중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별점을 들자면 누구나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의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인터넷뱅킹 서비스는 SBI 저축은행이 보유한 자체 인프라를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SBI 저축은행이 클라우드를 이용해 만들고 있는 것은 '챗봇(Chatbot)'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 자동 응대 서비스입니다. 챗봇을 통해 SBI 저축은행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24시간 빠르게 제공하려 합니다. 챗봇은 상담 영역입니다. 때문에 고객의 개인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설령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가 있더라도, 저희가 이를 제거한 후 챗봇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챗봇의 핵심은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순서)에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왔을 때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를 정교한 알고리즘을 짜서 구현해야 합니다. SBI 저축은행은 이러한 알고리즘을 짜기 위해 수 많은 고객과 진행한 상담 이력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과정에서 고객이 특정된 데이터(식별 정보)는 필요 없습니다. 때문에 모든 데이터를 비식별화한 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챗봇 엔진을 개발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챗봇 엔진에 고객의 데이터를 입력해야 겠지요."

"즉, 챗봇 엔진(인공지능)은 클라우드 상에, 고객의 금융 정보는 SBI의 자체 인프라에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챗봇이 고객에게 요청을 받으면 해당 고객의 데이터에 잠깐 접근해서 고객의 요청을 처리해주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SBI 저축은행
SBI 저축은행

클라우드의 효율성에 주목

챗봇을 개발하기 위해 자체 인프라 대신 클라우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효율성 때문이다. SBI 저축은행은 챗봇 개발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이 자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보다 운영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챗봇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 분석은 클라우드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챗봇 알고리즘 업데이트는 은행 일과 후 1~4시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자체 구축 인프라에서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때문에 클라우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이 운영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기업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를 통해 실제로 효율성이 높다고 확인한 상황입니다. 분석 결과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자체 인프라를 이용할 때보다 챗봇 구축 비용이 1/20 밖에 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개발은 마무리 단계, 출시는 내년 초

챗봇 계획은 얼마만큼 진행되었을까? SBI 저축은행의 챗봇은 아직 개발 단계다. 올해 내로 개발을 마무리해서 내년 초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고객들에게 챗봇을 선보이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올해 내로 모든 작업을 마무리해서 내년 초에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챗봇의 이름(브랜드 네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채팅 상담 이력 데이터를 활용해 프로토타입(초기형) 챗봇을 만든 상태입니다. 이 프로토타입 챗봇을 내부에 쌓여있는 데이터와 결합해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3분기 내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작업을 마무리해서 챗봇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핵심은 더나은 고객 경험

SBI 저축은행이 챗봇을 개발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은행 상담센터에 걸리는 부하를 최소화하고, 고객에게 보다 빠르고 정확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SBI 저축은행의 상담센터에 들어오는 고객의 문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70~80%가 FAQ 수준의 단순 질문이었습니다. 가까운 은행 지점의 위치, 예금 금리, 대출 원리금 문의 등 누구나 응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상담센터는 늘 바빴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답변에 소모되는 상담원의 부담을 줄이고 상담센터의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챗봇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향후 챗봇이 상용화되면 SBI 저축은행은 한 가지로 이뤄진 단순 질문(FAQ)에 대한 답변은 모두 챗봇을 통해 처리할 것입니다. 이 상태로 챗봇이 고도화되면 고객의 복잡한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 신용 상태에 따른 대출 서비스 추천, 고객의 대출 니즈에 따른 최적화된 답변, 자산관리 등도 챗봇이 처리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챗봇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상품을 제안할 수 있게 만들어, 단순 상담 뿐만 아니라 영업 지원도 수행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SBI 저축은행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챗봇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것입니다.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플랫폼(SBI 저축은행 앱, 홈페이지 등)에서 챗봇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 고객이 많이 쓰는 채팅 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카카오톡 등 제 3자 외부 서비스를 통해 챗봇 상담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 정보 보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SBI 저축은행은 해외 금융 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사례를 분석한 후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상용화에 나섰다. 단순히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을 적극 활용해 챗봇을 구축했다.

"챗봇을 개발할 때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기초 기술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SBI 저축은행은 AWS(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크롤링(수집), 내외부 데이터 통합, 머신러닝(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기계학습) 기반의 데이터 알고리즘 분석 등을 AWS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처리했습니다. 향후 데이터 운용 및 분석 과정에서도 클라우드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금융, 의료, 공공 분야는 개인 정보 보호라는 이슈 때문에 클라우드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금융, 병원, 공공 분야라도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고, 서비스 구축 및 유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은행 '캐피탈원' 같은 경우 모든 서비스를 자체 인프라에서 클라우드로 이전하기도 했습니다. 금융 기관도 클라우드라는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인프라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SBI 저축은행은 국내 금융 기관 가운데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최초 사례다.

"클라우드 이용에 관한 규정이 변한다면 그 상황에 맞춰 얼마만큼 적응하느냐가 금융 기관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SBI 저축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챗봇은 국내 은행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사전 승인을 받고 클라우드 사용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혁신을 진행한 최초 사례입니다. 타 금융 기관의 경우 해외 홈페이지, 인트라넷, VPC(가상 사설 클라우드) 등 데이터 분석과 관련이 없는 영역에만 클라우드를 도입했습니다. 반면 SBI 저축은행은 개인 정보를 건드지지 않으면서 데이터 분석에 클라우드를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핀테크는 단순히 웹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고객에게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핀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SBI 저축은행의 핀테크 TFT는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로 개발한 것이 바로 머신러닝을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입니다. 이 인공지능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서 실제로 은행 업무에 적용했습니다. 기존의 신용등급 기반 심사 기준으로는 대출이 거절되었던 고객들도 새로운 인공지능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상환 가능성을 평가받은 후 SBI 저축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클라우드(Cloud)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선 비즈니스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많은 돈을 들여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와 IT동아는 클라우드가 미디어부터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스타트업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클라우드가 바꾸는 비즈니스 환경, 다시 말해 Biz on Cloud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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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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