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 익스텔리전스에 주목해야 한다
[IT동아 이상우 기자] 제조기업이 생산 단가를 가장 쉽게 낮추는 방법은 하청업체를 이른바 '조지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영업이익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하청업체에서는 인건비를 낮추고, 질 낮은 원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납품하는 부품이나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의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는다.
국내 SCM(공급망관리) 솔루션 기업 엠로가 주최하는 구매전략 세미나(EPSS)는 이러한 제조업체의 공급망 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행사다.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구매 선진화를 위한 혁신의 방법론, 선진 기술 및 최신 동향을 소개,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 증대 등을 논한리로, 올해 행사에는 약 1,000명이 참석했다. 올해로 6회를 맞는 이번 세미나는 'Industru 4.0 & 인공지능 시대, 구매의 역할을 재조명하다'를 주제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에 따른 구매 시스템의 변화와 구매 부서의 역할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엠로 송재민 대표는 환영사에서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은 '여기서는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 사물이 모두 나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등장한 '붉은 여왕 효과'는 계속 발전하는 경쟁상대에 맞춰서 자신도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맞추지 못하면 붉은 여왕 가설처럼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엠로 구매전략 세미나가 거대한 멘토링 사이클의 진원지가 돼, 새로운 사상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각의 네트워킹'을 주제로 강연한 연세대학교 김용학 총장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에서 평소처럼 달려도 제자리에 있는 이유는 주변 사물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차이를 내려면 다른 방향으로 뛰어야 하며, 여기에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가 아니라 익스텔리전스(extelligence)가 필요하다. 인텔리전스란 내부에서 나오는 것인 반면, 익스텔리전스는 외부에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 연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있다. 이 것이 바로 생각의 네트워킹이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의 시장은 농경지와 같았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은 열대우림이다. 어떤 씨앗이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운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창의성이 필요하며, 분야의 경계를 넘으면 한계가 온 생산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 즉 인텔리전스의 한계는 익스텔리전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서 구매 부서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주대학교 김동근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까'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향후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분석 지원을 통해 공급망에서 생기는 변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미래의 변화를 예측해 대응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이르는 과정을 빠르게 하고, 시장의 수요 예측 및 공급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동근 교수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성능이나 머신러닝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구매 시스템의 구멍을 찾거나, 새 상품을 시장에 투입했을 때 결과를 실제와 가깝게 예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가시성을 보여주며, 인간이 하는 일은 어떤 상품이 소비자에게 더 필요할지 선택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민대학교 최정욱 교수는 '4차산업혁명 하의 구매의 변화와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맡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많은 것을 바꾸리라 예상하지만,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대세인 만큼 이런 흐름에 대응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기존에 잘하던 분야를 강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것에도 도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구와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가 동계 훈련 때 기존 구종을 강화할지 혹은 새로운 구종을 개발할지 선택하는 것과 같다. 기업이 전자에 집중하지 않으면 당장 다음달 매출을 걱정해야 하지만, 후자를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바뀔 패러다임에 맞출 수 없다. 내비게이션 회사의 적은 다른 내비게이션 회사가 아니라 스마트폰 지도 앱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구매 부서에 프로세스 자동화를 지원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건에 맞는 납품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계약서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자사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알려주고 나아가 내용 수정 방향까지 제안할 수 있다. 또, 3D 프린팅 기술은 납품업체로부터 도면과 원료만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마주할 세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정욱 교수는 "기계나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관점보다는 인간의 업무를 보조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기계가 하게 될 것이고, 인간은 지금까지 정보 부족, 시간 부족, 역량 부족으로 하지 못했던 일을 기계의 도움을 받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구매 부서의 역할 역시 단순한 조달에 머물지 않고, 가치를 만들고 더 많은 성공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