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충전 없이 한 번에 남해까지 달렸다
[IT동아 김태우 기자] 전기자동차 이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충전이 아닐까 합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주유소에서 쉽게 기름을 넣을 수 있지만, 전기자동차의 충전소는 주유소와 비교하면 아직 인프라가 열악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대용량 배터리를 채용해 긴 주행거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내에 판매를 시작한 모델 S 90D의 배터리 용량은 90kWh인데, 한국 환경부 측정 기준으로 주행가능거리가 378km입니다. 이는 무척 엄격한 기준으로 측정한 것인데요. 실사용에서는 400km 이상 달릴 수 있습니다.
▲ 테슬라 모델 S 90D
그동안 몇 번 테슬라를 타봤지만, 장거리 주행 테스트는 해보지 못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갔다가 충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는데요. 마침 테슬라가 경남 남해에 데스티네이션 차저를 설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거리 주행 테스트를 진행해봤습니다. 목표는 완전 충전 상태에서 중간 충전 없이 한번에 남해까지 가는 것입니다.
출발지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이고 목적지는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입니다. 아직 테슬라에는 자체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지 않아 T맵을 사용했으며, T맵에 표기된 주행 거리는 364km입니다.
▲ 주행 거리는 364km
완전히 충전된 테슬라 모델 S 90D의 계기판에는 주행거리가 445km로 표기되네요. 테슬라는 배터리 용량 표기를 % 또는 거리로 할 수 있습니다. %는 얼마나 주행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거리로 설정했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90kWh입니다.
테슬라 차량에서 보여주는 주행 거리는 최근 주행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됩니다. 공조기 사용 상태 및 각종 주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주행 거리에 반영됩니다.
▲ 모델 S 90D 완전 충전하니 445km 갈 수 있다고 나온다
주행 중에는 에어컨과 후방 카메라를 무조건 켜놓았습니다. 당일은 무척 더웠기 때문에 에어컨은 안 켤 수 없었는데요. 설정 온도는 23도였습니다. 후방 카메라의 경우 테슬라는 17인치 화면 절반에 항상 켜 놓을 수 있습니다. 운전에 큰 도움이 되다 보니 보통 켜 놓는 편입니다. 물론 그만큼 배터리는 더 소모될 것입니다. 휠은 21인치였습니다. 19인치 휠을 장착하면 주행거리가 더 깁니다.
테슬라 주행거리와 T맵 거리를 단순 계산하면 445 - 364 = 81km의 여유가 생깁니다.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는 거리인 셈입니다. 그런 탓에 출발하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출발한 후 답답한 서울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니 테슬라의 주행 능력은 빛을 발합니다. 모델 S 90D의 최대토크는 63.5kg.m, 최고 속도는 시속 250km입니다. 전기차의 특성상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무조건 최대토크가 발휘됩니다.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어변속도 없습니다. 시속 100km에서도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꾹 밟으니 170, 180, 190km까지 쑥 올라갑니다.
가속 능력이 엄청나다 보니 추월할 때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2차선에서 달리다가 추월을 하기 위해 1차선으로 옮기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니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갑니다. 어떠한 미적미적 거림도 없이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것이 무척 생소하지만, 운전 할 맛이 제대로 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젠 내연기관차는 못 탈 꺼 같습니다.
▲ 테슬라 모델 S 90D
대전을 지날 때까지는 엄청 밟았습니다. 시속 130~140km의 속도에서 엄청 안정감 있게 주행되다 보니 체감상 속도는 더 느리게 느껴집니다. 이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더 밟게 되고, 시속 150km를 걸핏하면 넘어갑니다.
그런데 대전을 지나면서 주행거리를 체크해보니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테슬라 계기판의 남은 주행거리와 T맵의 남은 주행거리 차이가 40km로 줄어든 것입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제 절반 정도 왔는데, 이러다가 도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슬라 홈페이지에 가면, 차량 주행 거리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걸 해보면 재밌는 것이 속도를 낮출 수록 주행 거리가 늘어납니다. 대전을 지날때까지는 정말 시속 120, 130km를 넘어 막 달렸습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74km였습니다. 그런 만큼 주행 거리가 짧아집니다.
그래서 이후 부터는 시속 100km 안팎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추월이 필요할 땐 순간적으로 시속 130~140km를 밟기도 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대한 90~110km 사이로 달렸습니다. 이렇게 달리니 점점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꽤 여유롭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니 테슬라 계기판의 주행 가능 거리는 58km였습니다. 총 주행거리는 367.1km였으며, 소모한 배터리는 67.3kWh로 74.7% 썼습니다. km당 소모 배터리는 183Wh/km 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적정 속도로만 달린다면 서울에서 국내 어디를 가더라도 중간 충전 없이 갈 수 있습니다.
▲ 목적지에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총 주행 거리는 367.1km였습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크게 2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속도가 빠를수록 주행 거리는 짧아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보니 알 수 있었는데,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배터리도 아낌없이 팍팍 쓰게 됩니다. 반면에 속도를 낮추면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줄어듭니다.
이는 배터리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속도를 낮춰 더 멀리까지 갈 수 있게끔 배터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회생 제동 장치와 속도 등을 고려하면 도심에서는 주행 거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추측도 해볼 수 있습니다.
▲ 목적지인 사우스케이프 지하 주차장에는 데스티네이션 차저가 만들어져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의 편리함입니다.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테슬라 차량에도 회생 제동 장치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회생 제동은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기능입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페달을 약하게 밟는 듯한걸 느낄 수 있는데, 회생 제동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습니다. 액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올라가고, 떼면 속도가 줄어들어 서게 됩니다. 액셀레이터 페달 하나로 서고, 가고를 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운전에서 수시로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다보면 다리 피로도가 엄청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남해까지의 여정은 한결 피로도가 덜 했습니다.
▲ 중간 충전 없이 한 번에 사우스케이프에 도착한 테슬라 모델 S 90D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