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일본, 한국에 이은 넷플릭스의 3번째 아시아 교두보 '태국'
[IT동아] 지난 4월 27일 태국에 현지 자막과 더빙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언어로는 중국(북경어, 광둥어), 일본어, 한국어, 힌디어 다음에 지원하는 언어가 되었다.
왜 태국인가?
태국의 인구는 한국보다 많은 6,796만 명 정도이고, 미디어를 시청하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작년 5월 CJ E&M이 태국의 극장 체인과 영화 합작사를 설립하여 로컬 영화 및 합작 영화를 현지 내에서 상영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우기도 하였다. 태국은 한류가 통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유선 인터넷 환경이 녹록지 않고, 1위이자 거의 독점을 하고 있는 유선 방송 사업자인 트루 코퍼레이션의 가입자 비중은 전체 가구수의 17% 수준이다. 반면에 한국은 120%가 넘는 국가다.
임금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50만 원 선인데 비해 유선 인터넷은 매우 비싼 편이고, 유선 방송은 평균 1만 원이 넘는 편이다. 가장 비싼 요금제는 7만 원 수준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너무나도 보편화된 HD(High Definition)를 시청할 수 있는 숫자가 전체 가구 수의 30% 불과한 상황이다.
또한, 케이블과 같은 유료 방송 채널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드라마, 영화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있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태국은 방송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업체들에게는 인도, 인도네시아와 함께 공략해야 하는 국가로 생각되고 있다.
그래서, 태국 OTT 경쟁이 심상치 않다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는 앞서 이야기한 인터넷 환경과 임금이 낮은 시장으로 미디어 서비스를 하기에 상당한 장벽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OTT 서비스 중에 하나인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 월정액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바일 통신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계속 성장하고 있다.
<태국 1위 통신 사업자인 AIS Mobile은 Hooq(싱가폴 싱텔, 소니 픽쳐스, 워너 브라더스의 조인트 벤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을
제휴를 통해서 제공한다>
한국에서 SK텔레콤에 가입하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옥수수(oksusu, SK브로드밴드)를 껴주는 방식의 제휴모델이 성장하고 있었다. 이것은 태국만이 아닌 아시아 전체의 하나의 트렌드다. 일본의 경우도 소프트 뱅크와 넷플릭스의 제휴를 통해서 넷플릭스의 초기 론칭을 도왔다.
유선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지 않고 반대로 무선 인터넷 3G/LTE 가 인터넷의 메인 창구가 되면서 제휴가 성공의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태국의 1위 통신 사업자는 AIS는 4G 네트워크를 서비스하고 있다. 유선보다 무선의 환경이 더 좋은 것이다.
2016년 1월에 태국에 론칭을 한 넷플릭스는 제휴를 하기에도 큰 허들이 두 가지 있었다.
태국도 현지화가 이슈
그중 하나는 태국은 한국과 같이 고유의 언어인 타이(Thai)어를 쓰는 나라로, 초기 론칭 시 영어 자막으로만 서비스를 했던 넷플릭스를 태국 사용자들이 쓰기엔 불편함이 많았던 것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영어 자막으로도 서비스를 하고 있고, 국민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지만 태국은 달랐다.
<태국, 영어로 서비스하고 있는 헐리우드 HDTV의 소개 페이지. 태국어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분기에 9,800만을 넘어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넷플릭스이지만, 아시아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일본을 제외하고는 가입자 증가가 요원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제휴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심의가 안 되는 것도 이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현지화다. 특히 한국처럼 고유의 언어를 쓰면서 인구가 5,000만이 넘는 국가인 태국은 좌시할 수 없는 국가라고 생각한 것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가능성이 높으나, 국가의 콘텐츠의 규제의 수위가 대단히 높은 편이고, 베트남의 경우는 미국 문화에 대해서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어 태국이 먼저 선정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서두에 태국의 OTT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을 하였듯이 이미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태국에서 전쟁을 펼치고 있고,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국의 경쟁 OTT 서비스는?
iflix (월 3,000원 선, 가입자 10만 명 선) - 호주의 인터넷 기업인 캇챠(Catcha)가 말레이시아에 만든 회사이지만 태국에도 론칭을 하였다. 넷플릭스가 없는 콘텐츠를 공략하라가 모토일 만큼, 아시아의 아마존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제작된 인기 있는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쓰기도 하는데, 푸른 바다의 전설, 응답하라 1988,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은 아이플릭스가 태국에서 독점 공급하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콘텐츠 특히 TV 드라마를 주로 공급한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TV를 먼저 따라 잡아야 한다. 현지 회사로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Hollywood TV (월 7,000원선, 가입자 15만 명 선) - 독일 자본으로 2014년에 첫 선을 보였으며, 할리우드의 영화를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론칭한 서비스로 월정액 비용이 비싸지만 그만큼의 최신영화를 제공하기도 한다. 추가로 최신영화를 구매도 할 수 있는 SVOD(월정액)+TVOD(단품구매)의 결합 상품을 내놓았다.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넷플릭스의 고화질 동영상 인코더를 제공하였던 EyeIO와 힘을 합쳐 낮은 인터넷 속도에서 HD, 4K 영상을 TV에서 볼 수 있는 Dot TV라는 구글의 크롬캐스트와 유사한 제품을 3분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심지어 라이브 채널 기능도 지원하여 트루 비전의 영역을 침범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160억 원(5억 바트) 정도를 투자하여 할리우드 콘텐츠 수급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한다. (워너 브라더스, 20세기 폭스, 소니 픽쳐스, 파라마운트 픽쳐스, 한국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미 다운로드 기능도 제공하고 있는 Hooq, 북미의 인기있는 방송들을 대부분 서비스한다. 넷플릭스 대비 저렴한 가격. 이미 현지화된
서비스들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Hooq (월 4,000원 선, 가입자 10만 명 선) - 싱가포르의 통신사이면서 동남아에 영향력이 높은 싱텔(Singtel)과 아시아에서 할리우드 TV 드라마 배급을 도맡아 하는 소니 픽쳐스, 그리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워너 브라더스의 합작사로 만들어진 회사이다.
태국은 2015년 봄에 가장 먼저 출시하였다. 넷플릭스와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하기로 발표하였으며 태국에서 넷플릭스가 아닌 할리우드 TV와 경쟁을 하기 위해 태국 내에서 인기 있는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콘텐츠 공급을 최근에 맺었다.
또한 최신 영화를 구매해서 볼 수 있는 TVOD(Transaction Video On Demand) 서비스를 추가하였다. 다분히 할리우드 TV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태국은 한국과 같이 손쉽게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물론 여전히 불법 복제된 DVD를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바뀌고 있고 Hooq, iflix, Hollywood TV와 같은 서비스들을 통해서 모바일, 태블릿에서 영화, TV 프로그램을 보는 인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동일한 출발 선상에 선 넷플릭스, 하지만 여전히 비싼 비용
넷플릭스가 현지화를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태국 시장에서 흥행을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여전히 경쟁 서비스들 대비 최신 영화, TV 시리즈가 부족한 것은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경쟁사들도 태국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하여 오리지널을 제작한다던지 실시간 방송을 제공한다던지 넷플릭스가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발전을 시키고 있다.
다행히 앞서 이야기한 넷플릭스의 두 번째 허들도 지난 2월 말 해결이 되었다. 2017 스페인 모바일 콩글래스(MWC)에서 태국 1위 사업자인 AIS와 넷플릭스가 파트너십을 맺기로 한 것이다.
사실 AIS와 파트너십이 태국어 자막과 더빙에 투자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AIS 내에서는 Hooq도 가입할 수 있고, 넷플릭스도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 SKT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와 넷플릭스를 가입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와 같다.
태국은 올해 앞서 이야기한 3개의 업체와 넷플릭스와의 경쟁이 볼만해질 것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현지어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니 많은 가입자들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Hooq의 경우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신사 AIS 제휴를 통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최대 3배가 넘는 가격은 큰 허들이 될 것임에는 틀림 없다.
태국 OTT 시장은 올해 작년 대비 100% 성장한 80만 명 내외의 가입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이지만, 호주, 뉴질랜드, 일본에 이어 태국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태국 시장에 외산 서비스들이 격돌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어찌 보면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Rovi에서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 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 기획을 역임했고, 현재 아이유노에서 미래사업전략을 기획하고 있다.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