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의 100년 역사와 함께하는 F 마운트 카메라들
[IT동아 강형석 기자] 사진을 찍어봤거나 혹은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 니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필름이 한창인 시절에 등장했던 카메라를 들고 나와 추억을 기록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니콘 카메라는 순간을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 사진을 즐기고 감정을 공유하는 매개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니콘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1917년, 일본 광학 공업 주식회사로 시작한 니콘은 현재 주력인 광학 장비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카메라와 영상장비 등으로 구성된 영상 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니코르 렌즈의 역사는 1932년, 대중화를 이룬 일안반사식(SLR) 카메라는 1959년, 소형 카메라는 1946년부터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비록 지금의 니콘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상태지만 한 세기를 달려 온 역사는 많은 명기를 남기는데 충분한 시간인 듯 하다. 니콘의 100년 역사와 함께하는 F 마운트 카메라들을 속성으로 확인해 봤다.
니콘 SLR 카메라의 시작 'F'
1959년, 니콘 F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안반사식(SLR) 카메라의 역사가 막 오른다. 그 이전에는 니콘 I(1948)를 시작으로 니콘 SP(1957) 등을 선보이며 주목 받기도 했다. 우선 니콘 I는 35mm 거리계 연동을 지원했으며, 니콘 SP는 28-135mm 초점거리에 대응하는 유니버셜 파인더를 내장하고 있었다. 니콘 F는 이후 등장한 카메라로 본격적인 SLR 방식에 도전했던 제품이다.
니콘 F는 교환식 포커싱 스크린(뷰파인더 프리즘 하단에 장착되는 스크린)을 도입한 첫 일안반사식 카메라다. 세계 첫 일안반사식은 아니지만 다양한 교환렌즈를 구성하고 모터 등도 갖추면서 인기를 얻었다. 특히 당시 매체(프레스)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알려져 있다.
니콘 F는 포토믹(Photomic, 1962)을 시작으로 포토믹 T(1965), 포토믹 TN(1967), 포토믹 FTN(1968) 등 라인업을 확대해 나갔다. 포토믹 TN은 니콘 카메라에서 처음 중앙부 중점 측광을 도입했다.
1971년에는 니콘 F의 정통 후속 라인업인 F2가 출시된다. 높은 내구성을 갖춘 카메라로 손꼽힌다. 이 카메라도 포토믹(1971), F2S 포토믹(1973), F2SB 포토믹(1976), 본체를 티타늄으로 만든 F2T(1976), F2A 포토믹(1977), F2AS 포토믹(1977)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1980년에 출시된 F3는 세 번째 플래그십 카메라로 TTL 측광과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디자인을 앞세워 인기를 얻었다. 이 카메라는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현역으로 활약할 정도로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이 카메라에 도입된 측광은 현재도 쓰이는 측광 구조의 기반을 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또한 전자제어식 셔터를 도입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후 F3는 F3HP(1982), F3AF(1983), F3P(1983), F3H(1998) 등으로 세분화 되어 출시됐다. 가장 마지막에 출시된 F3H는 당시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출시된 제품으로 언론과 스포츠 사진가 등을 겨냥했다. H는 고속 모터 구동 카메라(High Speed Motor Drive Camera)의 앞글자를 따왔다. 흥미롭게도 반사 거울에 고정된 펠리클 반투명 거울을 써 속도를 높인 형태였다. 지금 소니가 사용하는 DSLT와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당시 F3H의 반투명 거울은 빛을 뷰파인더에 30%, 셔터박스에 70%를 전달하는 구조다. 이 역시 지금의 소니 DSLT 카메라와 비슷한 형태다.
이를 통해 F3H는 초당 7.5매 연사가 가능했다. 전용 배터리팩을 쓰면 1,000분의 1초 이상의 셔터속도에서 초당 13매 연사까지 가능할 정도로 빠른 성능을 보여줬다.
1988년에는 니콘 필름 카메라의 네번째 플래그십, F4가 공개된다. 이 때부터 니콘은 기존 선보였던 카메라들의 장점을 모두 모아 담아 넣는데 성공했다. 본격적으로 자동초점(AF)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셔터 속도 역시 8,000분의 1초로 끌어 올렸다. 측광 또한 세로 위치 센서를 탑재해 응용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F4도 배터리 그립에 따라 F4S(1988)와 F4E(1991)로 나뉜다. F4S는 AA 규격의 배터리 6개를 활용해 촬영 매수를 초당 5.7매로 높였다. F4E는 6개의 AA 규격 배터리 또는 니켈-카드뮴(Ni-Cd) 배터리를 활용하는 구조다.
다음 플래그십 카메라 F5는 1996년에 공개됐다. 성능 향상으로 인해 덩치는 다소 커졌다. 그 형상이 지금의 니콘 DSLR 카메라와 비슷하다는 점도 돋보이는 부분. 이 카메라에는 1,005분할 3D-RGB 멀티패턴 측광 기술이 적용됐으며 초당 8매의 연사 속도를 제공했다. 2004년에는 마지막 필름 플래그십 카메라 F6를 끝으로 니콘의 필름 카메라 역사는 종지부를 찍는다.
흘러간 명기들
플래그십만 명기는 아니었다. 다양한 제품들이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명기로 기억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FM2(1982)로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는 카메라다. 카메라의 기본에 충실하고 도입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이유다. 여기에 4,000분의 1초까지 지원하는 셔터 속도로 촬영에 비교적 제약이 없었다. 또한 종막셔터를 적용하면서 동조 시간이 짧아 외장 플래시의 동조속도가 250분의 1초로 빨랐다. 이 종막셔터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 제품의 특징 중 하나로 남아 있다.
1992년, 니콘은 수중 카메라 니코노스(Nikonos) RS를 개발해 선보인 적도 있다. 지금처럼 카메라에 방수 기능을 갖춘 하우징을 덮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 자체가 방수 기능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현재에 응용한 것이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1 AW1이다. 니콘은 1963년부터 수중 전문 브랜드로 니코노스를 운영한 바 있다. 니코노스 RS는 그 마지막 제품이다.
니코노스 RS는 물 속에서도 자동초점이 가능했다. 수중 100m에서도 촬영 가능한 점이 특징이었다. 이와 함께 니콘은 전용 렌즈도 약 10여 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중 7개는 수중에서도 작동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1999년에 공개된 F-100도 명기 중 하나라 하겠다. 하이 아마추어 시장을 겨냥한 SLR 카메라로 F5의 특징인 측광이나 연사 등 기능을 일부 제한했음에도 성능은 뛰어난 편이었다. F5가 부담스러웠던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평 받았다.
디지털 시대의 니콘
2000년 전후로 대부분 카메라 브랜드는 디지털에 주목하고 있었다. 필름을 대체하는 이미지 센서와 메모리카드는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충격적인 소재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시장의 요구에 자연스레 대응하자 않으면 안 됐다. 이렇게 니콘은 1999년, 첫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D1을 선보이며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진입했다.
D1은 니콘의 첫 플래그십 DSLR 카메라다. 274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초당 4.5매 연사가 가능했다. 과거 F5를 닮은 디자인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소가 낮았고 초기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에 더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2001년에 D1X와 D1H를 공개한다. D1X는 촬영 매수가 초당 3매로 줄었지만 화소는 533만 화소로 증가했다. D1H는 화소는 274만으로 D1과 동일하지만 촬영 매수는 초당 5매로 소폭 늘었다.
사실, 니콘은 D1 이전에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적이 있다. 바로 1995년 발매한 E2/E2s가 그 주인공인데, 대신 이 카메라는 후지필름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두 기업의 관계는 니콘의 DSLR 카메라 D200(S5 프로의 전신)까지 이어지게 된다.
플래그십 계보는 D2 시리즈로 이어간다. 니콘은 여기에서 D1-D1X-D1H로 가던 라인업을 연사를 앞세운 D2H와 화소를 높인 D2X로 양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D2H는 2003년에 출시됐다. D2H는 처음으로 니콘이 개발한 이미지 센서 LBCAST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맞춘 라이팅 시스템, 크리에이티브 라이팅을 도입한 첫 카메라다.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갖춰 앞선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었다.
D2H는 41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있었다. 또한 초당 8매 연사가 가능해 언론 또는 스포츠 작가를 중심으로 자주 쓰였다. 그러나 동시에 경쟁사 대비 이미지 세서 크기나 성능 등에서 뒤쳐진 것이 아니냐는 비평을 감수해야 했다. 이 라인업은 후에 연사 속도와 측광, 이미지 처리 성능을 더 높인 D2Hs로 이어진다.
2004년 출시한 D2X도 마찬가지다. 1,240만 화소로 당시 고해상도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 이미지 센서는 니콘과 소니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첫 CMOS 센서를 채택한 니콘 DSLR 카메라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이 카메라의 후속으로는 D2Xs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그 사이에는 명기도 출시됐다. D100과 D200, D70과 D80 등이 대표적이다. D1과 D2 시리즈에 비해 이들 라인업은 독특한 감성과 합리적인 가격, 성능 등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
D100은 2002년 공개된 고급기로 당시 출시된 D1X보다 많은 611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성능이나 연사 속도 등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부담 없이 DSLR 카메라를 쓰고 싶어 했던 사진 애호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감도가 ISO 200부터 시작해 세밀하게 조절할 수 없었고, 고감도 노이즈가 치명적이었지만 당시 카메라 기술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준이었다.
2005년 출시한 D200도 마찬가지였다. 1,02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이 카메라는 D2 계열의 기능 일부를 이어 받으면서 휴대성과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카메라가 되었다.
2004년 출시된 D70은 보급형 DSLR 카메라 시장을 공략하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제품이다. D100과 동일한 611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는데, 사양만 보면 D100을 뛰어넘는 요소들이 많아 하극상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결과물에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이 부분 외에 일부 기능과 성능을 개선한 것이 D70s다.
D80은 2006년에 출시되었다. D200과 동일한 1,020만 화소를 써 인기를 얻었다. 대신 연사나 주요 성능은 기기 성격에 맞게 축소됐다. 그러나 후보정 기능을 대거 제공함으로써 사진 입문자들이 쉽게 카메라를 다룰 수 있게 만든 점은 좋게 평가할 부분이다.
창립 90주년을 맞던 2007년, 니콘은 D3와 D300 등을 투입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특히 그 동안 필름 대비 1.5배 초점거리를 제공했던 APS-C 규격만을 사용하다 D3에 와서는 처음 35mm 필름에 준하는 면적을 갖춘 풀프레임 센서를 채택해 시장의 반응을 끌어냈다. 기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측거점(51개)과 초당 9~11매 연사 속도도 주목 받았다.
당시 니콘은 이미지 프로세서에도 큰 변화를 줬다. 처음으로 캐논의 디직(DiGiC)처럼 엑스피드(Expeed)라는 브랜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엑스피드 프로세서는 D3에서 높은 고감도 노이즈 처리는 물론, 빠른 처리 속도까지 제공했다. 이후 D3는 고속 연사와 고감도를 앞세운 D3s와 고화소를 자랑하는 D3X 라인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2012년에 선보인 D4는 ISO 1만 2,800까지 지원하고, 확장하면 ISO 20만 4,800까지 사용 가능해 주목 받았다. 또한 처음으로 XQD 메모리를 지원해 기존 저장매체의 한계인 저장 속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조작 체계와 성능 등을 개선한 D4S를 선보이면서 인기를 이어나갔다.
니콘의 플래그십 DSLR 카메라는 2016년에 출시한 D5로 정점을 찍었다. 현재 운용 중인 이 카메라는 153개 측거점 자동초점 시스템을 통해 피사체를 즉시 검출해 낸다. 상용 감도는 ISO 10만 2,400을 구현했고, 확장하면 ISO 328만까지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초당 12매의 연사 속도와 4K UHD(3,840 × 2,160) 촬영 기능도 내세울 부분이다.
이들 중간에도 기록적인 DSLR 카메라를 선보였다. 직관적 다이얼로 조작성을 높이고 가도식 노출계 연동 레버를 채용, 필름 카메라 렌즈도 장착할 수 있도록 한 Df, 3,635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DSLR 카메라 D810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 아마추어와 중급기 라인업도 탄탄함을 이어나갔다. D3와 함께한 D300은 D300s와 D500으로 이어졌다. D80의 후속도 2008년 출시된 D90을 시작으로 2010년 이후 D7000 시리즈로 계보를 잇는 중이다. 현대 D7000 시리즈는 100주년을 맞은 2017년 D7500으로 새롭게 부활했다.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카메라도 선보였다. 3,600만 화소를 돌파하며 화질 혁신을 외쳤던 D800 시리즈를 시작으로 옛 니콘 필름 카메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Df 등이 대표적이다.
1959년, F로 시작된 니콘의 일안반사식 카메라의 역사는 꾸준히 혁신을 거치며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17년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니콘은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사진 애호가들의 사진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지 않을까? 앞으로의 100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