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갤럭시 S8'…이해할 수 없는 4가지
[IT동아 김태우 기자] 갤럭시 S8이 4월 21일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다. 예약 판매 분위기는 무척 좋다. 4월 13일 진행된 국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창준 삼성전자 한국총괄 마케팅팀 차장은 12일까지 갤럭시S8과 갤럭시S8+ 예약 판매 건수가 72만8천대를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갤럭시 S8 플러스를 직접 만져봤다. 2월에 열린 MWC에서 갤럭시 탭S3를 접하면서부터 상당히 잘 만든 제품이 나올 거로 생각했고, 손에 쥐어본 갤럭시 S8 플러스는 확실히 기대 이상이었다. 하드웨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도 살펴보면 볼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보였다.
갤럭시 S8은 물리적인 홈버튼이 없다. 작년 비운의 운명을 맞이한 갤럭시 노트7에서도 고수해 왔던 물리 버튼이 드디어 사라지고, 소프트웨어 버튼이 그자리를 차지 했다. 물리 홈버튼의 사라짐으로 인해 지문인식 센서는 후면에 적용됐고, 이와 함께 좌측에 빅스비 전용 버튼이 별도로 추가됐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이번 갤럭시 S8에서 내세우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7.0 누가에 비슷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갤럭시 S8에는 비슷한 기능이 2가지나 존재한다.
음성인식은 아직 활발히 쓰이는 서비스는 아니다. 게다가 빅스비는 이제 첫걸음은 뗀 상태라 서비스 수준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그런데도 굳이 전용 버튼을 적용했다. 별도의 버튼을 추가하기보단 기존 사용자 환경에서 구현할 수는 없었을까?
보통 디바이스는 외부 조작 버튼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갤럭시 S8은 어찌 더 번잡해졌다. 물론 홈버튼을 꾹 누르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실행되기 때문에 이와 구분하기 위해 삼성전자도 고민이 많았을 테다.
버튼을 추가한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빅스비 조작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음성인식을 하기 위해서는 전용 버튼을 누른 채 말을 해야 한다. 버튼에서 손을 떼는 순간 음성인식은 중단된다.
음성인식 서비스에 내리는 명령은 길지 않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말할 때마다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은근 불편한 일이다. 전용 버튼까지 만들었기에 버튼을 더 많이 사용하라는 삼성전자의 배려도 아닐 테고, 한번 호출로 말만 하는 방식이 더 편한걸 모를리도 아닐 테다. 왜 이런 방식을 굳이 도입했는지 모르겠다.
물리 홈버튼의 제거는 삼성전자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 줬는데, 바로 지문인식 센서다. 아이폰처럼 홈버튼에 적용해 온 지문인식 기능을 따로 추가해야 한다. 그래서 택한 것이 후면 적용이다.
후면 지문 인식 적용은 안드로이드폰에서 주로 쓰던 방식이다. 이 위치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을 때는 문제 없지만,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에서는 여간 불편하지 않다. 아이폰처럼 전면에 지문인식을 적용하면, 손에 쥐고 있어도 쥐고 있지 않아도 쓰는 데 문제 없다. 결국 갤럭시 S8의 지문인식은 사용자 경험에서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경험을 해치면서까지 물리 홈버튼을 제거한 셈이다.
게다가 후면에 적용된 지문 인식 센서의 위치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삼성전자의 생각이 얼마나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카메라가 중앙에 있고, 그 좌측 편에 지문인식 센서가 있다. 중앙이 아니라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집게손가락으로 후면에 대면 가운데가 가장 편한 위치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지문인식을 하다 보면 카메라에 손가락이 가기 마련이다. 카메라 렌즈에 지문이 덕지덕지 묻게 된다. 갤럭시 S8 플러스를 쥐어보면 가장 좋은 위치는 카메라 아래 삼성전자 로고 부근이다. 지문인식 센서를 이곳에 적용했으면 되었을 텐데, 왜 현재의 위치인지 이해가 안 된다.
마지막으로 엣지 디스플레이만 적용한 모델만 나온다는 것. 개인적으로 엣지 모델이 처음 나올 때부터 제품을 살펴보면서 느낀 부분이 사용자 경험에 있어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모서리 부분은 반사가 일어나 눈이 불편할 때가 빈번히 생겼고, 화면 자체도 이질적으로 보인다. 그나마 엣지 부분에 발생하던 터치 문제는 더는 생기지 않는다. 갤럭시 노트7부터 엣지는 터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엣지 모델이 더 잘 팔린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이번에 플랫 모델은 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는 엣지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필요한 이유는 찾지 못하고 있다. 대신 단말기 가격을 높이는 역할만 했다.
옛날부터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회사라고 불렀다. 갤럭시 S8을 보고 있노라면 스마트폰 제조에서도 물이 오를데로 올랐다. 하지만 갤럭시 S8 플러스를 만져보니,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민은 없고 제조하기 편한 길로 나아긴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민은 없은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