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계좌 개설해보니, 공인인증서는 아직 살아있네
[IT동아 김태우 기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은행이라고 부르는 곳은 제1금융권이라고 합니다. 정확히는 예금은행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등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 이런 은행이 마지막으로 생긴 것이 1992년에 생긴 평화은행입니다. 이후 무려 24년 동안 은행 허가가 난적이 없는데요. 2017년 드디어 새로운 은행이 탄생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표방하고 나선 '케이뱅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제법 활성화가 된 모델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지점이 없습니다. 대신 모든 은행 업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보게 됩니다. 통장을 은행 방문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점이 없으므로 시설비나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이고, 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4년 만에 은행 허가가 날 수 있었던 것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에서 통장 만들기
요즘은 은행에서 통장 만들기가 무척 까다로워졌습니다. 금융 거래 목적에 맞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급여 계좌를 만든다면, 이를 증명하는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스마트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바로 계좌 개설이 됩니다.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한밤중에도 계좌 개설을 할 수 있으며, 집에서 바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썩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총 7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은근 번거롭고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다고 어렵다는 말은 아닙니다. 차근차근 진행을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통장이 개설됩니다. 1단계에서는 휴대 전화와 신분증 촬영을 통한 본인인증을 거칩니다. 2단계에서는 상품을 선택합니다. 기본으로 '듀얼K 입출금통장'이 선택됩니다. 체크카드도 만들 수 있습니다.
3단계 약관 동의를 거쳐, 4단계에서 회원정보 입력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비밀번호 입력을 여러 차례 하게 됩니다. 일단 앱 로그인 비밀번호, 간편비밀번호를 각각 설정해야 합니다. 지문등록도 할 수 있습니다. 계좌 비밀번호도 정해야 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었다면 카드 비밀번호도 입력해야 합니다. 무카드거래서비스를 위한 비밀번호도 필요합니다. 무카드거래서비스는 체크카드 없이 GS25편의점에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5단계 고객정보에서도 비밀번호 설정이 기다립니다. 흔히 은행에서 쓰는 보안카드 대신 케이뱅크는 휴대폰 OTP(일회용 비밀번호)를 사용하는데, 이를 위한 비밀번호입니다.
여기까지 비밀번호만 6개를 입력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헷갈릴 듯합니다. 저는 설정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메모해 뒀습니다.
6단계는 추가인증입니다. 1단계에서 본인인증을 거쳤음에도 다시 한번 본인인증을 해야 합니다.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은행 계좌를 활용한 방식과 영상통화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영상통화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저는 타은행 계좌를 사용한 방식으로 먼저 진행해 봤는데요. 이 경우 케이뱅크에서 지정한 금액을 타은행 계좌에서 이체하면 됩니다. 문제는 요즘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주로 사용하는데, 토스가 아직 케이뱅크를 지원하지 않네요. 게다가 보안 카드도 들고 다니지 않아 결국 영상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영상통화는 먼저 전화통화를 한 후, 상담원이 불러주는 코드를 케이뱅크 앱에 입력하면 영상이 뜹니다. 음성은 전화통화, 영상은 케이뱅크 앱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코드를 받았다고 전화통화를 끊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니 스피커폰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멋모르고 스타벅스에서 시도했다가 등이 뜨뜻했네요. 영상에는 자신의 얼굴과 신분증이 같이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상담원이 이를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면 끝납니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7단계는 증빙서류 제출입니다. 통장은 만들어졌지만,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출금 및 이체 한도가 월 100만 원 이하로 제한됩니다. 사실 증빙서류 제출은 앞서 언급한 일반 은행에서 금융 거래 목적을 증명하는 서류를 받는 것과 동일 합니다. 다만 해당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제출하면 됩니다.
증빙 서류 제출 없이 자동 해제도 됩니다. 거치식 예금 1개월 유지, 적립식 예금 2개월 유지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로그인
로그인은 공인인증서, 아이디, 간편비밀번호, 지문 로그인 등을 지원합니다. 공인인증서를 등록하지 않아도,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지문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 앱 로그인에는 공인인증서가 필수였습니다. 은행 앱마다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는 과정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케이뱅크의 로그인은 분명 편리합니다. 하지만 이미 시중 은행들도 지문, 핀번호 등 다양한 로그인을 도입한 상태입니다.
이체
한동안 은행 앱으로 돈을 이체해 본 적이 없습니다. 토스,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 간편 송금 서비스를 사용해 송금하고 있습니다. 지문 인식 한 번으로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은행들도 송금이 많이 간편해지긴 했습니다. 송금 과정에 지문 인식을 도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안 카드를 요구합니다.
케이뱅크는 간편 송금 서비스만큼 쉽게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금액과 계좌 번호 입금 후 지문 인식으로 이체가 됩니다. 케이뱅크는 시중 은행들이 사용하는 보안 카드가 없습니다.
대출 금리
케이뱅크의 금융 상품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이제 갓 출범했기 때문이겠죠. 은행은 직장인에게 대출을 잘해 줍니다.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온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그런 만큼 직장인 신용 대출은 은행 대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케이뱅크도 관련 상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직장인K 신용대출(마통가능)'이 그것입니다. 과연 금리는 어느 정도일까요? 최저 연 금리는 2.70%라고 되어 있네요. 이 정도면 정말 낮은 편입니다. 타 은행의 상품을 살펴보니 우대 금리를 받아도 3%~4%가 넘습니다.
직장인K 신용대출(마통가능)은 기준금리는 KORIBIR(직전3영업일평균)을 적용합니다. 현재 1.40%입니다. 여기에 가산 금리가 붙습니다. 1.90~5.10%입니다. 우대 금리는 최대 0.60%입니다. 체크카드 이용 실적 우대 연 0.2%, 예적금 실적 우대 연 0.2%, 급여 이체 우대 연 0.2% 등입니다. 우대 조건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가입 후 2개월 이내 체크카드 10만 원 이상 1회 사용, 50만 원 이상 급여 입금, 예∙적금 가입만 하면 됩니다.
1.40%에서 가산 금리가 가장 낮은 1.90을 더하고 0.60%의 우대 금리가 적용되면 2.70%가 나옵니다. 가산 금리는 고객 신용 상황, 대출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2.70%의 금리를 받는 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시중 은행보다 금리가 무조건 더 좋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 하네요.
적금 금리
돈을 모으기 위해 예금이나 적금에 많이 가입합니다. 현재 케이뱅크에는 적금 상품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플러스K 자유적금'입니다. 이율은 최고 연 2.50%입니다. 개인적으로 타 은행에 이와 비슷한 상품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해당 상품의 이율은 최고 연 2.35%입니다. 둘 다 가입 기간이 1년인 경우이고, 최대 3년에 가입하면 금리는 더 높아집니다.
금리를 조금 더 살펴보면, 제가 가입한 타 은행 상품은 기본 금리가 1.05%입니다. 여기에 우대 금리를 이것저것 더하니 제가 받는 금리는 2.15%가 되더군요.
그림 케이뱅크 상품인 플러스K 자유적금은 어떨까요? 기본 금리는 1.4%로 더 높습니다. 여기에 제가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를 계산해 보니 0.9%입니다. 최소 2.3%의 금리를 받을 수 있네요.
여전한 공인인증서
2015년에 인터넷뱅킹이나 인터넷 쇼핑 등 전자금융 거래에서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가 폐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11번가를 자주 사용하는데, 고가의 DSLR을 구매하면서도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 결제 서비스인 시럽 페이를 사용해 지문 한 번으로 결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쉽게 결제가 되다 보니 지름을 막기 위해 공인인증서가 부활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합니다.
공인인증서 사용에 있어 가장 철통 같은 곳이 은행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 기관에서 보안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공인인증서가 면책 수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변화가 생깁니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금융거래 피해를 원칙적으로 은행이 책임지는 내용으로 전자금융거래 표준약관을 개정했는데, 은행권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4월 중순부터 대부분의 시중 은행이 개정 표준약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은행은 해킹·피싱·파밍·스미싱 등 전자금융거래 사고 시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기존 약관에는 천재지변, 전쟁 또는 은행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정전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에는 은행 측의 책임이 없었습니다.
해킹이나 스미싱‧파밍으로 인한 전자상거래 피해 역시 불가항력으로 인한 사고로 해석해 왔습니다. 이런 보안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사가 책임을 집니다.
앞서 시중 은행들이 은행 앱 로그인에 이미 지문 인식을 도입했다고 언급했는데요. 로그인뿐만 아니라 앱 내의 다양한 서비스에 지문 인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인인증서를 고집하던 은행이 달라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약관 변경으로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니 계좌이체, 예금, 대출 등에 생체 인증을 도입한 것입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입니다. 기존 은행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ICT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퀵이체나 대출 등에서 공인인증서를 요구합니다. 내심 공인인증서 없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했네요.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