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작물은 해외에서도 제값을 받아야 한다, 레진 권정혁 부사장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콘텐츠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봐야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유료 VOD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가 하면, 살아남을지 조차 의문이 들던 유료 웹툰 플랫폼 사업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나아가 미리보기나 다시보기 같은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작가의 기본적인 수입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불법 콘텐츠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각종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는 물론, 메신저 등을 이용해 음원 파일을 공유하기도 한다. 특히 한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국산 영화나 드라마, 음원, 웹툰 같은 콘텐츠가 해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사례는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쉬운 반면, 해외 서버를 통해 유통되는 불법 유출 콘텐츠는 개별 기업이 직접 대응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 KBS, MBS, SBS, jtbc, 한국영화배급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15개 콘텐츠 분야 기업 및 단체가 손잡고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pyright Overseas promotion Association, COA)'를 발족했다. 협회는 향후 해외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며 피해를 줄일 계획이다.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출범식(출처=레진엔터테인먼트)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출범식(출처=레진엔터테인먼트)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초대 회장사를 맡은 레진엔터테인먼트 권정혁 부사장은 "해외로 불법 유출되는 콘텐츠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피해를 입은 기업도 많은 만큼 피해 규모는 파악이 어려울 정도다. 개별 콘텐츠 기업은 자사의 피해 규모를 대충은 파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런 내용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돼지 못했다. 특히 웹툰의 경우 파일 크기가 작아서 불법 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불법 유포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불법 콘텐츠 유출은 싸드(THAAD)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폐쇄정책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식 유통 경로가 차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불법 경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와 공조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일도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권정혁
CTO(출처=IT동아)
레진엔터테인먼트 권정혁 CTO(출처=IT동아)

해외에서는 주로 '해적 사이트'를 통해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유통된다. 이들은 자신이 판매하는 서비스나 광고를 위해서 미끼 상품으로 불법 유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권정혁 부사장은 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해외 해적 사이트에 게시되는 콘텐츠는 국내와 같은 심의를 받지 않다. 특히 성인 인증이나 차단을 통해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국내 사이트와 달리, 해외 해적 사이트는 청소년이 성인 웹툰 같은 청소년 유해 콘텐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확한 피해 규모가 제대로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권정혁 부사장은 "향후 콘텐츠별 침해 사례를 수집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이에 따라서 가장 첫 번째 사업으로 피해 규모를 가장 먼저 파악할 것이다"고 말했다.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출범
세미나(출처=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출범 세미나(출처=문화체육관광부)

그렇다면 해외로 불법 유출된 콘텐츠를 추적하고 차단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기본적으로 국내 사업자가 해외 법률을 이용해 해당 서비스를 정지하거나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권정혁 부사장은 "예를 들어 미국에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같은 것이 있다. 이를 통해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이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해당 국가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또, "동시에 국내에서는 KT나 SK브로드밴드 같은 회선 사업자(ISP)를 통해 해적 사이트의 URL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URL 차단 같은 경우 실제 적용될 때까지 4~6주 정도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법 콘텐츠 차단에 대해 법률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구글 등 해외 검색엔진 사업자에게 검색 결과에서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일을 대행하는 서비스도 있고, 협회는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권정혁 부사장은 "민간기업이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협회를 직접 결성한 이유는 저작권자가 직접 참여해야 자신의 콘텐츠 저작권이 침해당했는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에서 더 많은 콘텐츠 기업이 협회에 참여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개별 기업에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특히 개별 기업이 저작권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주요 방송사, 콘텐츠 플랫폼 등이 모인 협회를 통해 조직정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출범
세미나(출처=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출범 세미나(출처=문화체육관광부)

해적 사이트 등을 통해 불법 유출 콘텐츠를 이용하는 주체는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해당 콘텐츠가 어느 나라의 콘텐츠인지,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단순한 차단 활동 외에도 콘텐츠 저작권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단순히 돈이 아까워 불법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 한편, 어디서 정식 콘텐츠를 볼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침해 자체를 기술적으로 예방할 수는 있다. DRM 같은 기술을 통해 유출을 막는 것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기술은 결국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준다. 전용 앱이나 액티브X 등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회는 단순히 기술로 차단하는 방법보다는 해외 침해 사례에 대한 조직적인 대응과 함께 저작자를 알리고 해외에서 콘텐츠를 적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저작권해외진흥협회
현판식(출처=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해외진흥협회 현판식(출처=문화체육관광부)

권정혁 부사장은 "레진엔터테인먼트는 레진코믹스 등의 국내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해외 진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회사다. 국내 콘텐츠가 해외에서 제값을 받고 유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에서는 콘텐츠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가 앞으로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해야 하는 만큼, 국내에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저작권해외진흥협회를 통해 콘텐츠 저작권 침해 현황을 알리고, 많은 콘텐츠 기업이 참여해 공동 전략을 펼치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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