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학교, 새학기 접한 자녀에게 권할 책 'The Hundred Dresses'
[IT동아]
학창 시절, 새학기를 보내며 설렘보다는 두려움, 기대보다는 아픈 상처가 먼저 떠오르는 과거가 있나요? 과거 기억 속에 아직 치유하지 못한 상처가 있거나, 혹은 지금 현실에서 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제목은
이 작품은 작가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마음 한구석에 어린시절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지난 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자신과, 또 현재 어디에선가 비열한 따돌림(왕따)에 맞설 용기가 필요한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매디(Maddie)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집안도 좋아서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인 페기(Peggy). 페기의 단짝친구지만 매디는 정작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평범한 소녀입니다. 그들의 반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소녀 완다(Wanda)가 있는데, 폴란드에서 온 이민자의 딸로, 마을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서 동생과 등하교를 합니다. 반 아이들은 평소에는 완다에게 관심도 없는데, 간혹 완다의 폴란드식 이름의 성인 '페트론스키(Petronski)'를 우스꽝스럽게 부른다거나, 항상 똑같이 입고 다니는 완다의 낡은 원피스를 놀리곤 합니다. 그런 일은 주로 페기가 주도하는데, 매디는 그럴 때마다 그게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반 아이들의 지지를 받는 페기에게 미움을 받거나 절교를 당할까봐 두려워 방관하게 됩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는 창의 디자인을 발휘하는 미술대회를 열었고, 페기가 우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는 가운데 드디어 발표날이 되었습니다. 발표날 며칠 전부터 완다는 결석을 계속 했고, 여느 때와 같이 아무도 완다의 결석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우승자는 놀랍게도 완다! 그 놀라운 결과의 원인은 책을 읽는 재미를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매디의 내적인 갈등은 우리들의 경험을 대변합니다.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비겁하게 놀리거나 따돌림을 주도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머리나 글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하지 말라고 막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나요? 나보다 그들이 주류거나, '갑'의 위치에 있을 때 그들의 비겁함을, 부당함에 맞설 용기를 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는 저항하면서도 현실의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옆에 서있을 뿐일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약자가 아닌 비겁한 자들의 옆에서 그 사태를 묵과하면서 말이죠.
작품 속 매디 역시 그랬습니다. 페기에게 미움받을까봐, 절친에서 밀려날까봐, 주류인 다른 친구들에게 애써 감추고 있는 자신의 어려운 집안 사정이나 물려받은 옷이 완다 대신 놀림의 대상일 될까봐 그녀는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다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합니다.
다행히도 페기 역시 뼛속까지 나쁜 심보의 아이는 아니어서 매디와 함께 완다에게 사과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완다의 소식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완다가 살던 마을로 찾아가 봤지만 이미 아무도 살지 않았고, 할 수 없이 페기와 매디는 완다에게 사과 편지를 써서 완다가 전학 간 학교로 보냅니다.
'사과'라는 것. 과연 무슨 뜻일까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상대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행위와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행위 자체일 경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사과를 하면 모든 걸 용서받거나 없던 일로 돌이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잠자리에 들기 전 고민하는 매디는 깊은 생각 끝에 드디어 결론을 내립니다. '다시는 잘못된 행위가 벌어질 때 방관하며 침묵하지 않겠다고'
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아래의 글처럼, 이렇게 끝납니다. 일전에 매디와 페기가 사과 편지는 돌고돌아 완다에게 결국 전달됐고, 완다는 매디와 페기에게 예쁜 원피스 그림을 그린 답편지를 각각 보냅니다. 그 편지를 읽고 결국 눈물을 흘리는 매디. 완다의 그림 속에서 예쁜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바로 매디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완다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친구들 무리 속으로 들어오고 싶어했는지,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했는지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떠한 교훈의 글도 써있지 않지만 참 긴 여운을 남깁니다.
사실 글밥만으로 읽는다면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도 영어독서에 익숙한 친구라면 능히 읽을 수 있을 수준입니다. 하지만 독서는 '글의 양'으로 좌우되는 게 아닌 만큼, 중고등학생들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님들과 선생님들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글 / 이수정 (yourmonica@naver.com)
어린이 영어교육에 필요한 올바른 교수법을 전달하는 '모니카영어교육연구소(www.monicaenglish.com)'를 운영하고 있으며, 입시와 시험 위주가 아닌 아닌 소통하는 영어 교육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외 크고 작은 교육 봉사나 재능기부 특강 등을 주최, 참여하는 등 활발한 교육 활동을 벌이며, 영어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