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비디오 게임기로 바꿔준다? 윈도우10 게임모드
[IT동아 강일용 기자] PC와 비디오 게임기는 둘 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 사실 PC 사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PC를 고성능 게임기 정도로 여기고 있는게 사실이다. 인터넷, 문서 작성, 사무 처리 등 우리가 PC로 처리하는 일반적인 작업은 저사양 PC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고사양 PC를 찾는 이유 대부분이 게임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다양한 방식으로 게이머들을 위한 지원을 해왔다. 뛰어난 3D 그래픽을 처리할 수 있도록 API 묶음인 다이렉트X를 개발했고, 윈도우에 게임 콘트롤러를 연결하면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아도 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엑스박스 게임허브와 같이 PC에 설치된 게임을 관리하고 엑스박스 라이브를 이용하는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라는 정책을 발표해 윈도우10 및 PC를 이용하는 게이머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란 특정 게임을 엑스박스 라이브 또는 윈도우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콘텐츠 형태로 구매하면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 원과 윈도우10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를 지원하는 게임이며, 윈도우10 게임모드에서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포르자 호라이즌3>
여기서 멈추지 않고 MS는 새로운 게이머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바로 '윈도우10 게임모드'다.
윈도우10 게임모드란 게임 외에 불필요한 작업을 최소화해(kill process) PC의 모든 성능이 게임을 실행하는데 이용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MS는 윈도우10 게임모드를 실행하면 윈도우10이 CPU와 GPU의 성능을 실행 중인 게임에 집중 배치하고, 그외 성능 자원의 운영도 자동으로 최적화한다고 밝혔다.
<윈도우10
게임모드는 윈도우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 이후 설정 > 게이밍에서 활성화시킬 수 있다>
PC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기기가 아니라 설치된 프로그램에 맞춰 용도가 변하는 범용 기기다. 그런데 용도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설치할 수록 특정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성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설치된 프로그램이 CPU, GPU, 메모리 등에 상주하며 성능의 일부를 축내기 때문이다.
윈도우10 게임모드는 이렇게 성능을 축내는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강제로 정지시켜서,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은 순정 PC에서 게임을 실행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준다. 윈도우10 게임모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PC를 기기의 모든 성능을 게임을 실행하는데 이용하는 비디오게임기처럼 바꿔주는 것이다.
윈도우10 게임모드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뭘까? 일단 다중 코어로 구성된 CPU의 경우 전체 CPU 코어 가운데 3/4 정도를 게임을 실행하는데 강제로 할당해준다. 운영체제 실행을 위해 필수적인 1/4을 제외한 모든 CPU 코어가 게임에 할당되는 것이다. 이는 8코어로 구성된 CPU 기준이며, 10~12코어로 구성된 CPU일 경우 게임에 할당되는 코어수는 그만큼 더 늘어난다.
GPU의 경우 윈도우10이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구현하는데 이용하는 GPU 성능마저 빼앗아 이를 게임을 실행하는데 강제로 할당해준다.
또,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을 경우 빠른 실행을 위해 메모리 내에서 프로세스 경쟁이 이뤄지는데, 이 경쟁에서 현재 실행 중인 게임이 최우선을 차지하도록 설정해준다. 즉, 게임과 함께 웹 브라우저나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우 해당 프로그램으로 메모리 성능 할당이 이뤄지지 않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MS는 윈도우10 게임모드를 통해 3D 게임의 평균 프레임레이트(1초에 보여지는 프레임의 수)를 2~5%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평균 60프레임을 평균 62~63 프레임 정도로 향상시켜준다는 뜻. 또, 최소 프레임이 급격히 저하되는 현상도 줄여준다. 얼핏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기능 같지만, 단지 윈도우10 게임 모드를 켜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PC 게이머들에게 제법 기대를 받고 있다.
윈도우10 게임모드는 기존 설치형 게임(WIN 32, exe 형태로 실행되는 게임을 뜻한다)보다 UWP(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 윈도우 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 또는 게임을 말한다)용으로 제작된 게임에서 더 높은 효율을 발휘한다. MS는 기존 게임에선 별 다른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프레임 레이트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윈도우10 게임모드가 기존 게임이 게임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이용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감지하지 못해 이를 강제로 정지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윈도우10 게임모드는 윈도우10 설정 > 게이밍 메뉴 > 게임모드에서 활성화시킬 수 있다. 특정 게임에서만 윈도우10 게임모드를 이용하고 싶다면 해당 게임을 실행한 후 윈도우 키 + G 키를 눌러 게임 바를 불러낸 후 설정 > 일반 > 게임모드에 들어가 '이 게임에서 게임모드 활성화시키기(Use Game Mode for this game)'를 체크하면 된다.
<특정
게임에 윈도우10 게임모드를 적용하고 싶다면 특정 게임 실행 도중 게임 바(윈도우 키 + G 키)를 불러낸 후 설정에 들어가면 된다>
윈도우10 게임모드는 오는 4월 윈도우10 크리에이터 업데이트와 함께 제공된다. MS는 게이머를 위해 윈도우10 게임모드뿐만 아니라 증강현실 기기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