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는 얼마나 더 얇아질 수 있을까?
[IT동아 이상우 기자] TV의 상징과도 같던 배불뚝이 CRT 디스플레이(흔히 '브라운관'이라고도 부른다)가 LCD로 바뀐 이후, TV는 과거보다 더 얇고 가벼워졌다. CRT는 내부에서 전자총을 쏴서 화면을 표시하는 구조라, 충분한 내부 공간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부피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LCD는 화면 전면에 부착된 얇은 액정 패널을 이용해 색을 표현하고, 여기에 빛을 내는 후방 조명과 영상 정보를 처리해주는 AD보드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더 얇게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LCD TV가 OLED TV로 세대가 교체될수록 화면 두께는 더 엷아진다. 자체적으로 색상과 빛을 모두 내는 OLED 패널의 특성 때문에 후방 조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널이 아무리 얇아지더라도 전체 부피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AD보드는 물론, 전파 수신을 위한 TV 튜너, HDMI 등 입출력 인터페이스, 전원 장치, 냉각 장치, 스피커 등 갖춰야 할 부품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TV가 더 얇아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디자인에 관한 '상식'의 틀을 깬다면 충분히 더 얇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노트북의 화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니터보다 더 얇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패널 뒤에 모든 부품을 넣어야 하는 기존 모니터의 디자인 대신, 노트북 본체에 주요 부품을 모두 넣고 화면과 이를 케이블 몇 가닥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자인을 노트북뿐만 아니라 거실의 TV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미 올해 초에는 두께가 3mm도 안되는 TV도 시장에 공개됐다. 앞서 말했듯이, 패널이 아무리 얇아져도 다른 부품 때문에 일정 수준의 두께는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TV는 AD보드, 입출력 인터페이스, 스피커 등의 부품을 모두 별도의 본체에 두고, 화면과 본체를 케이블로 연결했다.
화면은 OLED 패널을 사용해 별도의 후방 조명이 필요 없으며, AD보드나 스피커 같은 각종 부품도 모두 별도의 본체에 부착돼 있기 때문에 화면을 구성하는 부품은 OLED 패널과 프레임뿐이다. 즉 패널 얇은 만큼 화면 전체 두께도 얇게 제작할 수 있다.
TV가 얇아진 만큼 거실도 한층 깔끔하게 만들 수 있다. 벽에 액자를 걸듯 TV를 걸면 되고, 본체는 사운드바 처럼 TV 아래에 놓기만 하면 된다. 또, 화면을 70인치 이상으로 크게 제작하더라도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큼 벽걸이 형태로 사용하기 용이하다.
이러한 형태의 TV는 디지털사이니지로도 유용하다. 두께가 얇은 만큼 이미 완성된 건물에도 공간을 딱히 고려하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디스플레이를 부착할 수 있다. 또 양면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디스플레이와 비교해서 아주 얇기 때문에 패널을 양쪽에 붙여도 큰 위화감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열렸던 한국 전자전에서 LG전자는 이러한 형태의 양면 OLED 디지털사이니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벽에 설치하던 디지털사이니지를 전시물처럼 세워두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화면을 보여줄 수도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