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 다리 뻗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로캣 소바
[IT동아 강형석 기자] 간혹 귀차니즘이 폭발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게임은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똑바로 응시하며 즐기라 말한다. 침대 위나 소파 위에서 편하게 즐기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무선이 아니고서야 먼 거리에서의 조작은 불가능하니까. 설령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가 준비되어도 문제는 있다. 따로 조작해야 하니까 받침대 없이는 즐길 수 없다. 여기에 무선 특유의 지연 시간도 걸림돌.
콘솔 게임기에 쓰는 컨트롤러를 쓰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몇몇 패키지 게임은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해 PC를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느낌으로 다루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나 격렬한 게임에는 역시 키보드와 마우스가 제격이라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유선의 즉각적인 반응과 무선에 버금가는 편리함. 여기에 어떤 형태로든 즐길 수 있는 키보드가 있다면? 독일 게이밍 기어 브랜드 로캣(ROCCAT)이 해냈다. 소바(SOVA)가 그것인데, 이름만 보면 메밀국수가 떠오르지만, 북유럽 감성으로 접근하면 올빼미라는 뜻도 있다. 밤 세워 게임을 즐기라는 의미인 것일까? 다른 의미일 수 있지만 이쪽이 더 가까운 것 같다.
키보드 + 마우스 패드의 독특한 조합
흥미롭다. 키보드와 마우스 패드가 합쳐진 이 구성이 말이다.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이런 형태를 랩보드(Lapboard)라고 부른단다. 게임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니 게이밍 랩보드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기본적인 제품 크기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풀 사이즈 키보드가 아닌 우측 숫자키가 빠진 텐키리스(10 Key Less) 형태이니 로캣에서도 최적의 크기와 구성을 갖추고자 고민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로캣 소바의 크기는 폭 646mm, 높이 280mm, 두께 37mm다. 무게는 2,350g.
구성은 간단하다. 키보드와 마우스 패드가 합쳐진 랩보드와 함께 엄청난 길이의 케이블, 마우스의 케이블을 고정하기 위한 번지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덩치는 조금 크지만 게임을 즐길 때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 키보드를 다룰 때 팔목이 닿는 팜레스트 부분도 여유롭게 확보해 두었고, 마우스 패드 영역도 다루기에 문제 없는 수준이다. 재질의 마감도 뛰어나 만족감을 높였다.
랩보드 후면을 보면 중앙이 갈라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곳에 마우스 케이블을 고정하는 번지를 고정하면 된다. 또한 후면에 USB 단자 2개가 마련되어 있어 마우스와 헤드셋 또는 기타 USB 기기를 연결하도록 구성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재질의 지지대(메모리 폼)를 4개 장착했다. 바닥에 놓고 사용하는 것은 물론, 무릎 위에 올려 사용해도 된다. 이 장치를 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지지대 없이 무릎에 올려두면 기기가 눌리는 힘에 다소 불편함이 느껴졌는데, 메모리 폼을 장착한 상태에서 쓰면 이 부담이 조금 더 낮아진다.
메모리 폼은 분리도 된다. 고정 클립만 들어내면 쉽게 떨어진다. 위치에 따라 클립 위치도 다르므로 탈부착 시 신경 쓸 필요는 있지만, 구성 자체가 단순해서 어려운 수준까지는 아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암레스트와 마우스 패드 부분도 분리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추후 이 제품을 위한 액세서리를 고려하지 않았나 예상해 본다. 하지만 당장 관련 액세서리가 없다는 부분이 못내 아쉽다. 이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깔끔한 맛에 소음이 적은 갈축 채택
로캣 소바는 일반형(멤브레인)과 기계식으로 제공된다. 현재 리뷰에 쓰인 제품은 기계식 키보드로 갈축(넌클릭)을 사용한다. 갈축은 흔히 키를 입력할 때의 소음은 낮고 가볍게 눌러도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계식 특유의 맛은 조금 덜하지만 빠른 반응과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는 덜었다. 이 제품 역시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스위치는 TTC에서 생산한 것을 쓴다. 구성 자체는 잘 알려진 체리와 흡사한 형태로 추정된다. 감각은 100% 동일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맛을 보기에 부족함 없어 보인다. 키 압력은 55g±15g, 키 입력 가능한 압력은 45g±15g인데 대체로 만족스러운 제원이다.
게이밍 키보드이기에 키 설정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로캣 스웜(SWARM)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사용자 취향에 맞춰 키 입력 설정이 가능하다. 사운드/LED 피드백이나 문자 반복 속도 등도 설정하게 만들었다. 이 외에 펌웨어나 소프트웨어(드라이버) 업데이트도 제공된다.
특정 키에 기능을 적용하는 메뉴도 있다. 새로운 매크로를 지정해도 된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멀티미디어(재생/정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기능이 F키에 주로 지정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 다른 키에도 입력해 써도 된다.
매크로 지정은 창 하단에 있는 매크로 매니저(Macro Manager)에서 지정하면 된다. 게임에 맞춰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주로 즐기는 게임 항목을 선택한 다음, 자주 행하는 기능을 입력해 두고 불러오는 방식이다. 그러나 때로 해당 기능이 부정행위로 인지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사전에 참고할 필요는 있다.
이 외에도 키마다 LED 기능을 설정하는 참신함도 갖췄다. LED가 숨쉬는 것처럼 점등되는 모드(Breathing)부터 맥박 뛰는 듯한 느낌도 줄 수 있고, 깜박이는 형태로도 지정해도 된다. 기본 설정은 8가지가 제공되는데 취향에 따라 속도나 밝기 등을 조절하는 식으로 변경 가능하다.
편한 자세로 게임을 즐기자~
로캣 소바의 장점은 책상 위나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자연스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소프트웨어 지원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케이블 길이가 최대 4m에 달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준다. 단순히 케이블만 긴 것이 아니라 USB 연결 2개를 통해 마우스와 헤드셋을 멀리서도 쓸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아쉽다기 보다는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들이 많다. 먼저 키보드의 키 배치가 어색하다. 우측 하단 방향키가 있는 부분 주변 때문인데 상하좌우 키 주변으로 엔드(End)와 페이지 다운(Pg Down) 키 등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알트(Alt), 기능(FN), 컨트롤(Ctrl) 키 구성으로 이 같은 유형의 키보드를 처음 접하거나 익숙해지기 전까지 난감한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마우스 패드는 약간 거칠게 만들어져 있는데, 부드러운 패드를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호환 액세서리가 없다는 점은 로캣이 풀어야 할 숙제라 하겠다.
이 랩보드의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25만 원 가량이다. 기계식 키보드(갈축)와 마우스 패드 올인원 형태라는 점을 감안해도 약간 고개가 갸웃해질 정도의 고가이긴 하지만 '목적이 뚜렷한' 소비자가 사용한다면 만족도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