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서 맥북으로 이전, 타임머신 없이 해볼까?
[IT동아 김태우 기자] 맥에는 '타임머신'이라는 백업 기능이 있습니다. 과거 윈도우를 쓰다가 맥으로 넘어오면서 감탄했던 기능 중의 하나가 타임머신인데요. 지금의 윈도우 10은 과거보다 백업 기능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타임머신은 훨씬 쉽게 맥의 모든 데이터를 백업해 줍니다. 게다가 나스(NAS) 등을 사용해 와이파이 연결만으로 자동 백업을 구현할 수 있어 사용자는 매번 백업에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타임머신이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부분은 바로 새로운 아이맥이나 맥북을 구매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새 기기로 각종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데, 타임머신을 쓰면 설정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와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이 고스란히 옮겨 주기 때문에 기기가 새것이 되었을 뿐이지 사용 환경은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저도 몇 년 동안 타임머신을 이용해 백업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 새 맥북을 구매하면서, 타임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이전을 시도해 봤습니다.
타임머신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
타임머신을 사용하면 아주 쉽게 쌍둥이 맥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2가지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일단 새로 산 맥북의 저장 용량이 기존 맥북보다 작았습니다. 급하게 맥북을 구매하다 보니 사양이 다소 낮은 모델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기존은 512GB였다면, 지금은 256GB를 씁니다. 타임머신 백업 용량을 절반으로 낮춰야 하는데, 일일이 파일을 정리하는 건 너무 시간 낭비였습니다. 게다가 타임머신 백업 파일이 클수록 복원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됩니다. 복원하는 동안은 기기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불필요한 파일이 몇 년 동안 쌓여 왔다는 점입니다. 맥도 윈도우처럼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되는 설정, 캐쉬 데이터를 따로 삭제하지 않으면 계속 남아 있게 됩니다. 물론 전용 애플리케이션 제거 도구를 사용하면 관련 파일을 함께 삭제할 수 있긴 합니다만, 그냥 제거한 적이 많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타임머신에 백업이 되는데요. 지난 몇 년 동안 한번도 이를 정리한 적이 없습니다. 불필요한 파일이 엄청나게 누적된 상황입니다.
핵심은 클라우드
타임머신을 사용하지 않아도 맥북에서 맥북으로 좀 더 수월하게 이전할 수 있었던 건 클라우드의 도움이 컸습니다. 요즘은 많은 서비스가 클라우드를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굳이 데이터를 백업해 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넷만 되면 클라우드에서 해당 데이터를 가져와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아이클라우드와 드롭박스를 사용합니다. 맥용 문서 작업 애플리케이션인 '페이지'는 기본 저장소가 아이클라우드입니다. 그 외 다양한 맥용 애플리케이션이 아이클라우드를 지원하고 있어 해당 데이터를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맥OS 시에라로 넘어오면서 바뀐 점 중의 하나인 '바탕화면'과 '도큐먼트'가 아이클라우드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 최종 결과물을 아이클라우드에 쉽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드롭박스는 각종 자료와 아이클라우드를 지원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에버노트를 사용해 다양한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외장 하드로 직접 백업을 해야 하는 데이터는 영상과 사진 작업과 관련된 파일뿐이었습니다. 이 데이터는 맥북의 저장 공간 부족으로 타임머신 백업과 상관없이 한 번씩 해줘야 했던 일입니다. 즉, 대부분 데이터는 이미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있다 보니, 이번 이전 과정에서 직접 해줘야 했던 백업은 영상, 사진 데이터뿐이었습니다.
약간의 번거로움
일단 초기 맥북 세팅이 끝나면 아이클라우드가 활성화됩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아이클라우드에 보관된 데이터는 바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후 한영 단축키를 변경했습니다. 맥OS 10.12 시에라의 기본 한영 단축키는 control + space입니다. 저는 command + space에 익숙하다 보니 시스템 설정에서 단축키를 다시 설정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타임머신을 사용하면 앞서 언급한 단축키 같은 환경 설정뿐만 아니라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까지 완벽하게 옮겨줍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타임머신을 이용하지 않다보니 일일이 새로 설치를 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맥 앱스토어에 구매 목록이 있어 웹사이트를 헤맬 필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몇 개는 온라인에서 직접 받기도 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몇몇 서비스 로그인을 해주니 모든 세팅은 끝이 났습니다. 타임머신 복원은 백업 용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서너 시간씩 걸리게 마련입니다. 복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맥북을 쓸 수 없으므로 기다려야 합니다. 무척 지리한 시간이 아닐 수 없는데요.
타임머신을 쓰지 않으니 다소 번거로움은 있지만, 오히려 세팅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훨씬 짧았습니다. 클라우드는 백그라운드에서 데이터를 맥북으로 내려받아 주기 때문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설치 후 바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사용 습관
몇 년 동안 맥북 백업은 무조건 타임머신을 이용해 왔습니다. 종일 밖에서 작업하더라도 집에 들어와 맥북을 켜기만 하면 와이파이에 연결되고 자동으로 백업이 되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별다른 신경 쓸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느린 백업 속도, 누적된 불필요한 파일 등으로 새로운 맥북에 데이터를 복원할 때마다 개운한 맛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타임머신 없이 새로운 맥북 세팅을 해보면서 느꼈던 부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용 환경이 어느새 클라우드 중심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메일, 주소록, 사진, 일정, 노트, 할 일 목록, 아이디와 비밀번호, 즐겨 찾기 등은 아이클라우드가 보관해 줍니다. 맥북이나 아이폰을 잃어버려 주소록이 사라질까 봐 걱정한 적이 없습니다. 파일의 저장 위치는 항상 드롭박스가 1순위입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타임머신 백업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사용 습관은 다르긴 하지만 영상, 사진 등이 아닌 문서 같은 가벼운 작업 위주의 사용자라면, 클라우드 활용이 좀 더 가볍게 맥북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