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지털 암실의 완성, 벤큐 SW2700PT 아이케어
[IT동아 강형석 기자] TV, 모니터는 물론이고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등 여러 기기에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필수로 탑재된다. 이렇게 디스플레이는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과정에 있어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디스플레이를 만들다 보니 같은 액정이라도 느껴지는 색감이나 선명도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정확하면서도 일관된 색 표현이 필요한 전문가들에게는 이런 디스플레이들이 독이다. 때문에 전문가용 디스플레이가 존재했고 액정 디스플레이 시대가 되어서도 이들을 위한 제품은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전문가용 모니터는 정확도가 장점이지만 반대로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업무에 빠르게 대응할수록 색 정확도가 높을수록 가격은 상승한다. 해상도와 크기에 따른 비용 상승은 기본.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심하게는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다.
반대로 이런 모니터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는 꾸준히 늘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DSLR 또는 고성능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색에 대한 기준이 다른 일반 모니터에서 그들만의 표현의 자유를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쉽게 접근 가능한 가격대와 합당한 성능을 갖춘 전문가용 모니터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영향이 적지 않다.
벤큐 SW2700PT는 이런 요구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 약 79만 9,0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 이 모니터는 전문가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는 물론, 하이 아마추어나 정확한 색상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환경에 종사하는 소비자를 위한 성능과 기능을 갖췄다.
다양한 기능과 확장성 돋보여
벤큐 SW2700PT는 27인치 모니터로 전문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여기서 전문가라고 하면 게이머나 일반 문서작업 환경이 아니라 사진영상 또는 그래픽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정확한 색을 구현해 수입을 내는 상업(프로)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이들을 위한 다양한 기능과 기술이 담겨 있다. 이 시장은 사실 에이조(EIZO)가 독보적인데, 제대로 된 제품은 가격이 높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기업이나 개인이라면 이 제품에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2/3 또는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광색역 모니터를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디자인은 여느 모니터들과 다를 것이 없으나 주변 빛에 의한 색 왜곡을 최소화하고자 차단막을 제공하는 점이 돋보인다. 이미지는 차단막을 설치한 상태이니 참고하자. 이를 설치하지 않으면 일반 모니터와 완전 동일하다.
차단막 장착은 어렵지 않다. 먼저 모니터 양 측면에 끼울 차단막과 각 부위에 맞는 상판을 미리 끼워 둔다. 이후 측면 홈에 맞춰 조립해 둔 차단막을 조립한다. 이 상태가 되면 가운데 공간이 남는데, 이 때 마지막 하나 남은 상판을 끼우면 된다. 이 부분만 이해하면 조립에 1분 남짓이면 된다.
전문가용 모니터이니 다양한 사용 환경에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모니터의 각도를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Swivel)부터 화면을 90도 꺾을 수 있는 피벗(Pivot) 기능까지 제공한다. 조금만 힘을 주면 쉽게 돌릴 수 있는 수준이므로 조작에 어려움은 없다.
이 외에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엘리베이션 기능도 제공한다. 모니터 지지대 측면에는 가늠자가 있는데, 사용자에게 맞는 높이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높낮이 조절이 어렵다면 어쩔 수 없이 받침대를 쓰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다양한 영상 출력장치에 대응하는 것도 벤큐 SW2700PT의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DVI와 HDMI는 제공하는 것은 물론 디스플레이포트(DP)도 품었다. 그 옆에는 측면 USB 단자와 카드 리더기를 쓸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USB 단자가 있다. 시중에 흔히 있는 C 방식 또는 마이크로 USB 방식이 아닌 프린터에 쓰이는 B 타입 단자를 쓴다는 점이 다르다.
DVI 단자 옆에는 스테레오 출력 단자, 좌측 끝에는 미니 USB 규격의 단자가 있다. 이 단자에는 패키지에 함께 제공되는 OSD 컨트롤러를 연결하면 된다. 모니터 하단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이 컨트롤러를 쓰면 OSD 설정이 가능하다. 또한 보기 좋게 지지대에 올려두는 것도 가능하다.
모니터 우측 하단에는 색상과 주요 기능 등을 설정할 수 있는 OSD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전원 버튼도 여기에 탑재됐다. 메뉴 이동이나 결정/취소 등은 함께 제공되는 유선 OSD 컨트롤러로도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 때문에 실제로는 전원만 켜고 끄는 정도의 역할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분한 발색, 다양한 컬러모드 지원 돋보여
벤큐 SW2700PT의 핵심은 어도비 RGB 99% 영역을 지원과 14비트 3D 룩 업 테이블(Look Up Table)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10비트 색상 및 하드웨어 교정(캘리브레이션) 지원 등도 지원한다. 전문가를 위한 기능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다. 패널 또한 IPS를 채택해 만족도를 높이고자 했다.
실제로 확인해 보니 기자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색감이나 밝기는 만족스러웠다. 많은 IPS 패널 기반의 디스플레이와 에이조 제품 일부를 체험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에이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느 IPS 모니터 대비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이다. 이 제품은 다양한 색상 모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취향에 따라 변경 가능한 요소들이 많다.
시야각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다. 모니터를 선택하는 소비자 대다수가 1인 사용 환경이겠지만 혹시나 여럿이 디스플레이를 감상한다 가정해도 문제의 소지는 없다.
sRGB 색상 모드를 설정한 뒤 어도비 라이트룸을 사용해 사진을 편집해 봤다. 샘플 이미지는 지난 11월, 부산에서 개최됐던 지스타 행사를 촬영한 것이다. 위 이미지로는 파악하기 어렵겠지만 실제 느낌은 여느 전문가용 모니터와 비교해도 아쉬움 없는 수준이다. 명암의 표현이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발색으로 편집에 어려움이 없었다.
제대로 된 색 영역을 사용하고 싶다면 가급적 10비트 지원 그래픽카드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엔비디아 쿼드로나 AMD 파이어프로 같은 그래픽카드가 이를 지원한다. 또한 넓어지는 대역폭으로 인해 DVI가 아닌 HDMI 또는 디스플레이포트를 사용해야 한다. 대체로 고가이지만 이미지 작업 위주라면 저가에 거래되는 전문가용 그래픽카드가 있으므로 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꼭 수백만 원에 달하는 그래픽카드를 쓸 필요가 없다.
해상도는 QHD, 2,560 x 1,440이다. 27인치 면적이니 109ppi(인치당 픽셀 집적도)에 달한다. 4K급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가격이 더 상승했을 것이다.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라고 보면 되겠다. 기자가 소니 A7S (1,200만 화소)로 촬영한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불러오니 33.3% 비율로 편집 화면이 나타났다.
이는 우측에 있는 메뉴 창들의 영향도 있다. 만약 모니터 두 대를 쓰는 환경일 경우, 이 메뉴 창을 다른 모니터로 이동시키면 더 넓은 화면을 쓸 수 있다.
벤큐 SW2700PT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다양한 색상 모드다. 일반 모니터들이 제공하는 영화, 게임, 문서 이런 수준이 아니라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색상 표준에 대응한다. 어도비(Adobe) RGB부터 sRGB, Rec. 709(국제전기통신연합이 권장하는 HDTV용 규격), DCI-P3(미국필름산업이 권장하는 디지털 영화 색영역 규격), 사진(Photo), 흑백(B+W)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아이케어(Eye-Care) 기술을 위한 청색광 차단(로우 블루 라이트) 기능, 사용자 입맛에 따라 밝기와 명암, 감마 값을 조절해 저장하는 개인 설정 모드 2개도 제공한다. 스파이더 시리즈나 i1 디스플레이 프로 같은 교정 기기를 활용한 결과값을 저장하는 메뉴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지가 넓은 것이 장점이다.
디지털 암실, 가까이 왔다
보기 좋은 것과 좋은 것을 보는 것은 다를 것이다. 일반 모니터들은 보기 좋은 것이라고 한다면 벤큐 SW2700PT는 좋은 것을 보는 듯한 인상이다. 기본 설정에서도 실제 촬영한 예상치에 근접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으며, 교정이 더해지면 최대한 정확한 색상 영역을 활용해 원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10비트 색상 표현 능력과 함께 어도비 RGB 99%, 2.0 이하의 델타-E 수치, 교정 소프트웨어(팔레트 마스터) 제공을 통한 높은 완성도 등은 이 모니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들이라 하겠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측면 카드 슬롯이 그것이다. SD 카드 하나를 지원하는데, 다양한 카드를 지원하게 만들거나 이를 제외하고 가격을 조금 더 낮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카메라들이 SD 카드를 쓰지만 일부 컴팩트 플래시(CF)나 XQD, C-Fast 등을 쓰는 카메라라면 이 슬롯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벤큐 SW2700PT의 매력적인 부분은 가격이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8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다. 물론 동일한 크기와 해상도의 모니터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나 이와 동일한 색 정확도와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고가의 타 브랜드 모니터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비슷한 성능을 누릴 수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