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숙한 도전자, WD 그린 / 블루 SSD

[IT동아 김영우 기자] PC의 성능 향상에 아주 도움이 되는 건 알지만 너무 비싸서 손에 넣기 힘들었던 것이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변했다. 여전히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비해 비싼 건 사실이지만 예전처럼 황당하게 비싸진 않다. 5만원대에 120GB, 10만원 대에 250GB 용량의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중화가 활발하다.

저장장치 시장의 변혁기에 발맞춰 기존의 HDD 업체들도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웨스턴디지털(이하 WD)다. HDD 시장의 대표주자였던 WD는 올해초 SSD 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하고 최근에는 WD 브랜드의 SSD를 내놓았다. HDD 시장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SSD 시장까지 이어가고자 하는 WD의 야심작, WD 블루(BLUE) SSD와 WD 그린(GREEN) SSD의 면모를 살펴보자.

WD HDD의 컬러마케팅, SSD에도 동일하게 적용

새로 나온 WD SSD는 기존의 WD HDD의 제품명과 유사하다. WD HDD의 경우, 그린이 보급형, 블루가 일반형, 그리고 블랙이 고급형이다. 이번에 나온 WD SSD 역시 그린과 블루 모델로 나왔으며, 위치는 동일 제품명의 HDD제품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향후 WD SSD 역시 블랙 같은 고급형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WD 그린과 블루 SSD 모두 2.5인치 규격과 M.2 규격(길이 8cm)의 두가지 크기로 출시된다. 내부적으로는 모두 SATA3(6Gbps)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2.5인치 모델은 일반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M.2 모델은 슬림형 노트북에 주로 쓰인다. 이번 리뷰에선 2.5인치 모델을 이용했다.

그린 제품도 성능 수치는 수준급

그린과 블루 제품은 용량에 차이가 있다. 그린 모델은 120GB, 240GB의 두가지 용량, 블루 제품은 250GB, 500GB, 1TB의 세가지 용량으로 팔린다. 가격은 2016년 1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그린 모델이 5만 5,000원(120GB) ~ 8만 6,000원(240GB), 블루 모델이 9만 6,000원(250GB) ~ 34만 5,000원(1TB)에 팔린다. 용량대비 가격은 그린 모델이 약간 더 저렴하다.

두 제품은 가격과 용량 외에 성능의 차이도 다소 있다. 그린 모델의 경우 최대 읽기 속도는 540MB/s, 쓰기 속도가 456MB/s(240GB 제품 기준)이며 블루 모델은 읽기 545MB/s, 쓰기 525MB/s(1TB 제품 기준)의 속도를 낸다. 읽기 속도는 비슷하지만 쓰기 속도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데, 그린 제품도 보급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상당히 고성능에 속한다.

가혹한 환경이라면 블루, 일반 이용자라면 그린

그런데 사실, 두 제품의 결정적인 차이는 성능 보다는 수명에 있다. 제조사에서 밝힌 TBW(Total Bytes Written, 수명 한계까지 쓸 수 있는 누적 용량) 기준, 그린 120GB 모델은 40 TBW, 240GB 모델은 80 TBW다. 반면 블루 모델의 경우는 250GB 모델이 100 TBW, 500GB 모델이 200 TBW, 1TB 모델이 400 TBW에 이른다.

특히 WD 블루 SSD 1TB 모델의 경우는 매일 80GB의 용량을 쓰는 대단히 가혹한 상황에서도 14년 정도를 고장 없이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린 제품의 경우는 저 정도는 아니지만, 하루에 20GB 정도를 쓰는 일상적인 환경이라면 10년 이상(240GB 제품 기준)의 제품 수명을 기대할 수 있으니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일반인이라면 그린 제품, 전문가나 마니아라면 블루 제품을 권한다.

참고로 시중에 팔리는 대부분의 SSD는 값이 비싼 대신 내구성이 높다고 알려진 MLC(Multi Level Cell) 방식과 저렴한 대신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낮다고 알려진 TLC(Triple Level Cell) 방식 중 하나다. WD 그린 및 블루 SSD 모두 TLC 방식의 제품인데, WD 그린 제품의 경우는 TLC 제품으로선 수명이 긴 편이고 블루 제품은 MLC 제품과 비교해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수명을 보장한다는 점을 WD는 강조한다. A/S 기간은 업계 평균 수준인 3년을 제공한다.

데이터 복제용, 성능 관리용 등 충실한 소프트웨어 지원

그리고 사용자의 PC에 WD SSD를 추가한 후, 기존의 HDD에 담겼던 각종 데이터(운영체제, 응용 프로그램, 보관용 파일 등)을 그대로 새 SSD에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제공한다. WD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 WD 에디션(Acronis True Image WD Edition)이 그것이다. 이는 본래 WD의 HDD를 위한 것이었으나 WD SSD를 탑재한 시스템에서도 구동한다. 새 SSD에 또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각종 파일을 복사하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기존 PC의 환경을 그대로 새 SSD에 옮길 수 있다.

그 외에 WD SSD 대시보드(WD SSD Dashboard) 역시 WD에서 무료 제공하는 유용한 소프트웨어다. 이를 통해 시스템에 탑재된 SSD의 상태 모니터링(온도, 수명, 연결상태 등), 성능 최적화(TRIM), 관리도구(펌웨어 업데이트, 초기화 등) 등의 기능을 쓸 수 있다. WD SSD 이용자라면 되도록 설치해 두는 것이 좋겠다.

성능 측정 해보니

리뷰에 이용한 제품은 앞서 말한 대로 2.5 인치 크기의 SATA3 인터페이스 기반 제품이다. 일부 슬림형 노트북을 제외한 시중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데스크탑이나 노트북과 호환이 되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코어 i7-6700K CPU와 에이수스 막시무스 VIII 레인저 메인보드 기반의 윈도우10 64비트 데스크탑 PC를 이용했다.

SSD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데 유용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앤빌 스토리지 유틸리티(Anvil’s Storage Utilities)를 이용, WD 그린 SSD(120GB)와 블루 SSD(250GB)의 성능을 가늠해봤다.

측정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순차(Seq) 쓰기 속도가 그린(390.10MB/s) 보다 블루(492.78MB/s)가 더 우수한 건 예상 했지만, 순차 읽기 속도 면에선 그린(524.32MB/s)이 블루(397.21MB/s) 보다 우수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메인보드의 종류 및 운영체제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이해하자. 아무튼 이것만 봐선 그린 제품 역시 성능이 절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역시 실질적인 체감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4K 무작위(4K-QD4, QD16) 항목, 그리고 반응속도(Resp. time)의 경우는 대부분의 부문에서 WD 블루가 확연하게 우수한 수치를 나타냈다. TLC 기반 SSD지만 어지간한 MLC 기반 SSD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성능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WD 그린 및 블루 SSD 모두 장시간 성능 테스트를 하는 와중에도 발열이 거의 없었다. 두 제품 모두 전반적인 만족도 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HDD 강자 WD, SSD 시장에서도 선전 기대

HDD 전문업체라는 인상이 강했던 WD가 SSD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다소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결과물은 제법 만족스럽다. WD 그린 SSD 및 WD 블루 SSD는 성능이나 가격면에서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며, 소프트웨어 지원도 이 정도면 충실한 편이다. 실제 내구성은 긴 시점을 보면서 검증해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는 무난히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WD는 SSD 시장의 도전자 입장이지만, 결과물은 상당히 원숙하다.

그리고 샌디스크의 SSD 관련 기술과 노하우에 WD의 높은 인지도가 결합한 것은 마케팅적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WD는 HDD 시장에서 이미 그린(보급형), 블루(일반형), 블랙(고급형), 레드(NAS용), 퍼플(CCTV용) 등의 맞춤형 컬러마케팅을 해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있다. SSD 역시 같은 전략을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향후 WD SSD 사업의 방향성 역시 엿보게 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