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IT총결산] 글로벌 제조사로 살펴본 스마트폰 이모저모
[IT동아 김태우 기자]
삼성전자의 굴욕
2012년에 내놓은 갤럭시 S3는 전례 없는 주목을 받으면 삼성전자를 단숨에 스마트폰 왕좌의 자리에 올려놨다. 하지만 이후 출시된 갤럭시 S4, S5에선 약간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전열을 가다듬은 삼성전자는 2015년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갤럭시 S6 엣지, S6 엣지 플러스를 내놓으며,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갤럭시 S7과 S7 엣지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하반기에 내놓은 갤럭시 노트7은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돌풍을 예고하기도 했다. 6번째 모델이지만, S 시리즈와의 혼선을 없애기 위해 하나를 건너뛴 7이라는 숫자를 붙인 갤럭시 노트7.
하지만 갤럭시 노트7은 삼성전자에게 뼈아픈 굴욕을 안겨 준다. 배터리 폭발이 지속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시 2주만에 국내 40만 대, 해외 100만대가 이미 팔린 상황임에도 갤럭시 노트7 전량 교환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교체해준 갤럭시 노트7마저도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 결국 삼성전자는 10월 갤럭시 노트7의 단종을 결정하게 된다. 등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지만, 삼성전자 최대의 굴욕을 안겨준 제품이 되어 버린 셈.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이 1000억 원에 그친 것.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조 4000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마디로 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점이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LG의 끝없는 추락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폭발로 치명타를 입은 상황에서 LG전자는 예정대로 9월 29일에 V20을 내놨다. 그리고 며칠 후 갤럭시 노트7은 단종이 되어 버렸다. 가장 강력한 경쟁 제품이 사라졌으니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새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무주공산이 되어 버렸다. LG전자로서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갤럭시 노트7의 단종으로 V20이 어느 정도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다. 10월 말 무렵 V20의 일일 판매량이 2배가량 늘어난 7000대가량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이폰 7이 출시한 이후임에도 꽤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MC 사업부는 한마디로 위기다. V10, G5 등의 실패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에만 매출 2조 517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4364억 원이나 된다. 이 때문에 H&E와 HE 사업본부의 선전에도 LG전자 전체 영억이익이 2832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V20이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4분기 또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6분기 연속 적자가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으며, 화웨이, 오포, 비포 등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결국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을 제조해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라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애플 빼면 나머지는 중국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분기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자료를 보면, 부동의 1위, 2위인 삼성, 애플을 제외하면 나머지 3~5위는 화웨이, 오포, 비보 등 모두 중국 기업이 휩쓸고 있다. 특히 3위에 이름 올린 화웨이는 작년부터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가며 자리를 확고히 하는 중이다.
중국은 내수가 큰 시장이다 보니, 글로벌 진출 없이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 머물렀던 샤오미에 비해 이들 기업은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진출도 적극적이다.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기업이 바로 화웨이. 화웨이는 이미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 공급 분야에는 170여 개 국가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만큼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이를 기반으로 컨슈머 부분인 스마트폰 분야 공략도 열심이다.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유럽 및 남태평양 지역까지 확장한 상태다. 국내도 이미 2년 전부터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최근엔 프리미엄 모델을 내놓고 한층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을 하고 있다.
오포와 비보는 중국 신흥 강자다. 이 둘은 BBK그룹의 자회사로, 불과 1~2년 사이 중국에서 샤오미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가 시장점유율 16.6%로 1위, 비보가 16.2%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화웨이가 해외 브랜드와 싸움을 벌이는 사이, 오포와 비포가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 치운 셈이다.
중국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유통점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광고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슈퍼주니어, 송중기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공격적인 홍보를 펼쳤으며,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호주 등 해외 시장으로도 손을 뻗고 있다.
처음 역성장한 애플
무려 15년 만에 애플이 역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2016회계연도 4분기(7∼9월) 실적에서 매출은 469억 달러, 순이익은 90억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19% 각각 감소했다.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이폰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0만 대가 줄어든 4550만 대를 팔았다.
하지만 아이폰 7, 7 플러스의 실적이 반영되는 10~12월 분기 실적은 다시 성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작인 갤럭시 노트7의 부재와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성장만 하던 애플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꺼낸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집계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4년 27.8%, 2015년 10.5% 늘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3.1%로 내다보고 있다. 성장세가 이미 둔화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애플 아이폰 판매량은 꽤 굳건한 편이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출하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애플은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역성장했다지만, 순이익은 90억 달러나 된다. 한화로 계산하면 10조가 넘는 금액이다. 현금 보유액은 2376억 달러나 된다. 280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참고로 2016년 우리나라 예산이 386.7조 원이었다. 이러다 보니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애플 걱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부자가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는 속담이 있는데, 잡스가 만든 유산으로 운영의 귀재인 팀 쿡은 엄청나게 장사를 잘한 건 맞다. 다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이어지던 4번 타자의 등장이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