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마트폰 ④] 국내 프리미엄폰 시장 4파전, 승자는 누구?
[IT동아 김태우 기자] 삼성전자의 상반기 갤럭시 S 시리즈, 하반기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는 잘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칭찬을 받은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폭발로 단종의 길을 걷는 바람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
애플은 평소처럼 새 모델인 아이폰 7, 아이폰 7 플러스를 국내에 출시했으며, LG전자는 V20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나온 갤럭시 S7에 새로운 색상을 추가하며 방어에 나선 상태.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P9', 'P9 플러스'를 국내 출시를 발표하며, 모처럼 프리미엄 스마트폰 4파전을 예고했다. 해당 모델은 12월 2일 LG유플러스를 통해 단독 판매를 시작한다.
화웨이 프리미엄폰 첫 출격
한때 국내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판매됐다. 애플을 비롯한 모토롤라, HTC, 블랙베리 등의 외산 제조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와 더불어 팬택이라는 국내 제조사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둘씩 국내 시장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삼성전자, LG전자, 애플만이 전부였던 때도 있었다.
다행히 소니가 자급제폰을 유통하기 시작했고, 블랙베리도 최근 국내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꾸준히 보급형 제품만 선보이던 화웨이가 드디어 국내에 프리미엄폰을 출시하기 이른다. 바로 'P9'이 그것이다.
화웨이의 프리미엄폰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 년 동안 고가 제품 라인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전부였는데, 비로소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추가됐다. 게다가 화웨이는 중국 기업이다. 중국 기업의 프리미엄 모델이 국내 이통사에서 유통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4파전 시대 돌입
화웨이의 가세로 국내는 오랜만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4파전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비록 갤럭시 노트7이 힘도 못 쓰고 단종되긴 했지만, 갤럭시 S7로 타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전자는 B&O와의 협력으로 사운드를 강화한 V20을 내놓으며, 갤럭시 노트7의 빈 공백을 공략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7과 아이폰 7 플러스로 국내 점유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화웨이는 카메라를 앞세운 P9으로 한국 시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S7은 3월에 국내에 출시된 모델이다. 갤럭시 노트7의 단종으로 현재 삼성전자가 내세울 수 있는 프리미엄 카드는 갤럭시 S7이 유일하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갤럭시 S7 엣지도 같이 내놨다. 디자인은 전작과 유사하지만 좀 더 다듬었으며, 후면에 엣지 디자인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5.5인치 WQHD 해상도를 지원하며, 슈퍼 아몰레드 패널을 쓴다. 전작에서 사라졌던 마이크로 SD 슬롯이 부활했으며, 배터리는 내장형으로 3600mAh를 제공한다. 홈버튼에는 지문 인식 기능이 적용되었으며, IP68의 방진, 방수 덕에 물에 빠트려도 고장 날 우려가 없다.
갤럭시 노트7을 출시하면서 블루 코랄을 추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이 때문에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에 블루 코랄을 적용한 모델을 추가했다. 갤럭시 노트7의 공백을 어떻게든 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 삼성 갤럭시 S7 블루 코랄
LG전자는 오디오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V20으로 하반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 V20은 세컨드 스크린과 광각 카메라를 품었던 V10의 후속작이다. 2016년 9월 처음 공개됐다.
외형은 전작보다 훨씬 깔끔해졌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배터리를 착탈식이다. 메탈 소재의 스마트폰은 대부분 일체형인데, V20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화면 크기는 5.7인치로 WQHD 해상도를 제공하며 IPS 퀀텀 디스플레이를 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V20도 세컨드 스크린이 장착되어 있다.
후면 카메라는 듀얼이지만 각각 작동한다. 1600만 화소의 78도 화각과 800만 화소의 135도 화각을 지니고 있다. 렌즈는 2개를 지니고 있지만, 한 번에 하나의 카메라만 작동한다. P9이나 아이폰 7 플러스처럼 2개의 카메라를 장착했다면, 이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V20의 가장 큰 특징은 오디오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주는 DAC를 4개나 써서 음질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오디오 기업 뱅엔올룹슨과의 협업을 통해 오디오 성능을 개선했다. 번들 이어폰 또한 B&O 기술을 적용했다.
고음질 녹음 기능도 제공된다. 최대 24bit, 192KHz 음질로 녹음할 수 있다. 동영상 촬영 시에도 비디오 전문가 모드에서 고음질 녹음을 할 수 있는 '하이파이 비디오 레코딩’ 기능이 추가됐다.
▲ LG V20
애플은 아이폰 7과 아이폰 7 플러스로 국내 공략이 한창이다. 블랙이라는 색상을 추가하고, 후면 절연 띠의 위치를 바꾸기는 했지만, 디자인은 전작과 동일하다. 외형만 같을 뿐 하드웨어 변화는 크다. 홈버튼은 더는 물리적으로 눌러지지 않는다. 압력을 감지해 탭틱 엔진이 피드백을 주는 형태다. 맥북의 포스터치 트랙패드와 동일한 방식이다.
3.5mm 오디오 잭은 사라졌다. 앞으론 라이트닝 이어폰을 이용해야 한다. 번들 이어팟도 라이트닝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디스플레이 색 영역은 RGB보다 더 넓은 P3 영역을 지원하며, 카메라 또한 P3 영역을 담아낸다. 카메라는 아이폰 7도 광학식 손 떨림 방지가 제공된다. 아이폰 7 플러스 카메라는 듀얼이다. 이를 사용해 피사체의 심도를 파악하고, 아웃포커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다.
처음으로 방진, 방수도 지원된다. IP67 등급이다. 스피커는 위, 아래 2개를 적용되어 스테레오로 한결 소리가 켜졌다.
▲ 애플 아이폰 7 플러스
화웨이의 P9은 12월 2일 LG유플러스 단독으로 출시된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유니바디 디자인을 채용했으며, 모서리는 다이아몬트 커팅으로 마감했다. P9은 5.2인치, P9 플러스는 5.5인치 화면을 쓴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제품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나 카메라다.
P9 카메라는 독일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앞선 V20, 아이폰 7 플러스처럼 P9도 듀얼 카메라를 채용하고 있지만,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하나의 카메라는 색상을 담당하는 RGB 렌즈이며, 다른 하나는 표현력을 담당하는 흑백 렌즈다. 이 2개의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이 합쳐져 최종 사진이 완성된다.
다지털카메라의 조리개를 스마트폰에서 쉽게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된다. 이를 '광구경'이라고 하는데, 해당 기능을 켠 후 촬영 모드에서 화면 터치로 초점을 맞추고 위아래로 스와이프하면 조리개 수치가 바뀐다. 조리개 수치가 변할 때마다 화면에서 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에서 조리개를 잘 활용하면 아웃포커싱을 연출할 수 있는데, P9은 이를 상당히 훌륭하게 구현해 낸다. 지금껏 다양한 스마트폰을 테스트해봤지만, P9처럼 조리개 조절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었던 제품은 처음이다. 게다가 이렇게 촬영한 결과물에서도 초점을 바뀌고, 조리개를 변경할 수 있다.
이외에도 라이카 필름 모드와 라이카 카메라의 사용자 환경 등을 고스란히 P9 카메라에 담았다. 화웨이에서 만든 스마트폰이지만 라이카 카메라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탐낼만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 화웨이 P9
한층 치열해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많은 사용자가 어떤 스마트폰을 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 공백을 LG전자는 V20으로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아이폰 7은 초반 예약 물량이 제법 컸지만,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는 P9로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카메라 기능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괜찮은 성능을 보여준다. 라이카의 이름값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나름 준수한 성적표를 기대해 봄 직하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제품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미 공개 후 8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국내 판매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과연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앞으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